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닥터 김사부>의 포스터

<낭만 닥터 김사부>의 포스터 ⓒ SBS


시청률 9.5% (닐슨코리아 기준), 동시간대 1위, 성공적인 첫 회였다. SBS 월화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출발이 심상찮다. 경쟁작인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8.2%,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는 7.5%에 그쳤다. '숫자'로 드러나는 '겉' 지표보다 중요한 것은 '반응'이라는 '속' 지표다. 일단, <낭만닥터 김사부> 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포털 사이트 DAUM에서 실시하고 있는 설문조사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90%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tvN <안투라지>가 '캐릭터 소개'에 무려 2회 분량을 '소비'하는 유행에 뒤떨어진 전략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와르르 무너뜨렸던 것과 달랐다. <낭만닥터 김사부>에겐 단지 1회만으로 충분했다. 캐릭터 소개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뼈대를 탄탄히 잡아 나갔고, 등장 인물들의 관계에 대한 설명도 깔끔하게 마쳤다. 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만큼 다채로운 사건들을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 녹여냈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몰아쳤다.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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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MSG, 높아진 기대치를 어찌할 것인가

첫 장면은 강동주(유연석)의 어린 시절로 시작됐다. 사고를 당한 동주의 아버지가 응급실에 먼저 도착했음에도 의사 도윤완(최진호)은 VIP 환자에만 집중했다.(출세지향적인 그는 훗날 '거산대학병원'의 원장이 된다.) '우리 아버지가 저 사람보다 먼저 들어왔다'고 소리를 질러도 병원 측은 아무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불의(不義)를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동주는 절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화를 이기지 못하고 난동을 피우는 동주를 진압한 건 병원의 또 다른 의사 부용주(한석규)였다.

"진짜 복수 같은 걸 하고 싶다면 그들보다 나은 인간이 돼라.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줘. 알았니?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

'분노 말고 실력으로 되갚아 주'라는 부용주의 충고는 동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됐다. 성인이 된 그는 의사가 됐고, 거산대학병원의 인턴이 돼 '응급의학과'에서 일하게 된다. '잡심부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당찬 동주는 윤서정(서현진)을 만나게 되고,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안위 따위는 고민하지 않는 서정의 거침없는 모습에 반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로맨스가 진행되고, 뜬금없는 키스신이 당혹스럽긴 하지만, 이 강렬한 MSG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효과만점이었다.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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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드라마였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1회 분량이지만, <낭만 닥터 김사부>는 폭풍 전개를 멈추지 않았다. 윤서정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연인 문 닥터(태인호)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문 닥터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를 알지 못한 윤서정은 깊은 죄책감에 빠져든다. 차 안에서 자신에게 청혼을 하던 문 닥터에게 '고백을 받았는데 떨렸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 여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MSG가 투척된다. 바로 납득하기 어려운 '산행'이다. 도대체 윤서정은 깁스를 한 팔로 아득바득 왜 산에 올라가려 했던 것일까. 결국 발목을 삐끗하며 굴러 떨어진 윤서정은 산 속에서 조난을 당하고, 부용주(한석규)가 등장하면서 1회가 마무리 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우연'이다. 하지만 극단의 상황에 내몰린 서현진의 눈물 연기와 함께 극적으로 나타난 한석규의 '목소리'가 장면을 가득 채우면서 이번 MSG도 제몫을 해내고야 만다.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 SBS


존재감 가득했던 한석규의 5분, 드라마 이끌었던 믿고 보는 서현진

한석규의 출연 분량은 고작 5분 가량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것만으로도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1회에서 부용주의 등장 신은 2번이었는데, 첫 번째는 부용주로부터 치료를 받던 강동주의 시선이었고, 두 번째는 역시 치료를 받던 윤서정의 시선에서 바라본 것이었다. 부용주의 모습은 흐릿했고, 불분명했다. 마치 여간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괴짜 의사인 그의 정체를 표현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목소리'만큼은 귀를 뚫고 들어올 만큼 명료했다.

한편, tvN <또 오해영>을 통해 여성들의 '워너비'로 자리매김한 서현진은 안정감 있는 연기력으로 드라마를 이끌어나갔다. '미친 고래'라는 별명과 달리 마음이 여린 윤서정의 다양한 모습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했다. 강동주와의 기싸움은 물론 급작스럽게 연결된 로맨스도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생소한 의학 용어도 똑부러지는 목소리와 뛰어난 대사 전달력을 지닌 서현진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의학 드라마가 처음이라던 엄살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공사장 붕괴 사고로 인해 철골이 몸통을 관통한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는데, 윤서정은 환자의 복부를 절개하고 출혈이 진행 중인 혈관을 '검지'로 잡아낸다. 드라마 초반에 배치된 이 장면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하는 진정한 의사인 윤서정 캐릭터를 설명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을 드라마에 몰입시키는 중요한 신이었다. 놀랍게도 서현진은 떨리는 눈빛, 안면의 근육, 입술의 미세한 움직임 등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신경을 동원해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채널 고정'의 1등 공신이다.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낭만 닥터 김사부>의 한 장면 ⓒ SBS


마지막 한석규가 등장했던 장면은 순간 시청률 12.23%를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9.5%)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그만큼 한석규의 연기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알 만하다. 그렇다. 아직 한석규는 제대로 등장하지도 않았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돌담병원'은 2회에서 제대로 소개될 예정이다. 1회에서 상당히 많은 걸 쏟아낸 것 같지만, 아직 감춰둔 카드가 훨씬 많아 보였다. 예고편에서 잠깐 등장한 돌담병원의 간호부장 오명심(진경)과 행정실장 장기태(임원희)의 활약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첫 장면에서 강동주의 입으로 읽힌 '불의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 불만과 불신으로 가득한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낭만닥터 김사부>가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된다. 괴짜 의사 부용주/김사부와 패기로 가득 찬 젊은 의사 윤서정, 강동주가 어떤 '스파크'를 만들어 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속도전을 방불케 할 만큼의 빠른 전개와 강력한 MSG 채워진 1회 때문에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낭만닥터 김사부>가 앞으로도 계속 충족시켜 나갈 수 있을지다. 부디, 갈수록 힘이 빠져 늘어지는 범작(凡作)이 되지 않길!

낭만 닥터 김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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