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대종상영화제, 대충상 영화제로 전락!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이 끝난 뒤 일부 사진기자들만이 자리를 지키며 기사송고에 열중하고 있다. 이 날 시상식에는 남우주연상 후보와 여우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했다.

▲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대충상 영화제로 전락! 지난해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던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 현장. 레드카펫 행사가 끝난 뒤 일부 사진기자들만이 자리를 지키며 기사송고에 열중하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남우주연상 후보와 여우주연상 후보 전원이 불참했다. ⓒ 이정민


올해로 53회를 맞은 대종상영화제 개최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영화제를 둘러싼 각종 이권 다툼과 법정 공방이 직접적 원인이다. 1998년 후원 기업을 찾지 못해 한 차례 중단된 적이 있었지만, 내부 갈등으로 무산되는 첫 사례다.

대종상영화제와 관련이 깊은 한 영화인은 <오마이스타>에 "영화제를 준비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5개월은 잡아야 하는데 지금이 10월 말이다. 한 달 안에 어떻게 준비가 되겠나?"라며 개최 불가능을 시사했다. 또 다른 영화인 역시 "작품 신청을 받고 심사위원단 구성과 시사회까지 진행하는 데 최소한 두 달은 필요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풍파의 연속

통상 11월 20일 전후로 치러진 대종상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상으로 그 역사만큼 풍파가 많기도 했다. 지난 수년간 대종상영화제 운영을 놓고 영화계 내부의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 문제로 법정공방이 있기도 했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정인엽 전 회장과 강모 사무총장 건이 대표적이다. 법원이 이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결과적으로 대종상 이미지에 먹칠하게 됐다.

이후 후임 회장이던 배우 남궁원의 사퇴와 최하원 직무대행, 그리고 올해 선출된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지상학 신임회장에 이르기까지 영화인총연합회는 체제 면에서도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지난해 대리수상 불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조근우 대종상사업본부장 등의 모습도 영화계의 불신을 키우는 촉매가 됐다. 지난해 대종상영화제는 주요 부문 수상 후보자들이 대거 불참해 무늬만 대종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새로 조직위원장직을 맡았던 김구회 남북문화교류협회장과 영화인총연합회 간 갈등도 여파가 컸다. 2015년 이후 5년간 임기를 보장받은 김구회 조직위원장에 대해 연합회 산하 일부 조직이 불신을 표했고, 행사 주최를 두고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조근우 대종상 사업본부장이 새 조직위원회 구성을 담당하며 각 조직의 서로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고 있다. (관련 기사 : 두 개로 쪼개지는 대종상? 준비부터 파행 조짐)

 배우 안성기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임원단이 2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조경태 기획재정위원장을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조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대종상영화제 부활과 '리턴마스터' 사업의 업무협조를 요청했다. 리턴마스터 사업은 은퇴영화기술자들의 재교육으로 영화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사업이다.

배우 안성기와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임원단이 지난 7월 26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모습. 당시 영화인총연합회는 대종상영화제 부활 등을 요청했다. ⓒ 이희훈


정상적인 행사 진행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지난 5월, 6월부터 출품작 접수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10월 20일 현재까지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엔 예심과 본심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나와 있지 않다. 조직위원장과 명예조직위원장의 인사말 역시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심사위원 역시 구성이 안 돼 있다.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물리적으로 개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지상학 영화인총연합회장은 <오마이스타>에 "시간이 부족한 건 맞지만 12월까지 조촐하게라도 치를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김구회 조직위원장 역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면서도 "당장 다음 달(11월) 개최는 불가한 게 맞고, 여건이 안 된다면 내년 1월, 2월 중에라도 치르도록 할 것"이라 답했다.

갈등의 불씨

이렇게 행사 주체 쪽은 의지를 보이지만 물리적 여건으로나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건 예산 문제. 그간 권동선 디앤디시티 대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등이 조직위원장을 맡으며 사실상 예산 후원을 맡아왔는데 모두 영화인총연합회와 운영 권한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김구회 현 조직위원장 역시 법정 공방에 말렸고, 지난 9월 말 법원이 행사 진행 권한이 김구회에게 있음을 주지한 바 있다. 이에 최근까지 조직위와 영화인총연합회가 서로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하는 예산 역시 올해를 넘기면 무효가 된다는 것도 악재다. 주최 측에선 내년 초에라도 치른다는 입장이지만 기관 사업상 지원 예산이 해를 넘기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올해 대종상영화제가 영진위로부터 책정받은 예산은 7500만 원이다. 영진위 관계자는 21일 "올해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없어지는 셈"이라며 "이월되는 경우는 없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영화인총연합회 산하 단체의 한 회원은 "올해 꼭 영화제를 치르는 게 중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연내 개최는 힘든 게 맞고, 내년 초에 하더라도 대종상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고 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영화인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는 게 필요하다. 영화인총연합회가 자구적으로 하기 힘들다면 이번 기회에 영화계를 대표하는 분들께 자문을 구해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종상' 임원들의 발걸음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최하원 집행위원장과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 '대종상' 임원들의 발걸음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2회 대종상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최하원 집행위원장과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 이정민



대종상영화제 KBS 영화감독 이규태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