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SM스테이션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태연의 'Rain' 표지.  올해 상반기 주요 음원 순위 상위권을 장식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SM스테이션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인 태연의 'Rain' 표지. 올해 상반기 주요 음원 순위 상위권을 장식할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SM엔테인먼트



지난 2월 3일 SM엔터테인먼트(아래 SM)는 디지털 싱글 음원을 하나 공개했다. 소녀시대 태연의 <Rain>이 그 주인공.

이를 시작으로 SM은 매주 금요일 <SM 스테이션>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장르, 음악인들을 아우르는 디지털 음원들을 차례로 시장에 발표하고 있다. 이후 JYP, 젤리피쉬, 스타쉽 등 여러 음반 기획사들이 다양한 기획의 연작 음원들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날로 부침이 심한 디지털 음악 환경에서 이들 '시리즈 싱글'들은 과연 어떤 형태로 제작되었고 시장에선 어떤 반향을 일으켰을까?

<월간 윤종신>, 시리즈 음원 제작의 효시

 정인이 참여한 '오르막길'이 수록된 월간 윤종신 2012년 6월호 표지. 이 기획의 '주인장' 윤종신 대신 초대손님 가수를 앞세워 신선함을 더했다.

정인이 참여한 '오르막길'이 수록된 월간 윤종신 2012년 6월호 표지. 이 기획의 '주인장' 윤종신 대신 초대손님 가수를 앞세워 신선함을 더했다.ⓒ 미스틱엔터테인먼트


기획 의도는 다소 달랐지만, 일정 주기를 두고 꾸준히 시리즈 형태로 발표되는 음원이라면 미스틱이 선보이는 <월간 윤종신>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0년부터 "매달 공개한 신곡들을 모아 1년에 한 번 음반으로 제작한다"는 단순 명료한 발상에서 출발한 이후 벌써 7년째 매월 쉼 없이 신곡 또는 리메이크 버전 등을 담아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2014년 4월호는 '휴간'이었다)

이 과정에서 <본능적으로>, 정인이 부른 <오르막길> 등은 발표 당시엔 대중들에게 관심받지 못했지만, 후일 "지각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처음엔 특별한 주제 없이 그냥 새롭게 만든 곡을 담아냈지만 2012년 이후론 '여가수 특집', 'Repair'(윤종신 곡 리메이크), '영화', '미술' 등 여러 소재/주제를 아우르는 일련의 연작 싱글을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담아내는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윤종신은 종종 가수 대신 프로듀서로 한발 물러서면서 다양한 초대 손님 가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 장기 기획에 따른 피로감을 덜어내는 현명한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매달 새 노래가 나오는 탓에 상대적으로 여타 가수들의 신곡에 비해 화제성을 모으기 어렵다는 약점은 있지만 20년 이상 경력의 중견 가수로서 쉬지 않고 신작들을 발표하는 <월간 윤종산>의 부지런함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월간 윤종신> 이후 <월세 유세윤> 등 이를 흉내 낸 듯한 음원들이 종종 공개되었지만 꾸준한 제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곧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았다.

<SM 스테이션>, A&R의 진수를 선보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인레이어의 연주곡 'Mindjack' 싱글 표지. 자사 소속이 아닌 인디 뮤지션의 단독곡이 SM을 통해 발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인레이어의 연주곡 'Mindjack' 싱글 표지. 자사 소속이 아닌 인디 뮤지션의 단독곡이 SM을 통해 발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SM엔테인먼트


<SM 스테이션>은 지난 11일 선데이(천상지희)+김태현(딕펑스)의 <보여(Still)>까지 총 40회의 디지털 싱글을 공개한 바 있다. 발라드부터 헤비메탈과 EDM, 심지어 트로트와 클래식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 + 비 SM 소속 뮤지션까지 아우르는 인력 참여로 인해 얼핏 보면 일관성 없는 시리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론 정반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다.

