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영화 <오! 마이 파파> 간담회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제동.

2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영화 <오! 마이 파파> 간담회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제동. ⓒ 모멘텀 엔터테인먼트


"세상 모든 아이들의 비선 실세가 되어 주신 분이죠. 이런 비선이야 말로 진짜고, 든든하죠."

이 한 마디에 청중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서울 왕십리 CGV에서 2일 오후 다큐멘터리 영화 <오! 마이 파파> 간담회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제동의 말이었다.

영화는 한국전쟁 직후 한국으로 들어와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해 전쟁고아 등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세계 각국 어린이들에게 헌신한 알로이시오 슈월스 신부(한국 이름: 소재건)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 이례적으로 홍보사 관계자가 아닌 김제동이 일일 사회자로 마이크를 잡았다. 현장엔 연출을 맡은 박혁지 감독, 마리아수녀회 정말지 대표를 비롯해 김 미카엘라, 조 마리아 수녀, 그리고 안상영 알로이시오 초등학교교장, 백광우 도티병원 치과장이 참석했다.

가난한 아이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를 돕기 위해 알로이시오 신부 이하 마리아수녀회 수녀들은 일일이 집을 방문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돈이나 물질로 돕는 일회성 원조가 아니라 청소년기까지 책임지는 교육 과정을 통한 도움이다. "한 명의 아이가 곧 하느님이고, 그 아이를 통해 가정이 행복해지고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알로이시오 신부의 신념을 집중 조명하며 그의 정신을 따르고자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수 십 년 이상 외길을 걷고 있는 수녀들의 삶도 조명했다.

성인 뒤에 이름 없이 존재하는 성인들

 영화 <오! 마이 파파>의 포스터.

영화 <오! 마이 파파>의 포스터. 김제동은 "이 영화는 소 신부의 영화이면서 아이들 영화기도 하고, 대한민국 영화면서, 남미영화이고, 사람에 대한 영화이며 신과 어머니에 대한 영화"라고 평했다. ⓒ 마리아수녀회


알로이시오 신부는 아이들과 함께 검소한 삶을 살았고, 죽기 직전 남긴 음성 메모와 한 수녀에게 남긴 서신들 외엔 이렇다 할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영화는 남은 고인의 사진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입혀 입체감을 살리고, 관련 인물의 인터뷰 영상을 제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현장에 참석한 마리아수녀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난 알로이시오 신부의 발끝도 따라가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각자 학교와 병원 등에서 헌신하고 있음에도 겸손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에 김제동은 "성인 뒤엔 늘 다른 성인들이 있다"며 "여기 있는 분들이 성인이며 <오! 마이 파파>는 이름 없는 성인들을 조명하는 영화가 아닐까"라고 해설을 덧붙였다.

정말지 수녀는 "사실 신부님의 이야기를 영화까지 할 계획은 없었고, 곧 25주기이기도 해서 우리끼리 자료를 준비하다가 박혁지 감독의 제안으로 일이 이뤄졌다"며 함께 수고한 이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 마리아 수녀 역시 "영화를 통해 신부님의 영웅적 덕행이 알려지고, 현 시점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함께 영화를 관람한 김제동 역시 소회를 밝혔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저로서는 소 신부님을 통해 아버지를 만난 기분이었다"며 그는 "이 영화는 소 신부의 영화이면서 아이들 영화기도 하고, 대한민국 영화면서, 남미영화이고, 사람에 대한 영화이며 신과 어머니에 대한 영화"라고 촌평했다.

참 지도자에 대한 갈망 그리고 헌법 정신

 2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영화 <오! 마이 파파> 간담회 현장. 왼쪽 부터 백광우 도티병원 치과장, 안상영 알로이시오 초등학교장, 김 미카엘라 수녀, 조 마리아 수녀, 정말지 수녀.

2일 오후 서울 CGV왕십리에서 진행된 영화 <오! 마이 파파> 간담회 현장. 왼쪽 부터 백광우 도티병원 치과장, 안상영 알로이시오 초등학교장, 김 미카엘라 수녀, 조 마리아 수녀, 정말지 수녀. ⓒ 모멘텀 엔터테인먼트


1966년 마리아수녀회와 인연을 맺은 백광우 도티병원 치과장은 "지나간 세월을 보니 신부님을 닮는다는 게 불가능 한 것 같고 수녀님들 발끝도 못 따라가는 걸 알았다"며 "이런 영웅적인 분들을 지도자로 삼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부님의 기적은 곧 교육의 힘이며 우리나라 여성들이 전 세계에 나가 교육하는 힘이 참 놀랍다고 생각한다"며 "죽어가는 사람이 사는 것만 기적이 아니고 쓰레기 더미에서 살던 아이들이 꿈을 갖고 자기 꿈을 이루는 게 기적"이라 덧붙였다.

박혁지 감독은 "이런 분들 덕에 알로이시오 신부님 정신은 현재진행형"이라 정의하며 "여전히 살해 위협을 받으며 헌신하는 분도 계신다. 신부님은 참 검소하게 사셨는데 사업 규모는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마리아수녀회는 현재 전 세계 중 빈부격차가 큰 5개 국가에 복수 이상의 교육시설을 설립했고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을 위한 후원자들 역시 각 분야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후원 재단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 영화가 보여준다"고 진단한 김제동은 "이왕 후원할 거면 모두를 먹일 정도의 스케일은 나와야 한다"며 미르재단 및 K스포츠 재단 파문이 일고 있는 현재 한국 상황을 비유하며 말하자 다시 한 번 청중에서 웃음이 터졌다.

간담회 말미 김제동은 해당 작품을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 빗대는 기지를 발휘했다. "영화를 보니 헌법이 생각났다"며 그는 즉석에서 아무런 자료를 참고하지 않고 해당 부문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의 발언을 전한다.

"종합하자면 알로이시오 신부님은 교육자셨고 문학가셨으며 그 모습이 각각의 수녀님으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헌법 생각이 났습니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에 주목해야 하는 건 우리 헌법 10조에 있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또 영화를 보면 신부님이 내 가족이 다른 열악한 시설에 있는 걸 용납할 수 있겠느냐 묻는데 이건 국가가 가져야 할 교육의 정신이기도 합니다. 

또 36조엔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국가는 어머니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거죠. (신부님의 그런 정신은) 하느님의 법이 물론 구현된 것이기도 하지만 헌법 정신도 이 땅에 구현되어야 합니다. 30조에 보면 범죄피해구조권도 있어요. 국가는 (사고, 피해를 당한) 아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일상에 복귀하도록 보장해야겠습니다. 마치 시국 선언 같은 간담회네요. (웃음) 이만 간담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제동 오! 마이 파파 마리아수녀회 교육 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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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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