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조진웅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조진웅 ⓒ 오마이스타


지난 10월 27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2016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그 자리에 참석한 조진웅의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그의 행동은 그 어떤 말보다 무게가 느껴졌다.

조진웅 측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에 "그 비극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공식석상에서 본인 나름대로 잊지 말자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진웅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했던 송중기, 송혜교, 이광수는 가슴에 위안부 소녀상 배지를 달고 나와 자신의 소신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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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 찾기

기왕 시작한 김에 '노란 리본'을 좀 더 찾아보자. 지난 10월 8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무도리 GO' 편에서는 박명수가 '꼬리잡기 특집' 무도리를 획득하기 위해 여의도 공원을 찾았다. 당시 박명수와 정형돈이 추격전을 펼쳤던 무한콜센터 공중전화박스의 전화기에 '노란 리본'이 크게 부착돼 있었다. 박명수가 노란 리본을 향해 휴대 전화를 가져가자 무도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절묘하게 활용한 <무한도전>만의 영리한 접근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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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방송된 KBS2 <1박 2일>에는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성숙한 연기를 뽐낸 '홍삼놈' 김유정이 출연했다. 그는 복고풍 교복을 입은 채 카메라 앞에 섰는데, 명찰 아래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김유정이 입고 있는 교복과 그 위에 달려 있는 노란 리본은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던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두 가지 이미지가 맞물리면서 그 울림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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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윤서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서현진의 노란 리본도 화제다. 지난 7일 서현진의 스타일리스트(ID : han.jion)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사진 속에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대본에 몰두하고 있는 서현진의 모습이 담겨 있었는데, 그가 신고 있는 신발에 노란 리본이 부착돼 있었던 것이다. 참고적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드라마 속에서 강동주 역의 유연석이 떨어뜨린 차키 열쇠고리에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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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진의 신발에 달린 노란 리본

서현진의 신발에 달린 노란 리본 ⓒ han.jion


 방송 소재로 노란 리본을 활용한 <무한도전>과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김유정

방송 소재로 노란 리본을 활용한 <무한도전>과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김유정 ⓒ MBC/KBS


연예인들의 노란리본을 통한 추모는 영화 제작보고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9일 <판도라>의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문정희와 김대명은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후 노후한 원전 '한별 1호'가 폭발하는 초유의 사태를 그린 재난 영화이다.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했던 지진을 연상시키는 한편, 여전히 잊히지 않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끔 한다. 정부의 무능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배우들이 달고 온 노란 리본의 의미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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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노란 리본'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7일 '제5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에 참석한 배우 김지우의 우아한 드레스 위에도, 9일 <판도라> 기자간담회를 찾은 강신일의 가슴에도 노란 리본이 반짝이고 있었다.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 VIP 시사회에 참석한 권해효의 가슴에도 어김없이 노란 리본이 빛을 내고 있었다. 11일 제주도 행사를 위해 김포공항을 찾았던 트와이스(TWICE) 정연의 가방에도 예쁜 노란 리본이 포착됐다.

지겹다는 반응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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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8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관련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위해 헌법재판소를 찾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 여성으로부터 "노란 리본 좀 안 달면 안 돼? 지겨워서 그래"라는 비아냥을 듣고 "우리 어머님 자식이 죽어도 그러실 겁니까?"라고 되물었다. 갑자기 질문을 받은 여성이 "그거랑, 그거랑 다르다"며 우물쭈물하자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이 왜 틀립니까? 사람이 죽었는데 저런 소릴 합니까!"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사람들은 그런 이 시장의 화끈함(?)에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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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성의 정체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라든지 혹은 그가 이재명 성남 시장의 안티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또, 저주를 퍼부었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응에 찬성하지도 않는다. 정작 중요한 건 노란 리본에 "지겹다"라는 반응 자체다. '어떻게 사람이 저런 말을 할 수 있어?'라고 비인간 취급할 문제는 아니다. 대놓고 말하진 못해도, 그와 같은(혹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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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해 "노란 리본 좀 안 달면 안돼? 지겨워서 그래"라고 말하는 여성

이재명 성남시장을 향해 "노란 리본 좀 안 달면 안돼? 지겨워서 그래"라고 말하는 여성 ⓒ 오마이TV


우리에겐 대답이 필요하다. 윽박지른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당위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건 초반일 뿐이다. 사람들은 궁금하다.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왜 노란 리본을 다는 거야?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거지? 왜 그렇게 티를 내는 걸까? 혹은 좀 더 선의의 물음이 존재할 수도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데, 추모집회에 나가거나 리본을 달거나 하는 일이 실제로 무슨 도움이 될지 회의가 듭니다"(정혜신, <정혜신의 사람공부> 중)과 같은 질문 말이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이렇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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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학생의 오빠가 죽을 만큼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어요. 그러다 이 아이가 전철을 타고 가던 중에 가방에 세월호 리본을 단 학생을 봤대요. 그런데 그 순간 '세상이 다 잊은 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그때부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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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희생 학생의 엄마가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글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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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쫙 깔렸다. 오는 길에 야채를 사서 양손에 들고 오는데 더 무겁게 느껴져 발길이 더뎌졌다. 힘들어 죽겠다 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어느 여핵생이 존나, 씨바, 빙신새끼가 어쩌고저쩌고, 열받아하며 지나가는데 여학생 가방에 리본이 달랑당랑. 그걸 보는 순간 내 마음이 이 여학생 편에 선다. 그래, 어떤 XX가 예쁜 너를 열 받게 했을까. 나는 우리 아들 보고픈 거 삭히느라 가슴에 열이 나 숯덩이 된단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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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글(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229649&s_no=1229649&page=1)

오늘의 유머에 올라온 글(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229649&s_no=1229649&page=1) ⓒ 오늘의 유머


정혜신은 "노란 리본의 존재감, 영향력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이렇게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세월호 참사로 동생을 잃은 오빠를 일으켜 세운 건 누군가의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이었고, 희생 학생의 엄마가 '힘들어 죽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를 위로한 것도 처음 보는 여학생의 가방에 달려 있던 노란 리본이었다. 눈물이 핑 돈다. 아, 그들에게 노란 리본의 의미는 이런 것이었구나. 다른 사람들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위로가 이토록 강력한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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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혜신은 이렇게 당부한다. "나는 당신의 고통을 기억하고 있다는 상징, 표시, 그것 없이 사람을 구할 수 없어요. 노란 리본은 그런 상징물입니다. 꼭 달아주세요. 그 순간 모두 치유자가 돼요." 연예인들이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노란 리본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리하여 기억을 환기하고 망각을 경계한다면, 그렇게 우리 모두가 '치유자'가 되어간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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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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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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