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야심차게 기획한 새 예능프로그램 <아이돌잔치>가 지난 21일 밤 첫 방송되었다.

아이돌과 종편. 뭔가 이상한 조합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10~20대를 중심으로 젊은 층에게 환영받는 아이돌과 50-60대 이상 노년층이 주로 보는 종편 채널은 누가 봐도 어색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지난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아이돌잔치> 제작진은 "10대에서 60대까지 웃고 즐기고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기획의도를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물은 재미, 세대공감 모두 놓친 모양새다.

 `아이돌잔치`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아이돌잔치`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 TV조선


모두를 잡으려다 모두를 잃는 치명적 실수

기본적으로 예능프로그램의 덕목은 재미, 웃음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해 제목부터 진부한 <아이돌잔치>에선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프로그램과 같은 이름으로 진행된 첫 코너 "아이돌잔치"에선 MC 김준호, 이특, 솔빈이 각각 방송국의 제작본부장, 인기 PD, 작가로 분해 아이돌을 섭외한다는 설정이 신선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구태의연한 아재 퀴즈, 무리수 개인기 위주의 코너 구성은 데뷔 9년차 검증된 아이돌 샤이니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아이돌 스타들의 주된 팬층인 10~20대 시청자 눈높이엔 지루함이 넘치는, 재미 면에선 턱없이 함량미달었던 데다 종편의 주요 고객들인 노년층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을 꼭 봐야할 당위성을 안겨주지 못했다.

두번째 코너 "엄마 없는 하늘아래"는 개그맨 박미선-이봉원 부부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아이돌 가수들의 가상 부모가 되어 생활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그동안 종편이 잘 해왔던 <엄마가 뿔났다>와 같은 가족 중심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종편 시청자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어 나름의 가능성을 남긴 게 그나마 위안거리일듯 싶다.

올해초 방영된 MBC <무한도전> 예능총회편에 출연했던 이경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굳이 모든 세대를 다 잡으려다 보니 망하는 것이다." 

이 말은 마치 <아이돌잔치>에 대한 맞춤 조언처럼 들린다. 모두를 잡으려다 정작 모두 잃는 우는 범하지 말길 바란다.

종편판 <주간아이돌>? 이게 과연 쉬울까

방송사의 주된 수입원인 광고 확보 측면에서 보자면 20세~49세 사이의 이른바 "타깃 시청률"에서 열세를 보이는 종편에는 이들 젊은 시청자 유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저연령층 시청자 유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주시청자들의 연령만 올라간다는 건 사업하는 입장에서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기에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젊은 층의 인기스타들인 아이돌을 활용하자는 의도는 나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자면 TV조선에선 종편판 <주간아이돌>을 기대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기존 공중파-케이블 채널을 통털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아이돌 전문 프로그램이 왜 <주간아이돌> 하나 뿐이었을까라는 기본적인 의문없이 <아이돌잔치>를 만든 건 아닌지?

<청춘불패>, <백점만점>(이상 KBS), <꽃다발>(MBC), <야만TV>(엠넷), <아이돌스쿨>(MBC뮤직) 등 2000년대 후반 이후 숱하게 등장한 아이돌 중심 프로그램들이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MC와 출연진 사이의 공감대는 거의 없었고 손발 오그라드는 개인기나 요구하는 식으로 단순히 아이돌을 방송의 도구 정도로만 활용했던 게 한 원인이었다.

반면 <주간아이돌>은 아이돌을 잘 이해하는 데프콘-정형돈 등 두 MC의 존재감과 함께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코너 구성을 통해 재미를 줬기 때문에 이젠 아이돌 그룹들의 컴백시 꼭 출연해야할 프로그램의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한 냉철한 벤치 마킹 없이 시작했다면 지금이라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잔치`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아이돌잔치`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쳐) ⓒ TV조선


채널 체질 개선 없이 젊은 세대의 종편 유입 쉽지 않다

TV조선이 진정으로 새로운 시청자들을 흡수하기엔 단순히 젊은 스타들 출연하는 프로그램 하나 신설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은 채널 전체의 체질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과감한 구성의 뉴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대거 생산하면서 새로운 시청자들을 수용하는데 성공한 JTBC와 달리, 여전히 TV조선을 비롯한 종편 3개 채널에선 평소 "자칭" 시사평론가들의 눈꼴 사나운 극단적 논리의 막말이나 오가는 구시대적 구성의 시사-대담 프로그램들이 필요 이상으로 넘쳐난다.  

예능조차도 연세 지긋한 중장년층 연예인들로 이뤄진 토크-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어린 시청자들이 이른바 "어르신 채널" 종편을 선택해서 볼리 만무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MBN, 채널A 등도 <아재목장>, <싱데렐라> 등 점차 기존 공중파-케이블 예능을 벤치마킹한 프로그램들을 속속 제작하면서 나름 탈바꿈의 의지를 보여주곤 있지만 전반적인 채널 전체의 색깔을 바꾸는 데엔 아직까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신선한 재미를 찾는 시청자들이 이 채널을 굳이 선택해야할 이유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TV조선의 시도는 그냥 시도로 끝날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돌잔치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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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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