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역투 지난 2015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 2회 말. 구원투수로 나선 기아 김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우중역투 지난 2015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기아 타이거즈 경기 2회 말. 구원투수로 나선 기아 김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풍운아' 김병현이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김병현은 최근 기아 타이거즈의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 사실상 방출 수순을 밟게 됐다.

김병현은 2016년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퓨처스리그 기록도 15경기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8월 24일 케이티 위즈전(4.1이닝 7피안타 3실점) 이후로는 더는 퓨처스리그에서도 등판기록이 없다. 기아는 김병현이 더는 1군 전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화려했던 전성기 그리고 아쉬운 현재

역투하는 KIA 선발 김병현 지난 2015년 8월 1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KIA 선발 투수 김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KIA 선발 김병현 지난 2015년 8월 1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KIA 선발 투수 김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찬호-서재응-최희섭-김선우 등과 함께 한국야구계의 메이저리그 1세대로 꼽히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병현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김병현은 광주일고와 성균관대를 거쳐 1999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보스턴 레드삭스, 콜로라도 로키스, 마이애미 말린스 등을 거치며 394경기 등판에 54승 60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했다. 특히 애리조나 시절에는 빅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마무리로 군림하기도 했다. 김병현은 2001년 애리조나에서, 2004년 보스턴에서 한국 선수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각각 월드시리즈 우승을 2번이나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보기 드문 잠수함(언더핸드) 유형으로 시속 150㎞대의 빠른 직구까지 뿌리는 작은 체구의 어린 동양인 투수. 김병현은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내로라하는 거구의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는 배짱,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거만해 보일 정도로 당당한 모습은 기존의 한국 선수들과 차별화되는 김병현만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안티 팬도 많았지만 그래서 김병현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김병현은 재능보다 야구인생이 순탄하지 않았던 대표적인 선수로도 꼽힌다. 개성이 뚜렷하고 자존심 강한 성격 때문에 뜻하지 않은 오해를 사거나 마찰을 빚기 일쑤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한창 전성기를 달리던 시점에도 동료, 감독, 언론, 팬들과 두루 갈등에 휘말리며 한동안 트러블메이커의 이미지로 각인되기도 했다.

구원투수로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음에도 무리하게 선발에 집착한 것도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였다는 평가다. 김병현은 훗날 몸이 늦게 풀리는 타입이라 불펜이 맞지 않았고 자신의 공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선발로 뛰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선발 전환 자체가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다는 주장이었다.

김병현은 2008년 2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경력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2010년에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 계약, 2011년에는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 입단하기도 했으나 모두 1군에서 출전기회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 이로써 김병현은 사실상 4년 가까운 시간의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순탄하게 선수생활을 이어왔다면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시점이었기에 더욱 아쉬운 장면이었다.

김병현은 2012년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KBO 리그에 입단하며 재기를 노렸다. 하지만 나이와 공백기의 영향으로 이미 김병현은 전성기에서 내려온 지 오래였다. 2014년에는 고향 팀 기아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지만 좀처럼 구위는 회복되지 못했다. 김병현은 KBO리그에서 통산 78경기 11승 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19라는 실망스러운 성적만을 기록했다.

김병현의 의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역투하는 KIA 선발 김병현 지난 2015년 8월 1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KIA 선발 투수 김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KIA 선발 김병현 지난 2015년 8월 1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KIA 선발 투수 김병현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병현은 이미 지난해 은퇴설이 한 차례 거론된 바 있다. 기아는 지난 시즌 김병현의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인 서재응-최희섭이 나란히 은퇴하며 본격적인 리빌딩과 세대교체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자연스럽게 김병현의 거취 역시 주목받았지만, 구단은 마운드 전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김병현과 1년 재계약을 선택하며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그러나 김병현은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맹장 수술을 받느라 착실하게 시즌 준비를 하지 못했고 결국 단 한 번도 1군에서 기여하지못한채 허무하게 한 시즌을 날려 보냈다. 퓨처스리그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김병현이 훈련 자체는 성실하게 수행했지만, 구속과 구위가 전성기보다 현저히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김병현은 여전히 현역 생활 지속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가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게 되면서 김병현은 자유롭게 모든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몇 년간 1군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부활 가능성이 회의적인 김병현을 원하는 팀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병현 본인은 물론이고 많은 야구 팬들 역시 김병현이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기 전에 한 번쯤은 KBO 무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메이저리그 1세대 선수들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사실상 이제 남은 현역 선수는 김병현뿐이다.

박찬호, 서재응, 최희섭, 김선우 등 김병현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메이저 1세대 선수들은 대부분 KBO 무대에서 선수생활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서재응과 최희섭은 2009년 기아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고, 김선우는 한때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박찬호는 고향 팀 한화에서 최고의 성적은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하며 현역생활의 마지막 1년을 장식하는 '은퇴 투어'를 가졌다. 이들은 은퇴하여 방송해설위원이나 지도자 코스 등을 밟으며 제2의 인생을 개척해가고 있다.

유독 김병현만 KBO 무대에서 아직 이렇다 할 족적이나 기여를 남기지 못했다. 김병현은 국내에서 불러주는 구단이 없으면 다시 해외로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생활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왕이면 선수생활의 황혼기에서 고국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양새다. 김병현이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기회는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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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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