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왕 루이>의 서사는 특별할 것이 없다. 기억을 잃은 재벌 3세와 순수한 시골 소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는 특별한 반전이나 설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왕자님은 기억을 찾을 것이고, 신데렐라와 사랑을 이룰 것이다. 그저 주인공들이 그런 사랑의 결말을 어떻게 맺을 것인가가 드라마의 주요 관전 포인트일 뿐이다.

그러나 <쇼핑왕 루이>는 5.7%의 시청률로 시작한 첫 회의 아쉬움을 기분 좋게 배반했다. 7회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 <쇼핑왕 루이>는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SBS <질투의 화신>과 2% 격차도 안 되는 접전을 펼치며 시청률 1위 가능성마저 타진하고 있다. 말 그대로 꼴찌로 시작하여 역주행을 이뤄낸 것. 그 역주행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뻔한 스토리, 오히려 편안함을 주다

 <쇼핑왕 루이>에서 루이 역할을 맡은 서인국.

<쇼핑왕 루이>에서 루이 역할을 맡은 서인국. ⓒ MBC


<쇼핑왕 루이>의 주인공 서인국-남지현은 경쟁작 <질투의 화신>의 조정석-공효진이나 <공항 가는 길>의 김하늘-이상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캐스팅이었다. 공효진은 이미 수차례 로맨틱 코미디를 성공시키며 '공블리'라는 별명까지 생긴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었고, 김하늘 역시 주특기인 멜로로 컴백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서인국-남지현은 경력이나 필모그래피 모두 경쟁작의 배우들에 밀리는 상황이었다. 스타성이 좀 더 떨어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쇼핑왕 루이>는 공모전 당선작으로, 오지영 작가라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었다. <파스타> 등을 성공시킨 <질투의 화신>의 서숙향 작가에 비해 검증된 작품이 없는 신인이라는 불리함도 안고 시작했다. 앞서도 말했듯 스토리 역시 신선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시청률 상승을 끌어낸 비결은 바로 이 '식상한듯한' 스토리에 있다.

일단 <질투의 화신>을 살펴보면 이 드라마는 삼각연애를 넘어서 남자 주인공 두명과 여주인공 모두가 함께 연애를 한다는 다자연애 설정을 내세웠다. 이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전례가 없었던 파격적인 설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나뉘었다. 아예 대놓고 셋이서 연애를 하는 그림에 있어서 신선하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만큼 스토리에 공감을 할 수 없고, 중심이 잡히지 않은 스토리처럼 느껴진다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반면 <쇼핑왕 루이>는 공식을 따라가는 드라마다. 중간에 유입되어도 얼마든지 드라마를 즐기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주인공 커플은 서로 사랑하게 되어있는 운명이다. 그 안에 삼각관계와 각종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해도 모두 곁다리일 뿐이다. 인물 관계는 명확하고, 이야기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갈등 요소나 사건들도 예상 범주에서 흘러간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골치아픈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됐다. 이 때문에 같은 로맨틱 코미디인 <질투의 화신>의 시청층이 이동할 여지는 충분했고, 재미있다는 평가가 들리자 일부 시청층은 자연스레 <쇼핑왕 루이>로 채널을 옮겼다.

오랜만의 청정로맨스 + 재기발랄 캐릭터의 맛

 뻔한데 설레는 스토리, 캐릭터의 힘이 컸다.

뻔한데 설레는 스토리, 캐릭터의 힘이 컸다. ⓒ MBC


그러나 단순히 식상한 스토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쇼핑왕 루이>가 가진 매력이다. <쇼핑왕 루이>는 뻔한 이야기 구조에 개성있는 캐릭터를 입혀 드라마의 재미를 높였다. 그 중에서도 재벌 3세에서 기억상실 때문에 여주인공에게 얹혀살게 된 루이(서인국 분)의 캐릭터는 발군이다. 기억상실에도 불구하고 재벌가에서의 습관을 버리지 못해 사고를 쳐 갈등을 일으키지만, 여주인공에게 버림받을까 봐 시무룩해져 있는 모습은 마치 강아지를 연상시킨다. 여자 주인공이 모든 것을 돌봐주어야 하는 남자 주인공은 신선한 캐릭터로 이야기의 생기를 불어넣는다. 단순히 뻔한 설정의 식상한 드라마라는 비판을 벗어나게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캐릭터의 재기발랄함이다.

점점 농밀해져 가는 멜로나 스킨십이 난무하는 로맨스 드라마들 속에서, 시골소녀와 세상물정 모르는 기억상실 재벌남의 로맨스는 마치 소년소녀의 풋풋한 사랑을 목격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능력있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휘어잡는 설정도 나름 매력이 있지만, 여자 주인공만 바라보며 여자 주인공에게 몸을 맡길 수밖에 없는 처지의 남자 주인공 역시 '키우고 싶은 애완남'이라는 여성의 판타지를 자극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어떤 조건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만 바라본다는 설정은 캐릭터들의 '귀여움 지수'를 높였다. 물론 그 배경에 루이가 재벌 3세라는 안전 장치가 깔려있다. 시청자들은 루이가 다소 철이 없이 사고를 쳐도 그가 사실은 온실 속에서 자란 왕자님이기 때문에 그를 마냥 귀엽게 바라볼 수 있다. 재벌이라는 식상함 속에 재벌을 내세우지 않는 신선함을 가미한 것이 먹혀 들었다.

서인국과 남지현의 호연은 이런 설정을 더욱 부각시키며 캐릭터의 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중간에 유입된 시청자들조차, 그 둘의 사랑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 색다를 것 없는 스토리에 신선한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쇼핑왕 루이>는 증명해냈다. 

단순히 톱스타가 출연했다고 해서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더이상 없다. 비록 꼴찌로 시작했지만 시청률 1위 자리까지 넘보는 <쇼핑왕 루이>. 이처럼 시청자의 욕구를 파악한 '웰 메이드'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의 시선에 포착되기 마련이다. 과연 역주행의 희열을 넘어 <쇼핑왕 루이>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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