신비한 동물사전 영화 포스터

▲ 신비한 동물사전 영화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다섯편의 시리즈가 예고된 <신비한 동물사전> 첫 편이 순조로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흥행작가 조앤 K. 롤링이 원작과 각본뿐 아니라 제작에도 적극 참여했고 <해리포터>시리즈를 무려 4편이나 감독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을 맡아 <해리포터>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갈 기세다.

영화보다 영화같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한국사회를 휩쓰는 중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339만 관객(27일 기준)을 모았다. 24일 개봉한 <형>에 하루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곤 2주째 1위를 지키고 있는 이 영화가 11월 최고 흥행작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해리포터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 시대 마법세계를 이끌 뉴트 스캐맨더 역은 서른셋의 나이에 오스카의 주인이 된 에디 레드메인이 맡았다. 그는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순수하면서도 내성적인 마법사 뉴트를 멋지게 연기해냈다. 시각적으론 화려했지만 구성면에선 단조롭고 허술한 부분이 적지 않은 이 영화에서 깊이를 느낄 수 있었던 건 오직 그의 연기뿐이었다. 첫 대면부터 관객을 사로잡은 그의 연기는 영화 전체가 얄팍하고 빈곤해지지 않게 하는 든든한 방조제와 같았다.

<신비한 동물사전>엔 최근 개봉한 일련의 할리우드 영화와 마찬가지로 마법이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팀 버튼의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시간여행이란 고전적 소재를 팀 버튼 특유의 스타일로 다뤘고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블 세계관에 마법이란 무기를 장착하고 나선 작품이라면, 이 영화는 지난시대 마법영화 챔피언의 자리에서 방어전을 치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잘 먹히는 코드는 죄다 때려박다

신비한 동물사전 영화 최고의 인기캐릭터 니플러를 바라보는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분). 니플러의 성격과 행동, 외형 모두 90년대 유행한 <다저스 몽키>류의 말썽꾸러기 동물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 신비한 동물사전 영화 최고의 인기캐릭터 니플러를 바라보는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 분). 니플러의 성격과 행동, 외형 모두 90년대 유행한 <다저스 몽키>류의 말썽꾸러기 동물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방어전이라고는 하지만 <해리포터>시리즈의 존재는 <신비한 동물사전> 제작진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게 분명했다. 소설원작의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존재 자체가 흥행과 직결됐던 <해리포터>시리즈와 달리 하나부터 열까지 제 입지를 스스로 구축해야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제작진이 내놓은 답은 원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영화 가득 성공한 블록버스터의 전형적 코드를 한가득 버무리는 것이었다. 독자적인 승부수를 내놓기보다 검증된 방식으로 대중의 입맛을 맞추는 방식을 선택한 것인데 자본의 힘으로 구현한 화려한 영상에 언제 어디서나 잘 먹히는 코드를 집중투하한다면 실패하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 결정은 제법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금방 알아챘겠지만 <신비한 동물사전>은 시대와 장르를 불문하고 잘 먹히는 코드를 한데 모아놓았다. 시종일관 표절과 변주 사이의 중간쯤 될만한 선택을 거듭하는데 여러모로 단순 참고로 이해하기엔 지나친 부분이 적지 않다. 영화를 보며 떠오르는 영화만 해도 <다저스 몽키>부터 <쥬만지>, <맨 인 블랙>, <스타워즈>, <X-맨>시리즈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소위 좀 먹힌다 싶은 코드는 죄다 때려박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중요한 내용물이 든 가방이 바뀌며 생기는 소동이야 너무도 흔한 설정이니 논외로 쳐도 초반부를 지배하는 캐릭터 '니플러'의 등장부터 이어진 일련의 에피소드는 여러모로 <다저스 몽키> 류의 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금붙이만 보면 눈이 뒤집혀 훔치는 원숭이가 등장해 주인공 소녀를 울고 웃게 했던 이 사랑스런 영화와 <신비한 동물사전>의 전반부는 니플러와 원숭이를 등치시켜 보면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웃음을 유발하는 코드가 십중팔구 동일하다.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맨 인 블랙>을 만나다

맨 인 블랙 3 특수장비를 이용해 기억을 지우는 MIB 에인전트 제이(윌 스미스 분). <맨 인 블랙 3>시리즈 속 이 같은 장면이 <신비한 동물사전> 제작진에 '좋게 말해' 큰 영감을 준 듯 보인다.

▲ 맨 인 블랙 3 특수장비를 이용해 기억을 지우는 MIB 에인전트 제이(윌 스미스 분). <맨 인 블랙 3>시리즈 속 이 같은 장면이 <신비한 동물사전> 제작진에 '좋게 말해' 큰 영감을 준 듯 보인다.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신비한 동물사전>이 승부를 걸고 있는 지점인 듣도 보도 못한 동물들의 등장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쥬만지>나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를 참고한 듯하다. 생전 처음 보는 동물들의 신비롭고 비범한 분위기는 이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의 뇌리에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일 것이다.

