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 포스터.

영화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 포스터. ⓒ (주)미디어로그


최근 국내에서도 공개된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투어링 이어즈>(The Beatles - Eight Days A Week : The Touring Years, 아래 <비틀스>)는 비틀스의 결성 초기부터 순회공연을 중단한 1966년까지의 이야기를 각종 영상, 미공개 사진, 관련자 인터뷰 등으로 꾸민 다큐멘터리 영화다.

잘 알려진 대로 비틀스는 1967년부턴 일체의 공연 활동 없이 오직 스튜디오 녹음 작업에만 전념하며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Abbey Road> 등의 명반들을 배출하며 1970년 공식 해산한 바 있다.

리버풀 캐번 클럽과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무명 밴드로 실력을 키워나간 비틀스가 1963년 본토 영국 시장에서의 성공, 이듬해 이른바 "브리티쉬 인베이젼"으로 불리는 미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펼친 공연 활동은 이 밴드가 어떻게 그 시절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는지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였다.

지금은 어지간한 팝 스타들이라면 흔히 거치는 대형 스타디움 무대도 이들이 첫 문을 열었음을 보여주는 샌프란시스코 캔들스틱 파크(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초기 홈구장),  뉴욕 시어 스타디움 (역시 MLB 뉴욕 메츠의 예전 홈구장) 공연 등을 거치면서 비틀스는 스스로 전설을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자신들의 연주를 현장에서 듣지 못할 정도로 수만 명의 팬들의 환호가 커질수록 되려 비틀스는 마치 고립된 섬에 놓쳐진 존재가 되고 말았다. 동명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한 영화의 부제목 '에잇 데이즈 어 위크'마냥 1주일을 8일처럼 소모하는 생활이 이어지자 그들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이 선택한 방식은 공연을 포기하고 스튜디오 작업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었다.

인종 차별 반대 등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

 영화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의 한 장면.

영화 <비틀스: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의 한 장면. ⓒ (주)미디어로그


이 과정에서 영화는 1960년대 중반 미국 남부 공연장에서의 흑백 관중 분리 움직임에 비틀스 멤버들이 제동을 걸고 나설 만큼 민감한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행동도 담아내는 등 일반적인 팬들은 미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실들을 소개하며 재미를 돋군다.

특히 영화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30여 분 동안 추가로 상영되는 1965년 8월 뉴욕 시어 스타디움 공연 실황은 최첨단 기술을 통한 리마스터링 작업으로 50년 전 자료임에도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해준다.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 <신데렐라 맨> <프로스트/닉슨> 등의 극 영화를 통해 과거 실화를 사실감 있게 그려낸 바 있는 론 하워드 감독은 이번엔 다큐멘터리라는 수단을 통해 실존 인물, 사건을 생생히 전달하면서 왜 비틀스가 공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차분히 관객들에게 설명해준다.

또한 <러브 액츄얼리> <어바웃 타임> 리처드 커티스 감독과 배우 우피 골드버그, 시고니 위버, 그리고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 등 비틀스를 바라보며 자란 유명 인사들의 회고담과 당시 비틀스의 순회공연에 동행 취재했던 언론인 래리 케인의 인터뷰는 그 무렵 이 밴드의 영향력과 위상이 어떠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산 증거로 활용된다.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제작 과정과 영화의 엔딩을 장식하는 1969년 전설적인 런던 애플레코드 사옥 옥상 공연(기자 주: 이때의 모습은 1970년 다큐멘터리 영화 <렛 잇 비>를 통해 영상물로 제작됨)을 제외하면 제목 그대로 철저히 비틀스의 순회공연 활동을 중심으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에 1967년 이후 만 4년간의 이야기는 여기선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비틀스>에선 비틀스의 역사로 치면 딱 절반 정도의 시간을 할애한 탓에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2시간여 분량으로 알기엔 다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있다.

하지만 밴드라면 가장 필수 조건인 공연 활동의 생생한 자료를 통해 비틀스라는 팀의 위대함과 찬란했던 1960년대 로큰롤 시대를 회고하는 데엔 부족함 없는 작품으로 손꼽을 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비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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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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