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 리그 플레이오프가 막을 내렸다. 정규시즌 2위 팀 NC 다이노스가 4위 팀 LG 트윈스를 3승 1패로 제압하고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되었다. 1986년 리그에 합류한 이후 세 번째 시즌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빙그레 이글스 이후 가장 빠른 네 시즌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NC 다이노스가 창단할 당시 다이노스의 연고지와 가장 인접해 있는 연고지를 가진 구단의 당시 대표는 NC 다이노스가 리그에 합류하면 리그의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고 대놓고 NC 다이노스를 깎아내렸다.

하지만 NC 다이노스는 1군 무대 진입 3년 만에 리그를 지배하는 신흥강호로 자리매김하였다. NC 다이노스를 두고 수준 저하를 우려하던 당사자가 몸담고 있었던 구단은 공교롭게도 NC 다이노스가 1군 무대에 진입한 이후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였다. 정작 수준 저하를 우려해야 하는 당사자가 뒤바뀐 모양새이다.

NC 다이노스는 성적도 찬사를 받을 만할뿐더러 신생구단답지 않게 선진적인 구단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적재적소에 야구를 잘 아는 실무자들을 배치함으로써 구단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이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강자의 이미지를 굳히지는 못하고 있었다. 창단 이후 단 한 차례도 포스트시즌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1승 3패로 물러났고, 2015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 베어스에 2승 3패로 물러났다. 두 번의 시리즈 모두 상위 팀의 위치에서 치른 유리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큰 경기에 약한 팀이라는 오명도 얻게 되었다.

사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NC 다이노스는 오히려 도전자의 처지인 것처럼 열세라는 예상을 많이 받았다. LG트윈스의 상승세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 9회 말 다이노스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만 하더라도 LG트윈스의 기운이 시리즈를 지배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모든 상황은 뒤바뀌게 되었다. 돌아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한 마디로 NC 다이노스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하나] 정규시즌 83승의 위력

기쁘다 NC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대 LG 경기에서 NC가 LG를 8-3으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NC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기쁘다 NC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대 LG 경기에서 NC가 LG를 8-3으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NC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1989년 단일 정규시즌이 시작된 이래 정규시즌 80승 이상을 거둔 팀들의 최종 성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80승 이상 팀들의 가을 야구 성적

1992년 빙그레 이글스: 81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
1993년 해태 타이거즈: 81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1994년 LG 트윈스: 81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1998년 현대 유니콘스: 81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00년 현대 유니콘스: 91승 (드림리그 1위, 한국시리즈 우승) - 2000년은 양대리그로 치러짐
2001년 삼성 라이온즈: 81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02년 삼성 라이온즈: 82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03년 현대 유니콘스: 80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08년 SK 와이번스: 83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09년 KIA 타이거즈: 81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 SK 와이번스 : 80승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
2010년 SK 와이번스: 84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12년 삼성 라이온즈: 80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
2015년 삼성 라이온즈: 88승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준우승) / NC 다이노스 : 84승 (정규시즌 2위, 플레이오프 탈락)

역대 정규시즌 80승 이상을 거둔 팀들이 등장했던 시즌은 총 15회였고, 그중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던 유일한 팀은 다름 아닌 지난해 84승을 거둔 NC 다이노스였다. 정규시즌 80승 이상 거둔 팀들은 2009년의 SK, 2015년의 NC를 제외하고 모두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여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으며 그중 1992년 빙그레, 2001년 삼성, 2015년 삼성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만큼 정규시즌 80승+은 우승을 보증할 수 있는 단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올 시즌 정규시즌에서 83승을 거둔 NC 다이노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았다. 일단 올해 정규시즌에서 93승이라는 역대 최고기록을 세운 두산 베어스가 절대 강호로 군림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NC는 정규시즌에서 84승을 거두고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하였다. 이런 주홍글씨들이 NC 다이노스가 지닌 위력의 가치를 반감시켰다. 하지만 NC는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그들은 실력으로 자신들의 정규시즌 83승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하였다.

