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개막한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참석한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

지난 2일(현지시각) 개막한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참석한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 ⓒ 뉴스타파


 지난 2일(현지시각) 개막한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참석한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

지난 2일(현지시각) 개막한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에 참석한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 ⓒ 뉴스타파


"정우성씨도 블랙리스트에 있어요."
"있다고요? 제가요? 몰랐어요(웃음)."

지난 2일(현지시각) 개막한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 김성수 감독과 영화 <아수라>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배우 정우성은 <뉴스타파> 장정훈 PD의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을 받고는 황당한 듯 웃어 넘겼다. 실제 블랙리스트에는 동명이인인지 확인되진 않지만, '정우성(영화)'이라는 이름이 존재한다. 정우성은 이어 침착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잖아요.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되는 거죠. 이해충돌은 늘 어느 시대에나 있는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리스트를 명명해서 이름을 올리고 하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만든 거지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니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일이던 지난 5일, <뉴스타파>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영상은 정우성의 이름값과 소신의 힘을 증명하듯, 8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얼굴도, 생각도 멋진 정우성도 정우성이지만, 김성수 감독의 관련 대답은 훨씬 더 명쾌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함의하고 있었다.



정우성과 김성수의 일갈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 권우성


"제가 느끼기에는 영화계에는 그런 블랙리스트나 검열이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 말은 거꾸로 말하면, 영화감독들이나 배우들은 비교적 현재 한국 상황에서 좀 자유로운 사람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난 7~8년 동안에 한국의 정치 상황이 언론이나 예술계에 약간 알게 모르게 무형의 압력이 있어서 표현의 자유나 이런 게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방송이나 언론이나 다른 분야들이 많이 위축돼 있으니까 영화 쪽이 좀 더 풍자하고 더 강하게 반영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 대해서는 한국 영화계가 굉장히 위축되고는 이지만 그래도 영화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깨어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창피해서 죽겠어요"라면서도 "지금의 이런 어둠이 잘 걷히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라던 김성수 감독. 그의 발언은 지난 7~8년 간, 정확히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문화예술인들을 위시해 우리가 얼마나 위축됐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낱낱이 확인하며 외부(국)의 시선으로부터 더더욱 '창피'할 수밖에 없는지를 재확인하게 해 준다.

MB 정부 이후 서서히 망가져온 표현의 자유를, 그 안에서 좀 더 자유로웠던 영화계가 내놓은 일련의 사회비판적 대중영화들의 출현 이유를, 반면 <PD수첩>을 비롯해 왜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사망 직전에 처했는지를, 그리하여 <자백>과 같은 사회파 다큐멘터리가 그 7~8년 동안 방송이 아닌 극장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야 했는지를.

그리하여, 군사정권 하에서나 있을 법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청와대가 직접 지시했다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또 얼마나 참혹하고 참담한지를. 그러나 아직 상황은 녹록지 않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그 이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지우고 명명백백 진상을 규명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가 발표한 시국선언문 현장에서 벌어진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4일 광화문에서 벌어진 일들

"박근혜 퇴진" 천막 강제철거하는 경찰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시국선언 뒤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퇴진' 천막을 설치하자 경찰들이 강제철거하고 있다.

▲ "박근혜 퇴진" 천막 강제철거하는 경찰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시국선언 뒤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에 '박근혜 퇴진' 천막을 설치하자 경찰들이 강제철거하고 있다. ⓒ 권우성


"박근혜 퇴진! 국회청문회 실시!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문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한국작가회의, 예술인소셜유니온,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을 중심으로 모인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의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의 중심 구호다.

이날 참석한 문화예술인 100여 명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박근혜 퇴진' 캠핑촌을 만들기 위해 행동에 돌입했고, 이를 막기 위해 나선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가 끝난 직후, 경찰들이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다행히 5일 20만 인파가 운집한 '박근혜 퇴진' 범국민 대회까지도 일명 '박근혜 퇴근혜 캠핑촌'은 무사히 살아(?)남았고, 향후 지속적으로 운용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여론의, 문화예술인들의 단합과 의지가 결집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그 '어둠'의 물리력이 출몰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정권의 손짓 하나로 사회풍자적인 방송 내용이 확 바뀌고, 소위 보수적인 영화들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 왔으며,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법정에 소환돼 유죄를 선고 받는 파행과 고초를 겪어야 했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가 다수는 자기검열에 시달려야 했고,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고도 "시대가 그러려니"하며 감내해야 했다. 국민들 대다수가 지지율 5% 정권을 비판하고 돌아서고 있다.

그 중 최순실-차은택-김종덕 전 장관으로 이어지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횡과 난맥상이 공공연하게 드러났다. 이번 기회에 '표현의 자유'의 회복은 물론 문화 정책 전반에 사사로운 인맥과 파행적인 정책들을 되돌리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문화예술인 시국선언에는 총 288개 단체 7449명이 참가했다. 향후, '문화예술난장 및 만민공동회', '박근혜정부 예술검열 및 문화행정 파행 관련 국회토론회',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조사 및 기록 공개 등을 진행하고 요구할 예정이다.

문화예술인들 모두 정우성과 같은 심정일 것이다. "신경쓰고 쓰지 말고"서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사회가, 정권이 그렇게 놔둔다면 말이다. 또 그렇게 하고 싶은 말 하면서 우직하게 나아가는 이들 역시, 7449명의 시국선언 참여자들과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인 모두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박근혜 정권이 만든 블랙리스트가 분노의 부메랑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임옥상 화백 ,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임옥상 화백이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임옥상 화백 ,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 '박근혜 퇴진 문화예술인 시국선언'(7,449명, 288단체 참여)이 4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우리 모두 블랙리스트 예술가다 예술행동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철저수사, 책임자 처벌, 국회 청문회 실시, 차은택-김종 구속수사, 최순실-차은택-김종 문화부역자 사퇴, 예술검열, 문화행정 파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임옥상 화백이 '박근혜-최순실게이트 무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정우성 블랙리스트 문화계 아수라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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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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