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재판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6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재판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성하훈


[기사 보강 : 26일 오후 3시 40분]

"정치적 기소에 정치적 판결이다."

<다이빙벨> 상영으로 인한 정치적 압력 속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쫓겨나고 검찰에 기소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해 실형이 선고돼 영화계가 발끈하고 있다.

26일 오전 10시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은 이용관 전 위원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선고공판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기소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윤희찬 부장판사는 "2750만원을 채널공동사업을 하던 업체에 제공한 것은 지급의무가 없는 돈을 준 것으로 부산영화제에 해를 끼쳤고 지급방법도 불법이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재판과정에서 "사무국장에게 사후 보고를 받았을 뿐 직접 결재하지 않았고, 정기총회를 통해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하려다 정치적 압박을 받아 마무리 짓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입장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용관 전 위원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나왔지만 재판부는 "집행위원장으로서 모를 리가 없다"며 "묵시적으로 승인하고 직접 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1심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예상치 못한 판결에 당혹스럽다"며 "변호사와 상의해 항소하겠다"고 1심 결과에 대해 짤막하게 논평했다.

"검찰 기소장을 판결문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

 26일 오전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26일 오전 1심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 성하훈


선고공판을 지켜본 영화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기소장을 그대로 판결문에 옮겨 놓은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정치적인 사안으로 기소된 것인데, 재판부의 판결이 정치적 기소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데다, 상당히 가혹하다는 것이다. 이용관 전 위원장을 응원하기 위해 선고공판에 참석한 배우 김의성과 유지태 역시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김의성 은 "속상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 전 위원장과 함께 기소된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과 두 명의 전직 사무국장에 대한 선고도 논란이다.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2년씩을 선고했다. 별건으로 기소된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은 지인이 협찬 중계활동을 한 것처럼 꾸며 1100만원을 받게 하고 이를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액수가 적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재판부가 이해할 수 없는 형량을 선고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부산지역 인사는 "수억 횡령한 사람도 검찰이 약식기소를 하던가 벌금형을 받는데, 1100만원 갖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 전 위원장 형량에 끼워 맞춘 것 같다"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영화계 인사들은 "정치적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끝까지 가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재판에 모인 일부 영화인들은 '이 땅의 양심과 상식을 지켜보는 영화인연대'의 이름으로 낸 성명을 통해 '법원의 판결과 무관하게 이용관 등은 무죄'라며 참담한 오늘은 영화와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겁박하는 비겁하고 부당한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일 뿐"이라고 판결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낭희섭 독립영화협의회 대표는 "온오프라인에서 앞으로 대응방안에 대해 영화인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용관 전 위원장 강연 등도 계획하고 있다"며 "재판비용도 모금도 함께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화인 역시 "이용관 전 위원장이 혼자 싸우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연대를 유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영화단체연대회의도 26일 오후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부산시의 정치적 호도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손을 들어준 것에 심히 유감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비판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또한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항소하겠다면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부산시의 집요한 보복과 정치적 모략에 실추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 정상화 많은 시간 걸릴 듯

 26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자잉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6일 오전 부산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자잉 판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성하훈


한편 1심 결과가 유죄로 나옴에 따라 올해 반쪽 영화제로 개최돼 파행을 겪은 부산영화제 정상화도 당분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부산영화제 정상화의 첫발로 규정한 상태여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된 정관에는 영화제 이사진에 대한 자격요건이 강화돼 있다.

이용관 전 위원장의 재판을 바라보는 김동호 이사장의 자세에 대해서도 영화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이사장은 이용관 전 위원장의 명예회복 문제를 "재판결과에 따라 생각해 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인 사안으로 보는 영화계의 시선과는 다른 반응이다. 이에 대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그분 생각이 그렇다는 것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다이빙벨 정치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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