특정 몇몇 에피소드는 <맨 인 블랙>과 <스타워즈>를 상당부분 참고한 듯 보인다. <맨 인 블랙>시리즈에서 MIB요원들이 외계인을 본 지구인의 기억을 지우듯 <신비한 동물사전>의 마법요원들도 마법을 목격한 노마지(마법을 쓸 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을 지운다. 철저한 비밀에 붙여진,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거대한 조직의 존재 역시 두 영화가 통하는 부분이다.

뉴트가 티나를 따라 찾은 뒷골목 술집 풍경은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의 별 타투인 행성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난장이 등 기괴하게 생긴 마법사들이 출입하는 이 술집은 날라크라는 악당이 지배하는데 이곳이 마치 자바 더 헛이 장악한 타투인 술집처럼 그려지는 것이다. 특히 이곳에서 뉴트가 날라크를 상대로 거래를 하는 모습은 잠시잠깐 <스타워즈>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줄 정도로 비슷하게 연출됐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X-맨>시리즈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능력이 있는 소수와 능력이 없는 다수의 존재, 충돌을 피하기 위해 숨어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이들과 존재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살아가자는 이들 간의 대립구도가 그렇다. <신비한 동물사전>이 <X-맨>에 비해 심도 깊은 고민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기본적인 구도와 설정 만큼은 유사한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밖에 소소한 에피소드와 설정, 여러 디테일한 부분들에서 특정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굳이 부연하기 힘들 만큼 다른 영화에서 사용한 구도를 많이 썼을뿐더러 여러 창작물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위 '먹히는' 코드를 적극 활용했다. 낯선 지역에 건너온 젊은이가 사건에 휘말리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해나가는 과정, 주역인 남녀가 쌍쌍이 연애감정을 느끼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가득한 설정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화려한 영상을 걷어낸 자리엔 얄팍한 이야기만 남는다

맨 인 블랙 3 <맨 인 블랙>시리즈 MIB 요원들의 본진.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이들의 본진은 매우 세련되게 꾸며져 있고, 다양한 외모의 외계인들로 가득하다. <신비의 동물사전> 속 마법사들의 본진과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 맨 인 블랙 3 <맨 인 블랙>시리즈 MIB 요원들의 본진.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이들의 본진은 매우 세련되게 꾸며져 있고, 다양한 외모의 외계인들로 가득하다. <신비의 동물사전> 속 마법사들의 본진과 매우 비슷하지 않은가.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다만 마법을 쓰는 세계와 마법을 쓰지 않는 세계 사이의 긴장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그들 사이의 힘의 균형 역시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는 점은 명백한 단점이다.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를 단 몇마디 대사로 설명하고, 노마지 세계의 힘을 마법세계에 비해 너무나 약하게 그린 부분은 영화의 긴장감을 저해하는 요소다.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면 영화가 훨씬 깊이 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가 준비하고 있는 반전적 장치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충격적이지 않게 쓰이는 점도 아쉽다. 영화엔 반전의 충격을 증폭할 수 있는 시나리오상 장치가 전무하기에 반전의 충격이 전개 가운데 쉽게 스러지고 만다. 만약 이 같은 반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충분한 고민을 했다면 훨씬 강렬한 작품이 됐을 것이다.

더불어 캐릭터의 특성을 여러 장치를 통해 차근차근 만들어가기보다 기본적인 설정 만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안타까웠다. 일례로 영화엔 마법사들의 대통령으로 카르멘 에조고가 연기한 흑인 여성이 등장하는데 흑인에 여자라는 외형적 특징 이외엔 개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렇게 대통령이란 주요 캐릭터를 소모할 바에는 차라리 감추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낫다는 오랜 교훈을 감독은 왜 모르는 걸까.

그밖에 극중 퀴니의 캐릭터가 마음을 읽는 능력을 보여주는 외엔 감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마법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처럼 많은 내적 단점에도 <신비한 동물사전>이 안정적으로 흥행을 지속할 수 있는 건 오롯이 특출난 배우와 할리우드 최첨단 기술력 덕분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할리우드가 지닌 엄청난 자본이고 말이다. 혁명적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은 그대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시대 가난한 창작자는 무엇을 가지고 이들과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를 사로잡은 질문은 이와 같은 것이었다.

신비한 동물사전 여러모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인기캐릭터 그루트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식물성 동물(?)

▲ 신비한 동물사전 여러모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인기캐릭터 그루트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식물성 동물(?)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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