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매력적인 악당' 마릴린 맨슨.

여전히 '매력적인 악당' 마릴린 맨슨.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의 네 번째 내한공연이 가까워지면서 종교계 일각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졌다. 사타니즘을 표면화한 충격적인 퍼포먼스 덕에 끔찍한 소문과 추측이 무성했던 그는 여전히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일 공연은 정상적으로 열렸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예스24 라이브홀에 도착하니 본 공연은 1998년 1월 1일 이전 출생자만 관람이 가능한 '미성년자 관람 불가' 공연이라는 안내가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공연장의 주를 이룬 30~40대 팬들은 안내판 앞에서 해맑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5분 더 일찍 시작되었다. 리아나(Rihanna)의 '비치 베터 해브 마이 머니(Bitch Better Have My Money)'가 흐르자 관객들은 환호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마릴린 맨슨은 '앤젤 위드 더 스캐브드 윙즈(Angel With the Scabbed Wings)'로 8년 만에 다시 만난 한국 팬들과 뜨거운 인사를 나눴다.

무대는 관객들과 함께 '디스파서블 틴스(Disposable Teens)'를 부르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릴린 맨슨이 21세기에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최신작 <더 페일 엠페러(The Pale Emperor)>에 실린 '큐피드 캐리즈 어 건(Cupid Carries a Gun)', '딥 식스(Deep Six)'도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폭발적인 '이레스판서블 헤이트 앤썸(Irresponsible Hate Anthem)', 라이브의 매력을 한껏 살린 '도프 쇼(The Dope Show)', 목발 퍼포먼스를 선사한 '스윗 드림즈(Sweet Dreams)' 등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던 시절로 인도했다.

객석으로 진입해 밴드를 대표하는 '뷰티풀 피플(The Beautiful People)'을 부르며 마지막 열정을 불태운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80분이 채 되지 않았던 짧은 공연이 못내 아쉬웠던 팬들은 쉽게 무대를 떠나지 못했다. 

과거와 같은 쇼킹함은 없었다. 맨슨은 종종 마이크 스탠드를 걷어차고 침을 뱉는 등 특유의 퍼포먼스와 강렬한 샤우팅으로 아직 노쇠하지 않았음을 과시했지만, 부쩍 살이 붙은 몸매와 거친 호흡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마릴린 맨슨은 유달리 혼란스러웠던 '그날의 기억'을 잠시 잊게 할 강렬하고 짜릿한 공연으로 악당의 매력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참고로 밴드는 내년 밸런타인데이에 열 번째 정규 앨범 '세이텐(SAY10)'을 발표할 예정으로 "지난 앨범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했다.

 8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과 만난 마릴린 맨슨.

8년 만에 다시 한국 팬들과 만난 마릴린 맨슨. ⓒ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세트리스트(괄호는 곡이 수록된 앨범)
Angel With The Scabbed Wings(Antichrist Superstar)
Disposable Teens(Holy Wood)
No Reflection(Born Villain)
mOBSCENE(The Golden Age of Grotesque)
Cupid Carries A Gun(The Pale Emperor)
Irresponsible Hate Anthem(Antichrist Superstar)
Deep Six (The Pale Emperor)
The Dope Show(Mechanical Animals)
Tourniquet(Antichrist Superstar)
Sweet Dreams(Are Made of This) (Smells Like Children)
Cruci-Fiction in Space(Holy Wood)
Coma White(Mechanical Animals)
The Beautiful People(Antichrist Sup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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