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육롱가배관'(六弄???)을 각색한 대만 영화 '카페6'(At Cafe 6)의 한 장면.

소설 <육롱가배관>을 각색한 대만 영화 <카페6>가 개봉했다. ⓒ (주)라이크콘텐츠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 극장가에선 따뜻한 감성 로맨스 영화에 관객이 몰릴 때다. 특히 유년시절의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청춘 로맨스 장르에선 단연 대만(타이완) 영화가 존재감을 보인다.

많은 팬이 올 5월 국내 개봉했던 영화 <나의 소녀시대>(2015)를 기억할 것이다. 주연 배우 왕대륙(왕타루)을 일약 아시아 스타로 만들어준 이 영화는 개봉 43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넘기는 기록을 세웠다. 왕대륙은 지난 6월과 7월 잇따라 한국을 방문해 팬들의 사랑에 고마움을 전했다.

<나의 소녀시대>에서 왕대륙과 함께 주연급 배역을 맡았던 대만 청춘스타 배우 이옥새는 지난달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열린 MBC '2016DMC페스티벌' 아시아뮤직네트워크(AMN) 빅콘서트 무대에 올라 <나의 소녀시대> 대표 수록곡(OST) '소행운'을 열창하기도 했다.

영화 <나의 소녀시대>보다 앞선 히트작 중에는 구파도 감독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가 꼽힌다. 2012년 국내에서 개봉한 것을 계기로 주연 배우 가진동(커전둥)이 국내 팬들 사이에서 휴대폰 속 '남친짤'(남자친구처럼 자연스러운 사진)로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청펀펀(鄭芬芬) 감독의 영화 <청설>(聽說·2009) 한 장면.

청펀펀 감독의 영화 <청설>. 마니아 사이에서는 꽤 유명하다. ⓒ ㈜스폰지이엔티


이밖에 대만 영화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에는 청펀펀 감독의 영화 <청설>(2009)이 있다. 도시락 배달부 청년과 청각장애인 여자 수영선수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

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잘 알려진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주걸륜 감독의 <말할 수 없는 비밀>(2007)이 아닐까. 2008년 국내에서 10만 관객을 모으면서 수록곡(OST)이 함께 사랑을 받았고, 영화 속 촬영지를 찾는 국내 관광객의 발걸음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

높아진 인지도... 국내 멀티플렉스, 대만 영화 기획전 열어

 주걸륜(周杰倫) 감독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한 장면.

주걸륜 감독의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한 장면. '화류'를 촉발시킨 작품이었다. ⓒ 엔케이컨텐츠


대만 영화가 최근 2년 사이 국내 극장가에서 거둔 성적을 보면 국내 대중들의 높아진 관심이 그대로 증명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대만 영화는 2014년 국내에서 3편이 개봉하고 누적 관객 8258명을 모아 국적별 모객 순위 28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2015년에는 2편이 개봉, 관객 6만4551명을 끌어모아 14위에 올랐고, 올해는 5편이 개봉하여 관객 46만여 명을 끌어모아 6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관람객이 해마다 7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체인들은 자연스레 대만 영화 상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전국 상영관에서 대만 영화 기획전을 열고 <말할 수 없는 비밀> <청설> <소울 오브 브레드> <타이페이 카페스토리> <러브> 등 총 5개 작품을 상영한다.

영화 <소울 오브 브레드>(2013)는 시골 제과점에서 사랑하는 여성을 쟁취하기 위해 남자들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담았다. '대만판 <러브 액츄얼리>'로 알려진 영화 <러브>(2012)는 남녀 8명의 각기 다른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2010)는 장사가 신통치 않던 카페 여주인이 '물물교환 카페'를 운영하게 되면서 특별한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한편 CGV는 멀티플렉스 체인 중 단독으로 대만 청춘 영화 <카페6(At Cafe 6)>를 이달 16일부터 전국 116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카페6>은 1996년 대만 가오슝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함께 보낸 남녀 학생 4명이 사랑과 우정, 이별을 경험하며 성숙해가는 과정을 풋풋한 감성으로 그린 작품. 중국 배우 동자건과 안탁령, 대만 배우 임백굉과 구양니니 등 양국의 청춘스타가 함께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2007년 대만에서 30만 부 가량의 판매고를 올린 소설 <육롱가배관>을 각색한 작품으로 올 7, 8월 대만과 중국 극장가에서 개봉했으며, 국내에선 올 10월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장거리 연애와 이별... '닮은꼴 설정' 반복

 소설 '육롱가배관'(六弄???)을 각색한 대만 영화 ‘카페6’(At Cafe 6) 홍보 이미지.

애초 기대에 비해 흥행 성적이 많이 저조하다. ⓒ (주)라이크콘텐츠


영화 <카페6>가 12월 국내 개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여러 매체는 이 영화가 <나의 소녀시대>의 계보를 이어 대만 청춘 영화 붐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 섞인 보도를 일제히 내놨다.

높은 관심에 영화가 애초 계획보다 한 달이나 앞당겨져 지난 16일 스크린에 올랐는데,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이다. 현재 <카페6>은 23일 기준 누적 관객 수 2만5351명을 기록해 전체 상영작 중 일간 13위, 매출액 점유율 0.6%를 보인다. 이 같은 추세라면 개봉 후 한 달 동안 관객 10만 명을 모으기 빠듯해 <나의 소녀시대>가 세운 기록에 한참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인 <신비한 동물사전>이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 극장가에서 관객을 압도적으로 싹쓸이하는 대형 작품들이 경쟁하는 상황도 아니다. <카페6>의 저조한 흥행 기록의 외적 요인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작품 안에서 원인을 찾자면 우선 주연 배우들의 부족한 흥행 조건이 눈에 띈다. 이전 히트작에선 가진동이나 왕대륙처럼 보다 성숙한 이미지의 '킹카' 캐릭터가 여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영화 <카페6>은 이제 막 사춘기를 지났을 법한 고교생 이미지의 배우들이 주를 이룬다. 주 관객층을 적극적으로 끌어당기기에는 힘이 부족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2015) 한 장면.

대만 영화 <나의 소녀시대>(2015)는 분명 잘 만든 영화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탕'이 꼭 통하는 건 아니다. ⓒ 오드(AUD)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카페6>가 이전의 히트작을 적당히 조합해 각색한 작품으로 느껴질 정도로 플롯 구성이나 배경 설정에서 닮은꼴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꼴통' 남학생과 수재 여학생의 조합, 그리고 대학 입학으로 인한 장거리 연애와 그에 따른 이별의 결말 등은 이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나 <나의 소녀시대> 등 작품에서 사용된 익숙한 설정들이다.

애당초 이 두 영화의 제작진이 뭉쳐 <카페6>를 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국내 흥행 성적을 놓고 보면 단순히 지난 흥행 결과에 기초해 안일한 제작 전략을 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대만 청춘 로맨스 영화는 현지 특유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극단적 상황을 걷어낸 현실적이고 담백한 플롯으로 국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중국의 영화 보다 상대적으로 세련된 느낌의 창작물을 쏟아냈던 대만 영화가 앞으로 소재와 설정에서 외연을 확장한다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에서 존재감을 다시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한 시대를 호령했던 홍콩 영화가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지 약 20년. 이제 다시 불이 붙은 화류(華流) 바람을 타고 대만 영화계가 국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강훈 시민기자의 개인 뉴스사이트 <차이나스타리포트>(cnstrp.com)와 네이버 블로그 <이강훈 기자의 중국 대중문화 미디어 돋보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헤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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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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