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레이디스> 영화 포스터

▲ <뷰티풀 레이디스> 영화 포스터 ⓒ (주)유로커뮤니케이션 영화사업본부


프랑스 영화 <뷰티풀 레이디스>는 마틸드(소피 마르소 분)가 감옥에 갇힌 남편을 탈옥시킨 혐의로 죄수 번호 '383-205-B'로 감옥에 갇히면서 시작한다. 감옥을 무대로 다룬 영화답게 원래 제목은 여성 죄수를 뜻하는 'La taularde'이다. 영어 제목으로 붙여진 'jailbirds'는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사람, 즉 죄수를 의미한다.

국내에선 원래 제목과 영어 제목이 딱딱하다고 느껴졌는지 다소 말랑한 <뷰티풀 레이디스>로 바뀌었다. 제목이 엉망진창이라고 비판하는 것으로 오해하진 마시길. <뷰티풀 레이디스> 역시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제목이다.

<뷰티풀 레이디스>는 남편을 대신해 감옥에 들어간 여자 수감자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오드리 에스트루고 감독은 "남편을 위해 감옥에 들어온다는 것은 여성들만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반대의 경우는 보지 못했고, 많지도 않을 거다"라고 강조하며 여성의 희생정신에 주목했다.

영화는 첫 장면에서 수감 절차를 밟는 마틸드를 보여준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마틸드는 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옷가지를 하나씩 벗는다. 조용히 명령에 따르던 그녀는 침묵을 깨고 교도관에게 말을 건넨다. "왜 반말하세요?" 이 장면은 발가벗겨진 여성, 시스템의 권위, 저항의 몸짓이란 영화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리고 여성을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영화의 질문

 영화 <뷰티풀레이디스> 스틸컷

영화 <뷰티풀레이디스>의 한 장면 ⓒ 디스테이션


<뷰티풀 레이디스>는 두 가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마틸드가 겪는 감옥 생활이다. 평범한 문학교사였던 마틸드는 감옥이란 억압된 공간에 적응하질 못한다. 같은 방에 있는 죄수는 끊임없이 협박을 일삼고, 몸에는 피부병이 도졌으나 약조차 구하기 힘들다. 어려움 속에서도 마틸드는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동료 죄수 아니타(수잔 클레망 분) 등과 가까워지며 힘을 얻는다.

희망이 꿈틀대는 맞은 편엔 남편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는 절망이 도사린다. 탈옥을 도운 죄로 2년을 예상했던 마틸드는 남편이 도주 과정에서 자신이 주었던 총으로 살인을 저지르면서 10년으로 형량이 늘어나 버린다. 남편과 연락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경찰은 협조하면 무죄로 방면해주겠다고 제안한다. 폭력과 부조리를 바퀴로 돌아가는 감옥에서 그녀를 버티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남편이란 존재였다. 힘겨운 수감 생활이 계속되자 남편을 의심하게 된 마틸드는 탄식한다. "뭐가 뭔지 모르겠어."

오드리 에스트루고 감독은 <뷰티풀 레이디스>가 수감자와 교도관 간의 힘겨루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인간관계에 대해 질문을 하고 싶었던 영화라고 밝혔다. 영화 제작을 위해 감옥에 갇힌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녀가 깨달은 것은 '휴머니티'라고 한다. 그런 생각은 "지금 사회에서 여성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란 질문으로 이어졌다.

감독 스스로 "불평등한 사회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여성들의 영화"라고 정의한 <뷰티풀 레이디스>엔 부당한 처지에 놓인 감옥 속 여성(죄수와 교도관)들이 등장한다. 감옥을 무대로 삼았기에 <뷰티풀 레이디스>는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예언자>와 비교해봄 직한 구석이 있다. <예언자>는 감옥에서 생성되는 생존의 법칙과 악의 연대기를 예언자가 목격한다. 여기엔 남성의 약육강식이 있다. <뷰티풀 레이디스>는 마틸드, 아니타 등의 얼굴을 빌려 짓밟히고 무시당하는 약자를 조명한다. 감옥에 갇힌 여성은 곧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인 셈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뷰티풀 레이디스>는 도리어 로랑 캉테 감독의 <클래스>에 가깝다. <클래스>가 학교를 표본으로 프랑스 사회를 현미경처럼 관찰했다면, <뷰티풀 레이디스>는 감옥을 리트머스로 삼아 프랑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답은, '연대와 희망'

 영화 <뷰티풀레이디스> 스틸컷

ⓒ 디스테이션


프랑스 영화계에서 차세대 여성 감독으로 주목 받는 오드리 에스트루고는 전작 <Regarde-moi>(2007)와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즈>(2014)에서 소외된 계층과 여성을 그린 바 있다. <Regarde-moi>에선 파리 주변부 빈민가를 떠도는 청춘을 보여주며 제목 그대로 "나를 바라봐" 달라고 목청껏 외쳤다.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즈>는 강간을 당한 여성의 부서진 삶을 묵묵히 응시했다.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즈>의 피해 여성은 다른 여성의 힘을 빌려 삶의 온기를 되찾는다. <뷰티풀 레이디스>에선 반목하던 여성 죄수들이 동료를 위해 힘을 모으고 사이좋게 누워있는 장면이 나온다. 이 모습은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즈>의 마지막 장면, 다른 여성들의 무리에 속한 피해 여성의 평온한 얼굴과 주위로 울리는 '베토벤 교향곡 제7번 가장조 작품92'가 함께 만든 생명력과 겹쳐진다.

타자에 머물던 마틸드는 동료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한 순간, 분노한다. 독방에서 나온 마틸드가 감방으로 돌아가는 끝은 의미심장하다. 시스템의 강력한 힘은 저항의 몸부림을 무위로 돌려놓았다. 하지만, 전작 <비하인드 클로즈드 도어즈>의 연장선에 선 듯한, '닫힌 문 뒤'에 있는 여성들은 처음과 다르다. 더는 혼자가 아니다. 아름다운 그녀들은 그렇게 연대와 희망이란 싹을 틔웠다.

* <뷰티풀 레이디스>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교도소에 들어간 마틸드가 교도관에게 검사를 받으면서 상체 노출을 하지만, 영등위는 흐름상 15세가 보아도 무방하다고 판단하여 손대질 않았다. 그런데 마틸드가 교도관을 포크로 위협하는 장면은 모조리 블러 처리가 되어 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위협이 아닌, 부조리를 향한 저항과 생존의 처절함이 맞물린 상징적인 대목이 아닌가. 포크를 흉기로 사용했기에 18세 등급을 받을 것을 우려한 수입사의 고육지책일까? 이런 수위도 용납하지 않는 영등위의 심의도, 수입사의 지나친 몸 사리기도 모두 유감스럽다. 블러 처리는 2016년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뷰티풀 레이디스 소피 마르소 수잔 클레망 앤 르 니 오드리 에스트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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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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