바로 SM A&R(Artist&Repertoire) 조직의 새로운 '실험 도구'로 <SM 스테이션>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기존 SM이 내놓는 뮤지션, 음악들 외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장르들에 대한 각종 테스트를 이 연작 싱글을 통해 시도하는 듯한 인상이다.

어떤 면에선 이들 싱글의 주인공은 해당 음원을 녹음한 가수들이 아닌, 기획자들이라는 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관련 기사: 음반 제작의 성패, 이 두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윤미래, 빈지노, 10cm, 경쟁업체 JYP 소속의 민x조권 등의 다채로운 게스트 참여로 풍성함을 더하면서 SM이라는 브랜드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을 법한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 인레이어의 <Mindjack>, 뉴에이지+클래식 연주곡인 문정재x김일지의 <Regret And Resolutions> 등의 공개는 그 좋은 예이다.


또한 사람의 협업을 뛰어넘어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조차도 '콜라보'의 대상으로 흡수해버리는 모습은 후발 주자들로선 참고해볼 만한 부분이다. (유재석x엑소의 <Dancing King>을 끌어낸 MBC <무한도전>, 김희철x민경훈을 중심으로 한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을 아예 1회분으로 꾸며 오는 19일에 방영할 JTBC <아는 형님>)

비록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 분류할 만한 곡들은 태연의 <Rain>, 웬디 + 에릭남의 <봄인가봐> 등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상당수 작품이 단순히 음원 순위를 겨냥하고 등장한 싱글들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SM은 <SM 스테이션>을 통해 얻은 각종 시행착오를 면밀히 분석, 향후 자사 음반 제작에 어떠한 형태로든 녹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관성 부족한 후발 주자들... 첫 술에 배부르랴

 유승우X유연정(아이오아이,우주소녀)이 참여한 싱글 <빈티지박스 Vol.2> 표지.  커피소년의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를 리메이크했다.

유승우X유연정(아이오아이,우주소녀)이 참여한 싱글 <빈티지박스 Vol.2> 표지. 커피소년의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를 리메이크했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JYP, 젤리피쉬, 스타쉽, 플랜에이 등 타 기획사들도 올 들어 '콜라보' 중심의 시리즈 음원들을 속속 발표하기 시작했다.  JYP가 <듀엣 매치>라는 제목 하에 총 3차례 싱글을 발표했고 젤리피쉬는 <젤리박스>라는 브랜드로 자사 소속 음악인들의 곡들을 올해 내놓았다.

스타쉽에선 기존 인디 음악인들의 곡들을 케이윌, 매드클라운 등 자사 소속 가수들이 재해석한 리메이크 싱글 <빈티지 박스> 시리즈로 대응에 나섰고 플랜에이 역시 정은지, 허각, 플랜에이 보이즈(최근 빅톤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데뷔) 등이 참여한 음원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시리즈 싱글들은 상대적으로 앞선 <SM 스테이션>만큼의 관심을 끌어내진 못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정 주기 없는 부정기적인 음원 발표를 손꼽을 수 있다. 두어달에 한번 불쑥 등장하는 싱글로는 일단 대중들의 꾸준한 기대감을 모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SM처럼 한 해 동안 매주 뮤직비디오를 포함한 신곡을 내놓긴 어려우므로 차라리 한 달 내지 두 달 이내 짧은 기간을 정해놓고 몰아서 내놓는다든지 집중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모호한 기획 의도를 지적할 수 있다. 물론 듀엣, 신인 소개, 인디곡 리메이크 등 나름의 주제를 지니긴 했지만, 기존 "콜라보 음원"들과 차별화된 자신들만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다소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자사 소속 가수들로만 국한된 참여 범위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능력 있는 음악인들을 다수 보유한 중견 기획사들이라는 나름의 장점을 잘 살리고 이런저런 단점을 보완한다면 향후 해당 업체를 대표하는 새로운 '브랜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한 시리즈들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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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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