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포스터. ⓒ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제작위원회


'바보 노무현'. 민주당의 간판을 걸고 패하면서도 그토록 부산을 고집했던 고인의 고집 때문에 생긴 이 별명이 이젠 우리 사회의 아픔처럼 남아있다. 민주 정신을 계승한 인물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활발한 소통과 동시에 비판을 한 몸에 안았던 그를 다룬 첫 다큐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무현, 두 도시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작품엔 무현이라는 이름을 지닌 두 정치인이 나온다. 우리가 아는 노무현과 그 노무현을 다뤄온 시사만화가 백무현이다. 영화는 단지 이름이 같다는 것 이외에 이들이 지닌 여러 공통점과 가치관을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관객에게 제시한다.

그간 미디어에 노출됐던 노무현의 모습이 중심이었다면 이 다큐멘터리의 존재의의는 다소 희미할 터. 연출을 맡은 전인환 감독과 제작자인 조은성 PD는 공통적으로 "왜 고인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소위 말하는 '노빠', '노사모' 분들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노무현을 생각하는 관점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애증으로 바라본 사람들

그래서 영화엔 노무현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물론 애정과 그리움의 정서가 강하지만 재임 시절 그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한 이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가로 잘 알려진 장철영 작가를 제외하고 팟캐스트 <이이제이>의 윤종훈(세작), 예술가 박영희, <한겨레> 신문 지국장 김하연씨 등이 다양한 고인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는다.

여기까지라면 술자리에서 던지고 사라질 한탄이겠지만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본업을 내려두고 제20대 총선 여수을 후보로 나선 백무현 후보를 조망한다. 경쟁자이자 지역 내 오랜 정치인인 국민의당 주승용과의 대비를 통해 진짜 정치인에 대한 시민들의 갈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구성이다. 노무현을 기억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횡으로 놓고, 카메라는 고 노무현의 생전 연설과 부산 북강서을 출마 당시 모습과 여수을에서 뛰던 백무현의 모습을 종으로 배치시켰다. 어떤 메시지를 강조하기 보단 이런 배치만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각 인물에 대한 평가 내지는 어떠한 감상을 자체적으로 내리게 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부산과 여수에서 뛴 두 무현의 공통적인 목표는 지역구도 타파였다. 호남과 영남 갈등, 도시와 비도시 간 격차는 한국사회의 균열을 조장하는 가장 밑바닥 정서 중 하나였다.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뿌리 깊은 지역감정을 깨기 위해 두 사람이 맨 몸으로 부딪히는 모습은 각종 술수가 난무한 요즘 분위기에 대비돼 애잔하게 다가온다.

여전히 녹록지 않은 현실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한 장면.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한 장면. ⓒ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제작위원회


영화 구성 자체는 단순하지만 극장에 걸리기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노무현을 다룬다는 사실만으로 주요 투자 기업들이 떠나갔고, 결국 3000여 명의 시민 펀딩을 받아 제작할 수 있었다. 당시 제작비로 모인 금액은 1억2300만 원 가량이다.

전인환 감독은 지난 21일 진행된 언론 시사 당시 "첫 번째 다큐라는 생각에 나 자신조차도 더 나아가면 안 좋은 일이 있을까봐 자기검열을 하곤 했다"며 "제작진 내부에서도 있었던 그 검열을 걸러내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만드는 주체조차 지금의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했던 셈이다.

조은성 PD는 "지자체 지원금을 위해 피칭을 했으나 한 번 도 된 적이 없고, 여러 외압이 있었는데 가장 큰 외압은 바로 지금"이라며 "우리가 돈을 내고 시사회를 하겠다고 해도 멀티플렉스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알렸다. 영화는 오는 26일 개봉이지만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의 결정에 따라 상영관 수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24일 현재 상영관 예상 수는 전국 20개 안팎이다.

이 영화를 만들고 참여한 이들이 기억하는 노무현 정신은 바로 "험한 이 세상에서 괴물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괴물과 싸우더라도 괴물이 되지 않는, 일상을 살다가 눈앞의 이익에 괴물이 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함을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품고 있었다.

한 줄 평 : 첫 발걸음에 대한 응원. 꽁꽁 문을 걸어 잠근 극장이 아쉽다
평점 : ★★★☆ (3.5/5)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관련 정보

기획 : 조은성, 김원명, 전인환, 장철영
감독 : 전인환
각본 : 김원명
출연 : 노무현, 김원명, 김하연, 백승영, 조덕희, 박영희, 장철영, 윤종훈, 이종우
특별출연 : 김희로, 백무현
상영시간 : 95분
개봉 : 2016년 10월 26일


노무현 백무현 다큐멘터리 김원명 이이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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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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