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 작품은 '마법'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 작품은 '마법'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신경외과 전문의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남다른 수술 실력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천재 의사다. 어느 날 그는 자동차 사고로 손을 심하게 다치고, 몇 번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재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던 중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자가 완치된 사례를 알게 된 스트레인지. 그는 남자의 소개로 찾아간 네팔에서 미지의 마법사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 분)을 만나 마법을 수련하고, 이 와중에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과 맞서게 된다.

'마법'을 중심에 둔 히어로 물. 최첨단 슈트에 돌연변이, 외계인까지 판치는 지금까지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rvel Cinematic Universe)를 떠올리면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는 퍽 낯설다. 21세기에 마법이라니 어딘가 구닥다리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마블의 슈퍼히어로라니 통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블 새 식구 데뷔는 나름 성공적이다. 적어도 신선도 측면에서는 기존의 어떤 작품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수련 장면은 마치 <매트릭스>의 그 장면을 떠오르게끔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수련 장면은 마치 <매트릭스>의 그 장면을 떠오르게끔 한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당연할지 모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의 가장 큰 매력 요소는 다름 아닌 마법이다. 초·중반부, 주인공이 네팔 카트만두의 생텀(Sanctum)에서 에인션트 원에게서 마법을 배우는 장면들은 동·서양 문화가 뒤섞인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맨몸 액션과 더불어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덧입혀진 CG 효과, 그리고 세련된 연출은 <매트릭스> 속 모피어스와 네오의 수련 장면이 연상될 정도다. 여기에 베네딕트 컴버배치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내뱉는 농담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이언맨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거의 빛의 속도로 일취월장하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은 끊임없이 현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왼손을 내민 채 오른손으로 원을 그리는 특유의 제스쳐로 채찍이나 검 형태의 무기를 만들고, 심지어 '차원의 문'을 열어 공간을 넘나드는 장면들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점진적으로 스펙터클을 더해가는 시각 효과는 역시 마법사인 악당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 분)와의 대결 시퀀스에서 정점을 찍는다. 공간을 왜곡해 기울어지고 휘어진 도심 속 결투 장면은 <인셉션>(2010)의 꿈속 도시 신을 능가하고, 에인션트 원과 스트레인지가 각각 시간을 멈추고 되돌리는 장면들은 놀랍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레이첼 맥아담스의 호흡이 돋보인다. 다만 레이첼이 연기하는 크리스틴의 서사가 많이 아쉽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한 장면.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레이첼 맥아담스의 호흡이 돋보인다. 다만 레이첼이 연기하는 크리스틴의 서사가 많이 아쉽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인공이 갑작스레 맞닥뜨린 비극. 그 후 우연히 얻은 기회로 시련을 극복하면서 이루어지는 급격한 성장. 그리고 그 끝에 이루어지는 영웅으로서의 각성까지. 기존 마블 히어로들에게서 흔히 보여진 데뷔 서사를 충실하게 따르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안전한' 작품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주변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아쉬운 지점이다. 이는 시리즈 첫 작품으로서 이 영화가 지닌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그렇게 스트레인지의 동료 의사 크리스틴(레이첼 맥아담스 분), 케실리우스에 맞서 함께 싸운 모르도(치웨텔 에지오포 분)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는 속편으로 미뤄진 셈이다.

현실 조작과 포탈생성, 유체이탈, 차원 이동, 염력 등 RPG 게임에서나 봤을 법한 온갖 신비한 일들이 '마법'이란 이름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로케이션은 네팔 카트만두와 런던, 뉴욕, 홍콩을 오가는 거로도 모자라 우주 저편까지 가 닿는다. 제작자 케빈 파이기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다차원과 평행우주를 다룬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없었던 새로운 측면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일찌감치 닥터 스트레인지의 출연이 예정된 이유다.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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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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