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샴페인 파티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선수들이 샴페인 파티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은 몰랐다.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보다 더 늦게 시작한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벌써(?) 막을 내렸다. 불과 4경기 만에 막을 내린 2016 KBO 리그 한국시리즈는 경기 결과 뿐만 아니라 내용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야구 외적으로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 속에 치러졌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8시, 9시 메인뉴스 방송의 시청률이 한국시리즈 시청률보다 더 높게 나오는 이변(?)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1995년 한국시리즈 이후 두산 베어스는 무려 21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였다. 1995년 당시 7차전까지 치러졌던 한국시리즈는 7차전 중계 당시 긴급 뉴스속보가 방송되는 바람에 가장 긴장감 넘치는 경기의 일부가 아예 전국에 방송되지 못했다. 야구중계까지 멈추게 했던 그 속보는 다름 아닌 전직 대통령(노태우)의 비자금 스캔들이었다.

그러나 21년 뒤 대한민국은 전직 대통령이 아닌 현직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의사결정을 민간인 실세에게 의존하는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2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과 패닉, 그리고 분노에 휩싸여 있다.

공교롭게도 두산 베어스는 야구 외적으로 국민들의 관심이 분산되어 있는 상황 속에 치러진 한국시리즈 (1995년, 2016년)에서 특유의 뚝심으로 꿋꿋하게 우승컵을 차지하였다. 그런데 2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 시즌 두산 베어스의 야구는 '압도' 그 자체였다.

역대 정규시즌 사상 최다인 93승을 거둔 두산 베어스는 주축 선발투수 4명 (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하지만 매치업 상대인 NC 다이노스도 역대 정규시즌 사상 5번째로 많은 승수인 83승을 거두었다. 83승의 원천은 이른바 나테이박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 박석민)으로 대표되는 막강 중심타선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다이노스는 믿기 힘든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믿었던 타선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 넘게 충분한 휴식을 취한 막강 선발투수 4명이 모두 5이닝 이상 넘게 버텨주었고, 단순하게 버틴 것을 넘어 마운드에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두산 베어스는 많은 징크스를 깨뜨렸을 뿐더러 다양한 기록도 수립했다. 그들이 일궈낸 기록들은 다음과 같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1.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날려버린 한국시리즈 1차전 징크스

올해 이전까지 두산 베어스는 총 8번 (1982년, 1995년, 2001년, 2005년, 2007년, 2008년, 2013년, 2015년)의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이 중에서 1차전을 승리했던 2007, 2008, 2013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물론 2005년의 경우 1차전을 패배했고, 아예 시리즈가 4차전에서 마감된 적도 있다. 베어스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했던 년도에는 100%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베어스는 1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2차전에서는 8회부터 타선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그 흐름이 폭발하면서 3, 4차전을 내리 따내는 기염을 토하였다.

2. 샴페인을 원정구장에서 터뜨리다

두산이 여태껏 4회 우승 (1982년, 1995년, 2001년, 2015년)을 차지하는 동안 최종 축하 무대는 홈구장인 잠실구장이었다. (1982년은 동대문구장에서 치러졌음) 반면에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는 우승을 차지했던 1990년, 1994년 모두 원정 유니폼을 입고 축배를 터뜨렸다.

대조되는 역사를 가졌던 베어스는 올 시즌 한국시리즈를 원정에서 치러진 4차전으로 마감하면서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축배를 원정 유니폼을 입고 터뜨리게 되었다.

3. 상대 타선을 단 2점으로 묶다

한국시리즈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베어스 투수진이 다이노스 타선에게 허용한 점수는 고작 2점이었다. 역대 최소 점수는 공교롭게도 2005년 두산베어스가 기록한 5점이었다. 올 시즌 다이노스의 팀 홈런은 169개에 팀 득점은 857점이었다. 모두 두산 베어스 다음으로 높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다이노스 타선은 베어스 선발투수 '판타스틱 4'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에게 완전히 압도당했다. 베어스 포수 양의지는 상대 타선의 허를 찌르는 노련한 볼배합과 안정적인 투수리드로 판타스틱 4의 호투를 이끌어낸 반면, 다이노스 김태군은 1차전부터 패스트볼을 남발하며 그답지 않게 불안한 모습을 계속 노출했다. 배터리의 안정감 차이에서 이번 시리즈의 추는 급격하게 기울었다.

4. 명실상부한 퍼펙트 집권

2000년 현대는 역대 정규시즌 최다인 91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상대팀 두산 베어스에 내줄 뻔 하였다. 먼저 3승을 거두고도 내리 3게임을 내주면서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을 치러야 했다. 정규시즌 91승이 무색하리만치 베어스에 고전을 거듭하던 현대 유니콘스는 천신만고 끝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91승의 의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현대 유니콘스에게 압도적 강자의 왕관을 내줄뻔 했던 두산베어스는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면서 우승 직전까지 접근했다. 당시 선전을 발판삼아 베어스는 2001년 한국시리즈 역전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6년 후,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베어스는 자비를 용납하지 않았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힘에서 상대 팀 다이노스를 완벽하게 압도하였다.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했던 게임이라 불리울만큼 베어스는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완벽 그 자체였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두산 베어스는 서울 연고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우승 직후 다음 시즌에서 매번 고전을 면치 못하던 징크스에서도 완벽하게 탈출하였다. 과연 두산 베어스의 질주는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 지금으로선 타 구단의 부러움이 지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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