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폐셜 원’ 무리뉴도 때로는 반성과 성찰 그리고 혁신이 필요하다.

‘스폐셜 원’ 무리뉴도 때로는 반성과 성찰 그리고 혁신이 필요하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주제 무리뉴 감독(맨유)이 드디어 친정팀 첼시와 재회한다.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23일 밤 자정(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와 2016~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 만난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12월 첼시에서 경질된 이후 약 10개월만에 옛 친정인 스탬포드 브릿지를 이제는 라이벌팀의 사령탑으로 다시 방문하게 되는 얄궂은 인연을 이어가게 됐다.

첼시의 역사에서 무리뉴 감독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평범한 팀이던 첼시가 2000년대 중반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을 대표하는 신흥 명문으로 급부상하는 데는 러시아 부호인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자금력과, 무리뉴 감독의 리더십 덕이 컸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1, 2기 시절을 포함하여 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비롯하여 리그컵 우승 3회, FA컵과 커뮤니티 실드 우승을 한 차례씩 구단에 안겼다. 당시 40대의 무리뉴 감독이 첼시 사령탑으로 처음 부임하며 스스로를 지칭한 '스페셜 원'이라는 수식어는 오늘날 무리뉴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애증의 관계

하지만 무리뉴 감독과 첼시의 인연은 아름답게 끝나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2007년과 2015년, 첼시에서만 무려 두 번이나 경질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FC포르투, 인터밀란, 레알마드리드 등 유럽 굴지의 명문구단들을 이끌며 성공신화를 이어온 무리뉴 감독이 경질당한 구단은 첼시가 유일하다.

무리뉴와 아브라모비치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1기 시절 무리뉴 감독이 사임하게 된 이유는 성적보다 선수영입과 기용 등의 문제에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지나친 개입 때문이었다. 2기 시절에는 선수단 운용에서 어느 정도 무리뉴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듯 했으나 2015년 첼시가 전대미문의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며 선수단과의 불화설까지 대두되는 등 위기에 처했을 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무리뉴의 간곡한 SOS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무리뉴를 다시 경질하며 사실상 선수단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다.

무리뉴와 첼시 선수단간의 관계도 흥미롭다. 영국 현지 언론들은 무리뉴 2기 시절 첼시의 부진과 무리뉴의 경질에는 사실상 선수단과의 갈등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에당 아자르, 디에고 코스타, 브라니슬라브 이바노비치,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주축 선수들과 돌아가며 불화설에 시달렸고 이들은 모두 태업설에 연루되며 무리뉴의 경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들로 거론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 시절 마지막 시즌이던 2013년에도 카시야스와 호날두, 페페 등 당시 팀내 주축 선수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으며 도마에 올랐던 전력이 있다. 한편 첼시 역시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등 전임감독들이 선수단과 라커룸내 파워싸움에서 밀리며 경질당했던 경우가 빈번했다.

요약하자면 무리뉴 감독은 선수단 장악을 위하여 이따금씩 선수들을 강하게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첼시와 레알처럼 개성강한 스타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는 언제든 충돌의 소지가 다분할 수밖에 없었다. 무리뉴와 첼시 선수단간의 갈등의 원인과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소문만 무성할뿐, 양측 모두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서로에게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는 무리뉴와 첼시 선수들이 이번 대결을 벼르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무리뉴 감독의 맨유는 올시즌 4승 2무 2패(승점 13)를 기록하며 리그 7위에 올라있다. 첼시는 올시즌 안토니오 콩테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5승 1무 2패(승점 15)로 5위에 올라있다. 초반 부침을 딛고 서서히 상승세를 타면서 4위권 진입을 노리는 두 팀에게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승부다. 맨유가 첼시를 잡을 경우 양팀의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무리뉴 감독이 상대팀 사령탑으로서 스탬포드 브릿지를 방문하는 것은 인터밀란 사령탑 시절이던 2010년 3월 이후 6년만이다. 당시 무리뉴 감독은 인터밀란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에서 1-0으로 첼시를 격파한 바 있다. 무리뉴 감독은 당시 적장이었음에도 첼시 팬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무리뉴의 인터밀란은 그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한 트레블(3관왕)까지 달성했다.

팬들에 대한 존중

지난해 경질당했을 때도 정작 첼시 팬들의 무리뉴에 대한 지지는 매우 높았다. 무리뉴 감독이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공을 안겨준 인물인데다 작년 슬럼프도 선수단 태업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독설을 아끼지않는 무리뉴 감독도 첼시 팬들에 대해서는 공공연한 존중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록 이제는 리그 최대 라이벌팀의 수장이 되었지만 무리뉴 감독이 스탬포드 브릿지 원정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다.

무리뉴에 이어 첼시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안토니오 콩테 감독과는 과거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단 한 차례 격돌한 일이 있다. 콩테 감독은 약체인 아탈란타를 이끌고 세리에 최강이던 무리뉴의 인테르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콩테 감독은 이후 성적 부진 탓에 아탈란타에서 경질당했고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반면 인테르는 그해 이탈리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며 최전성기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떠오르는 젊은 감독에 불과했던 콩테는 이후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을 거치며 어느덧 유럽에서도 촉망받는 젊은 명장으로 성장했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감독들이 장악하기 어려우 구단으로 꼽히는 첼시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선수단의 지지와 신뢰를 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역시 맨유 재건을 위하여 갈길바쁜 무리뉴 감독과의 지략 대결이 더 흥미를 모으는 이유다.

무리뉴 감독은 부임 초기 웨인 루니-폴 포그바의 부진과 답답한 공격력으로 우려를 자아냈지만 조금씩 최상의 조합을 찾아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페네르바체와의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부진하다고 비판받던 포그바의 부활은 지옥의 10월을 보내고 있는 무리뉴의 맨유에게 큰 힘이 디는 대목이다. 맨유는 첼시전이 끝나면 27일에 또다른 라이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와 27일 컵대회에서 다시 격돌한다. 무리뉴 감독이 애증이 뒤섞인 첼시 원정 경기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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