[둘] 박석민

박석민, 역전 홈런포 주인공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대 LG 경기. NC 박석민이 7회 초 1사 왼쪽 펜스를 넘는 1점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 박석민, 역전 홈런포 주인공 지난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플레이오프 4차전 NC 대 LG 경기. NC 박석민이 7회 초 1사 왼쪽 펜스를 넘는 1점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시즌 NC 다이노스는 무려 96억 원을 투자하여 FA 시장 최대어였던 박석민을 영입하는 데 성공하였다. 박석민은 올 시즌 자신의 프로 데뷔 처음으로 30홈런을 돌파했고, 동시에 100타점을 넘어섰다. (32홈런 104타점) 그런데 워낙 타고투저가 극심했던 올 시즌이라 그런지 박석민의 기록은 지극히(?) 평범한 기록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박석민의 가치는 포스트시즌에서 확실하게 입증되었다. 2차전에서 결승 홈런을 쳐내면서 NC 다이노스의 확실한 우세 분위기를 심어 놓았으며, 4차전에서는 1-1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서 결승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두 개의 홈런 모두 올 시즌 LG 트윈스에서 최고의 구위를 과시하던 에이스 허프를 상대로 뽑아낸 것이라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

박석민은 올해 소속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면서 2010년부터 7시즌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큰 경기 경험은 아무나 보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석민은 자신이 왜 96억 원의 가치를 지닌 선수인지를 가을 무대에서 차근차근 증명해 보인다.

[셋] 젊은 선수들의 성장

박민우의 멋진 수비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3회 말 무사 만루 NC 박민우가 LG 박용택의 타구를 잡아낸 뒤 2루로 송구하고 있다. NC 유격수는 손시헌.

▲ 박민우의 멋진 수비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3회 말 무사 만루 NC 박민우가 LG 박용택의 타구를 잡아낸 뒤 2루로 송구하고 있다. NC 유격수는 손시헌. ⓒ 연합뉴스


인간은 진화한다. 생물학적인 진화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한다. NC 다이노스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확실히 진화한 모습을 보인다.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팀을 나락에 빠뜨렸던 2루수 박민우는 4차전 무사 만루 위기에서 박용택의 안타성 타구를 기막힌 호수비를 통해 병살로 연결하면서 분위기를 역전시켰다.

구위는 뛰어났지만, 기복이 심한 경기내용을 선보인 투수 이민호는 플레이오프에서 두 차례나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손민한의 빈자리가 전혀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민호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 외에도 1차전 깜짝 4번 타자로 출전하여 9회 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안타를 쳐낸 권희동, 4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터뜨린 김성욱 등 다이노스의 영건 플레이어들은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들이 어디까지 진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서운 잠재력이 도사리고 있다.

[넷] 바닥을 드러낸 LG 트윈스의 체력

추격 불씨 살리는 히메네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8회 말 무사 1루 LG 히메네스가 2루타를 쳐내고 있다.

▲ 추격 불씨 살리는 히메네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8회 말 무사 1루 LG 히메네스가 2루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1989년 준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양대리그가 치러진 1999년, 2000년을 제외한 역대 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들은 1990년 삼성, 1992년 롯데, 1996년 현대, 1998년 LG, 2001년 두산, 2002년 LG, 2003년 SK, 2006년 한화, 2013년 두산, 2015년 두산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은 경기 수를 거치고 올라온 사례는 2013년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등 합계 9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 베어스이다. 나머지 팀들의 경우 최소 5경기에서 최대 7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LG 트윈스는 와일드카드 2경기, 준플레이오프 4경기 등 이미 6번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고 플레이오프에 임하였다. 그리고 이번 플레이오프 4차전까지 무려 10경기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렀다.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전에 많은 힘을 소진할 수밖에 없었던 트윈스는 결국 투, 타에서 서서히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보다 더 많은 집중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포스트시즌에서 이미 많은 체력을 소진한 LG트윈스는 결국 4차전에서 후반에 다이노스의 파워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만으로 상승세를 이끌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힘을 뺀 LG 트윈스였다.

NC 다이노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정규시즌 1·2위 팀 간에 한국시리즈가 성사되었다. 물론 많은 팬이 사상 처음으로 잠실 라이벌 구단 간의 한국시리즈가 펼쳐지기를 기대했지만, 정규시즌 1·2위 간에 진검승부도 결코 흥미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명승부가 예상된다. 그리고 양 팀 정규시즌 합계 176승을 올렸는데, 이는 역대 한국시리즈 진출 팀 사상 최다합계 승수이다.

정규시즌 93승의 두산베어스와 83승의 NC다이노스 간의 진검승부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한 2016 KBO리그의 화려한 피날레 축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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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형진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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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중문화, 영화 등에 관해 읽는 분들이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즐거운 추억에 잠기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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