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2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지금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아닙니다."

유시민 작가의 부재를 이재명 성남시장이 채워줬다. 예정된 집필 여행 차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다는 유시민 작가는 27일 오전 긴급 소집됐다는 녹화에 참석하지 못했다. 덩달아 파트너인 전원책 변호사도 녹화에서 빠졌다.

진행자인 방송인 김구라 역시 나라를 들썩이고 있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논란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서 JTBC <썰전> 제작진은 급하게 정치권 인맥을 총동원했다고 했다. 급기야 'SNS 돌직구'로 유명한 이재명 성남시장이 등판(?)했다. 여야 정치인과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까지 소환된 전화 통화를 통해서였다. 

"지금은 형식적인 권한도 박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국민들을 믿고 가야 합니다. 정치가 정치인들의 것이 아니고 국민들의 것이고, 국민의 운명이 걸린 일인데 계산하고 그럴 게 아니라 일단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사퇴하는 것이 맞고요, 본인도 엄청 괴로울 겁니다. 또 국민들이 수치감을 느끼잖아요(중략). 차라리 조기에 이 사태를 정리하는 방법은 하야하는 것이고, 안 된다면 탄핵이라도 해서 권한을 정지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썰전>과 이재명 시장이 지목한 새누리당의 책임론

 2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2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너무 저급해서 아무도 보지 않는 막장 드라마 같다고 생각합니다."

거침없었다. 17.5%까지 떨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최저 지지율(28일자 갤럽의 박근혜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이 보여주는 국민여론을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변하고 있었다. '하야'와 '탄핵'이란 표현이 난무하자 김구라의 표정이 더욱 흙색으로 변해갔다. 이재명의 칼은 이어 새누리당으로 옮겨갔다.

"말하기도 그런데, 최순실 감독, 박근혜 주연에 조연이 하나 더 있습니다. 새누리입니다, 새누리. 새누리당이 본인들은 아무 관계없는 것처럼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대통령 비난에 참여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거고.

만약에 말이에요, 이게 수 년 동안 국정운영에 대해서 집권여당이 몰랐다면 정치 그만둬야 합니다. 그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태도가 어딨습니까. 몰랐다면 바보고, 알고도 했다면 나쁜 사람들이죠."

여전히 '순장조'를 자처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여전히 최순실 개인의 비리로 몰고 가려는 새누리당의 안일한 대처에 칼끝을 분명히 하고 나선 셈이다. 그러는 사이,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것도 모자라 "정치 그만둬야" 할 새누리당이 지난 27일 내놓은 브리핑 내용은 이랬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을 둘러싸고 발생한 금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요구와 역사적 소명에 분명하게 응해 나갈 것이다. 최순실의 조속한 국내송환을 포함해 진상규명을 위한 모든 노력이 필요하다.

신속하고 명명백백히 모든 것을 밝혀내어 그에 따른 합당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특검 '실시가' 이번 최순실 사태의 실상을 밝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란 점을 거듭 말씀드린다."

이재명 시장 말마따나 이번 사태의 공범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청와대만 바라보는 여당, 김무성 전 대표까지 "최순실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라고 밝힌 마당에 책임지지 않는 여당이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야당에서 자신의 문제는 뒤로 한 채, 문재인 전 대표 등이 국가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고려한 강경한 행보를 벌이고 있다.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자세로서 적절한 일인지 국민적 의심도 함께 들게 하는 일이다."

책임은커녕 브리핑을 통해 여전히 '문재인 대북결재'에나 매달리고 있는 여당의 현재를 <썰전>이 은연중에 반영하고 있었다. 이재명 시장과 함께 출연한 김성태 의원과 이준석 전 혁신위원장의 반응이 그러했다.

<썰전> 전원책의 한줄평, "올단두대"

 2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27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대통령이 전격적인 개헌을 수용한 바로 그날 저녁에 최순실에 대한 내용이 드러난 만큼, 대통령의 개헌 수용 의사의 순수성이 퇴색되는 결과가 되어버렸죠. 한 마디로, 최순실이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개헌까지 망치고 있는 겁니다." (김성태 의원)

"(새누리당) 지도부의 사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거든요. 사실 국민들 요구는 '다 갈아라'가 될 수 있거든요. 당 지도부, 청와대 비서진, 내각, 그걸 통칭해서 국정 운영 스타일을 다 바꾸라는 거거든요." (이준석 전 혁신위원장)

자, 그러니까 세 부류로 나누면 맞다고 보면 된다. 모든 의혹과 혐의를 최순실씨 개인의 비위로 치부하거나, 다수 친박 의원들처럼 무겁고 또 무겁게 침묵하거나, 진박이나 친박과 거리가 멀수록 물타기와 같이 청와대 일각을 비판하거나. 아, 한 부류가 더 있다. 그 와중에, 후안무치의 주장으로 개인의 이름값을 올리거나, 바로 연일 검색어에 오르고 있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처럼 말이다. 

"최순실씨가 사용했다고 보도된 태블릿 PC는 다른 사람 명의의 것이다. 본인은 태블릿 PC를 쓸 줄도 모른다고 한다. 고가의 소형 PC를 버리고 갈 이유도 없다. 남의 PC를 가지고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다. 그런데도 박대통령은 최순실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인권결의안을 김정일에게 물어봤다고 당시 장관이 주장하는데도 기억 안 난다고 버티고 있다."

27일 하루 동안 화제가 된 김진태 의원의 국회 법사위 발언이다. 새누리당의 수준이 딱 이 정도다. 그리고 <썰전>은 비록 제대로 사건 전체를 다루진 못했지만,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의 막후 분위기를 전하는데 성공했다. 전원책 변호사의 "올단두대"라는 한줄 논평을 포함해서 말이다. 다음주 <썰전>이 파헤칠 내용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바다.

썰전 이재명 박근혜 JTBC 김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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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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