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 "1차전이 중요" 지난 21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8회 말 NC가 LG에게 2점 차 끌려가고 있는 상황, NC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김경문 감독 "1차전이 중요" 지난 21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8회 말 NC가 LG에게 2점 차 끌려가고 있는 상황, NC 김경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정규시즌 2위 NC는 플레이오프에서 4위 LG를 3승 1패로 물리치고 2013년 1군 진입 이후 4년 만에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NC는 정규시즌 1위 팀 두산과 29일부터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를 통하여 마지막 우승팀을 가린다.

김 감독 개인으로서는 올해로 9번째 포스트시즌이자 한국시리즈는 4번째 진출이다. 두산 사령탑 시절이던 2008년 이후로는 무려 8년 만에 다시 밟는 한국시리즈 무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흔히 KBO를 대표하는 '무관의 제왕'으로 꼽힌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통산 802승을 거두며 김응용(1567승), 김성근(1361승), 김인식(980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감독에 이은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 6위다. 정규시즌 통산 승률도 .542로 김영덕(.596), 김응용(.547) 감독에 이어 3번째로 높다. 800승 이상 감독 중에서는 김응용 감독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장기전은 느낌표, 단기전은 물음표

김경문 감독과 환호하는 NC 박석민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7회 초 NC 선두타자 박석민이 솔로포를 날리고 김경문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 김경문 감독과 환호하는 NC 박석민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7회 초 NC 선두타자 박석민이 솔로포를 날리고 김경문 감독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김 감독은 정작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우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KBO 역사상 통산 800승 이상을 거둔 감독 중 우승 경험이 전무한 인물은 오직 김경문 감독 한 명 뿐이다. KBO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꼽히는 김경문 감독의 경력에 '만년 2등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오래된 콤플렉스다.

물론 엄밀히 말해 김경문 감독이 지도자 경력을 통틀어 무관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전승 우승으로 금메달을 안기며 한국야구의 영예를 드높인 바 있다. 올림픽 우승은 KBO 역대 어느 감독이 이루지 못한 오로지 김경문 감독만의 업적이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서 최정점에 올라본 감독이 정작 자국리그에서는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는 사실은 묘한 아이러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누구보다 빨리 우승을 경험해본 바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우승팀 OB 베어스의 주전 포수로 활약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격파하고 당시 에이스인 박철순과 마운드 위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나누던 포수가 바로 김경문 감독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1991년 현역 은퇴 이후 삼성과 두산 배터리코치를 거쳐 2003년 10월 당시 45세의 나이에 친정팀 두산 감독직에 처음 올랐다. 당시 두산은 선동열 감독 1순위로 영입하려 했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김경문 감독의 내부 승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어찌 보면 '땜빵'에 가까운 감독선임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사령탑이라는 의구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정규 시즌 7위에 그쳤던 두산을 일약 3위로 가을야구에 끌어올리며 '가을 청부사'의 등장을 알렸다. 두산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까지 화끈한 장타력을 앞세운 공격야구로 한 시대를 호령했으나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주루와 수비능력을 갖춘 외야수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과감한 리빌딩으로 로 오늘날 두산표 화수분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두산은 김 감독이 팀을 맡은 8년 동안 무려 6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두산은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선동열 감독이 이끌던 삼성과 김성근 감독의 SK가 김경문 감독의 양대 천적이었다. 삼성에는 2004년 플레이오프, 2005년 한국시리즈, 2010년 플레이오프에서 무너졌고, SK에는 2007-2008 한국시리즈와 2009년 플레이오프까지 3년 연속 역스윕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김경문 감독의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3승 12패다.

NC와 김경문의 동행, 계속될까

승리 다짐하는 김경문 감독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승리 다짐하는 김경문 감독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를 하루 앞둔 20일 오후 경남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경문 감독은 2011년 두산 사령탑에서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이후 아홉 번째 구단인 신생팀 NC의 지휘봉을 잡았다. NC는 1군 진입 원년을 제외하고는 올해까지 3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하고 있다.

선동열-김성근을 대신하여 NC에서 김 감독의 우승도전을 가로막고 있는 벽은 서울팀들이다. 2014년 LG-2015년 두산이 각각 플레이오프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국시리즈행을 저지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는 상대도 공교롭게도 김 감독의 친정팀인 두산이다. 두산은 지난해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다.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을 맞대결이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 구성과 환경에 맞춰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능력이 탁월한 지도자로 꼽힌다. 환경이 전혀 다른 두산과 NC에서 꾸준히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것이 바로 김 감독의 능력을 증명한다. 하지만 정규시즌에서의 호성적과 달리, 정작 김 감독은 단기전 운용능력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김 감독은 단기전에서 종종 예상하기 어려운 선수 구성과 파격적인 작전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좌투수에서 좌타자를 대타로 기용한다거나, 계속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를 우직하고 믿고 기용하는가 하면, 실점위기에서는 앞선 타자를 거르고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상대 4번 타자에게 정면 승부를 건다거나 하는 등 도박에 가까운 용병술을 종종 구사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베이징올림픽이었다. 김 감독은 각 팀의 전력이 노출되지 않은 국제무대에서 정석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용병술을 잇달아 선보이며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국내 무대 같았으면 무모하다고 평가받았을 김 감독의 용병술이지만, 올림픽에서는 신기할 정도로 그리고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상대 팀의 전력과 장단점에 대하여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뚫고 있는 프로 무대에서는 김 감독의 도박이 오히려 자충수가 된 경우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단기전만 되면 반복되는 김 감독의 4차원 용병술을 우승 트라우마에 의한 조급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김 감독이 정규시즌 우승도 차지해본 적이 없고 그로 인하여 한국시리즈에서 항상 먼저 기다리고 있는 팀을 상대해야 하는 '도전자'로서 불리한 입장이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NC와의 계약이 만료된다. NC는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내부적으로 소속팀 선수들의 승부조작 연루 파문, 에릭 테임즈의 음주운전 논란 등으로 인하여 숱한 구설에 휘말리며 평탄하지만은 않은 시즌이었다. 김 감독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NC는 올 시즌을 우승의 적기로 보고 있다. 김경문 감독과 NC의 동행이 앞으로 계속될지도 올해 한국시리즈의 성과에 달렸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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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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