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포스터. <자백>은 사회적 의미만을 갖춘 작품이 아니다. 그 자체로 이미 잘 만든 영화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 포스터. ⓒ (주)시네마달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자백>이 27일 1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보름 만이다. 1만을 흥행 기준으로 보는 독립다큐멘터리 세계에서 10만은 기적과도 같다. 개봉 전 온라인 펀딩을 통해 4억 3천만 원의 후원이 모아진 게 큰 역할을 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방해를 관객들이 뚫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백>은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탈북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을 추적하는 영화다. 조작에 관련된 국정원 직원들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인터뷰하는 모습은 영화의 압권이다. 유우성씨에게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그간 광범위하게 이뤄진 국정원의 간첩 조작을 드러내면서 보수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정보기관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고발한다. <뉴스타파> 최승호 감독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휘발성 높은 소재만큼이나 개봉에 대한 우려도 컸던 게 사실이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권력과 자본의 방해를 돌파하기 위해 공개적인 펀딩을 시도해 시선을 끌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의 영화에는 어떻게든 상영관을 주지 않으려던 멀티플렉스도 관객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일부 상영관을 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자백> 개봉 과정에서 공개되지 않은 압박이 많았다"고 전하고 있다. 권력기관이 다양한 경로로 압력을 가해왔고, 일부 관계자들의 경우 국가기관의 통신자료 제공요청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민감한 작품을 제작 배급한 작은 영화사들이 세무조사 등의 압박을 받았다는 것은 영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은 '다큐멘터리'에 충실하다.

ⓒ (주)시네마달


멀티플렉스 상영관은 생색내기 수준...사회 명사들이 흥행 이끌어

멀티플렉스는 초기 예매율이 높은 상태에서도 스크린 수 150개에 상영회수 400회 미만의 상영관을 열었다. 첫주 주말 관객이 하루 1만을 넘어서며 흥행 탄력이 붙고 좌석점유율도 10% 이상으로 두 자리 수를 유지했으나 상영관은 늘기는커녕 줄었다.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개봉 1주일이 지나서부터는 상영관 수도 200회 안팎 정도로 절반이나 줄었다. 그럼에도 좌석점유율은 상승하며 관객들의 관심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박스오피스 순위에서도 개봉 후 전체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개봉 직후 대기업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흥행이 되면 극장을 더 열 것이다. 한국영화 스크린쿼터를 채워야 하는 시기라 굳이 일부러 상영관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스크린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영환경에서 자백의 흥행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회 명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데, 개념 배우라 불리는 김의성씨를 비롯해 김광진 전 의원, 정봉주 전 의원이 나서 자백을 지원하며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대구 등에서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3일에는 서울 아트나인에서 저녁 7시 30분 상영 후 <시크릿 파일 국정원>의 저자인 김당 기자(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도 이어질 예정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정원 전문기자와 국정원 고발 다큐를 만든 감독의 대화라는 점에서 흥미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급사 측은 "10만 관객도 적은 거다. 이 영화는 100만 이상이 봐야 한다는 게 영화를 본 관객들의 중론"이라며 상영 환경이 열악한 현실을 장기 상영을 통해 최대한 돌파하겠다"는 각오를 비치고 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정 혼란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진실을 파헤친 <자백>의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어 향후 흥행 추이도 주목된다.

자백 최승호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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