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시민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시민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2016년 11월 12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습니다. 국정농단에 대한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100만개 촛불이 서울 한복판을 환하게 밝혔기 때문입니다.

집회에 참여한 분들도 정말 다양했죠. 여러 노조 및 시민 및 농민단체 구성원도 있었지만 가족, 친구, 연인, 노인, 장애인 그리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평범한 대한민국 사람들의 수가 압도적 다수였습니다. 게다가 전국 곳곳에서 아침부터 상경한 국민여러분들과 미처 차편을 구하지 못하신 분들은 사시는 곳에서 촛불을 밝혀 주셨고, 해외 10여 개국의 교민들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저항의 목소리, 노래가 되다


무엇보다 미래의 주인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참된 부모, 좋은 어른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는 교육의 장이 펼쳐지기도 했죠. 뿌듯하고 보람된 면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토요일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없는 현실에 울분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이자 성난 민심이 어떤 양상으로 표출될 지 근심과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역시나 남달랐습니다. 가슴 벅찬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저 역시 여러 곳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인파 속에 파묻혀 내심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따뜻함과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되길 바라는 모든 참가자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여러 나라 주요외신기자들을 놀라게 한 감동어린 장이 펼쳐졌습니다.

시위하면 떠올리게 되는 고정적 틀을 완전히 깨버린 100만 촛불집회는 민심의 분노를 표출하는 토로의 장이기도 했지만, 웃음과 해학을 통해 모두의 염원을 다지는 화합의 장이었다. 단호하게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목소리 높여 외쳤고,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은 우리 모든 주권자들의 쌓여있던 울분을 다소나마 씻어주기도 했죠.

게다가 현 시국을 풍자한 수많은 패러디물들이 전국 곳곳의 집회 현장에서 전시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여러 연령층의 일반인들의 퍼포먼스도 '작지만 큰 울림'을 충분히 전해주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음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확인할 수 있었죠. 대부분 언론 보도에서도 알 수 있듯 마치 '거대한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던 3차 촛불집회에 함께 한 100만 국민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같이 노래하며 행진을 펼쳤습니다. 운동경기 응원가로 익숙한 '아리랑 목동'과 남성 듀오 10센치(10cm)의 '아메리카노'를 개사해 만든 대통령 '하야가'는 거리를 가득 메운 수많은 목소리로 서울시내 곳곳에 큰 메아리가 되어 아주 멀리멀리 울려 퍼졌습니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한 감동과 전율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순간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국민 모두를 하나로 만든 음악의 진정한 힘

정태춘의 외침, '박근혜 하야하라!'  가수 정태춘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정태춘의 외침, '박근혜 하야하라!' 가수 정태춘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우리 대중음악인들도 무대에서 열정을 다한 공연을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역사현장'에 큰 몫을 맡아주었죠. 문화제 피날레 콘서트를 장식하며 광장에 모인 국민들을 노래로 단결시켜 준 이승환씨, 중견 포크 가수 정태춘씨와 힙합 뮤지션 조PD, 히트곡 '말 달리자'와 '밤이 깊었네'로 무대를 흥겹게 달궜던 펑크밴드 크라잉 넛(Crying Nut), 스카음악을 연주 노래하는 스카웨이커스(Ska Wakers)와 민중가요밴드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노랫말과 선율을 담은 우리 음악인들의 외침은 100만 촛불에 타올랐습니다.

조피디, '박근혜 하야' 촉구 가수 조피디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조피디, '박근혜 하야' 촉구 가수 조피디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특히 조PD는 작곡가 윤일상이 곡을 만들고 자신이 작사를 한 '시대유감2016'을 12일 공연에서 선보이며 현재 시국을  비판하는 랩 메시지로 환호와 박수를 받기도 했죠. 이미 무료음원으로 배포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불러 모았던 곡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곡,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만들어진 '길가에 버려지다'도 동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이어졌죠. 문화제 끝 무대를 장식한 이승환씨 공연 전 이 노래를 미처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거꾸로 돌아가려 하고 고장 난 시계는 눈치로 돌아가려 하네. No way No way and No way. 내 의지에 날개가 돋아서 정의의 비상구라도 찾을 수 있기를. 난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고 없는 길을 뚫다 길가에 버려지다."

'길가에 버려지다' 가사 중요 부분을 실어 보았습니다. 이승환씨, 이효리씨, 전인권씨 등 세 뮤지션이 노래한 이 곡은 '길가에 버려지다'는 암담해진 현실에 좌절하고 아파하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는 '위로의 음악'입니다.

이승환의 주문, "박근혜 하야하라하야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가수 이승환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승환의 주문, "박근혜 하야하라하야하라"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가수 이승환이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2016년 11월 12일 밤, 세 뮤지션들의 담담한 음성으로 전해지는 '길가에 버려지다'는 듣는 이들의 상처와 아픔을 달래주었고, '100만 촛불'은 '숭고하고 찬란한 희망의 불빛'으로 더 없이 빛났습니다.

러시아 태생 미국 작곡가 스트라빈스키(Stravinsky)는 '음악은 인간이 현재를 인식하는 유일한 영역이다'란 명언을 남겼죠. 우리가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현재를 살아가고 여러 현실에 직면하는 언제 어디서나 음악은 늘 그래왔듯이 음악은 항상 곁에 있을 것입니다. 지난 토요일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가 숨 쉬었던 그 무대에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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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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