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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좋은 소리도 하고 쓴소리도 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낳은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기사 하나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JTBC <말하는 대로>를 다뤘습니다. [편집자말]
#말하는대로_어땠어?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 JTBC


마로니에죽순이 "나는 페이스북에서 손아람 작가만 따로 캡쳐를 해 잘려있는 것으로 먼저 봤다. 그걸 보고 이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강연의 질이 연사 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 어떤 연사의 경우 더 보고 싶고 어떤 사람은 대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10분이나 15분 정도로 잘린 영상만 보는 게 훨씬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26살은교 "일단 이런 프로그램을 무척 좋아하지 않는다는 전제부터 깔고 들어가야할 것 같다. '인생낙관교에 대한 간증회' 같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 간증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손아람 작가가 가장 많이 회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문제제기를 해서가 아닐까. 나는 자기 이야기를 하며 간증으로 끝날 게 아니라 문제제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타일러나 손아람처럼. '말할 거리'말고 '생각할 거리'가 필요하다."

말문이막히다 "버스킹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그 이상 치열하게 기획을 했나 하는 의문점은 있다. 버스킹할 때 뮤지션들이 기타 케이스 같은 곳에 동전을 넣으니까 우리도 동전 대신 카드로 그렇게 해보자. 뭐 이런 생각 이상 했을 것 같지 않은 거다. 개인적으로 '말문'으로 연결되는 콩트는 좋은데 버스킹이 음악이 아닌 대화로도 가능할 거라 생각한 게…. 안이한 구성이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들을 준비가 돼있어야 하고 또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나? 무턱대고 가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과연 얼마나 와닿을 수 있을까."

방석콜렉터 "음악으로 하는 버스킹은 정말 지나가다 흘끗 들어도 상관이 없다. 그런데 말로 하는 건 중간부터 들으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모객 행위를 그래서 하는 것 같은데 어찌 됐든 처음부터 감정이입을 해 들을 사람이 있어야 하니. 그런데 그런 어쩔 수 없는 작위적인 설정이 아쉽기도 하다."

26살은교 "나는 사실 모객 행위나 모금 활동을 하지 결국 사람 모아놓고 일 대 다로 강연하는 건 똑같다고 본다. 다른 강연과 차별점이 뭔지 모르겠다. '모스(moth: 나방)'라는 미국 팟캐스트는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이왕 '거리'를 주제로 할 거라면 특징 있는 거리를 선택해 특징 있는 연사들로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골목을 잡고 골목에서 서점을 하는 사람이라든지. 요조나 노홍철도 서점을 냈고."

#가장_인상적인_버스커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손아람 작가의 버스킹 강연은 넷 상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 JTBC


마로니에죽순이 "나는 손아람(2회)이 좋았다. 남들과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이 좋았고 계속 청자들과 '인터랙션'을 하려고 시도했던 사람 중에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런 종류의 강연 프로그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것이 그 연사들의 인생사가 포르노처럼 공개돼 카타르시스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강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그렇고 또 교조적인 강연이 될 수 있어 그렇다. 손아람은 그 중간에서 톤을 잘 잡았다. 물론 내용도 좋고 시의성도 있었고 나름대로 개인이 구축한 캐릭터도 있었다."

말문이막히다 "광고학에 '타기팅(Targeting)'이라는 개념이 있지 않나. 나는 손아람이 이 '타기팅'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실 광고를 봐도 표적화를 정확히 해서, 타기팅한 사람을 움직여야지만 성공했다고 볼 수 있으니. 광고라는 면을 보자면 성공적인 광고였고 실제로 이 프로그램이 팔렸으니까. (웃음) 괜찮은 광고였지."

방석콜렉터 "나는 배우 허성태(4회)를 꼽겠다. 연사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또 인상적으로 보려면 아무래도 내가 개인적으로 최근에 생각한 것과 비슷한 화두를 던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봤다. 나 또한 그처럼 요즘 꿈에 대해 고민한다. 허성태는 꿈을 꾸다가 늦게 그 꿈에 도전한 사람이다. 허성태를 보면서 내 자신을 되돌아봤고 지금 고민을 하더라도 꿈을 확실하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허성태의 강연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냈다. ⓒ JTBC


26살은교 "허성태의 떨리는 목소리, 긴장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 강연이 자기계발서 책과 다른 이유는 그 연사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전달된다는 것이다. 만일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걸 허성태가 보여주려고 애썼다고 생각했다."

마로니에죽순이 "사람들의 반응이 되게 달랐다. 허성태가 말을 끝마친 후에 오히려 사람들이 허성태에게 위로를 해주는 거다. '인터랙션'이 되려면 이렇게 돼야하지 않을까. 나는 평소에도 버스킹을 되게 좋아한다. 애들이 노래를 잘 못 부른다. (웃음) 너무 쑥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기타도 겨우겨우 잡아 부른다. 그게 항상 사랑스러운 거다. <말하는 대로> 역시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

26살은교 "나는 샤이니의 키(4회)를 꼽겠다. 우리가 이 아이돌을 잘 알지 않나. 키의 말처럼 샤이니 중에 키가 5등이라는 것도 알고 그러니 공감이 되고."

마로니에죽순이 "아니다. 키는 내 마음 속 1위다."

26살은교 "샤이니 그리고 키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말에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거다. 힘들었구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이지만 나름대로 고충이 컸구나. 그리고 그가 노력을 했다면서 보여준 예시들이 너무도 구체적이었다. 패션을 좋아해서 공연 때 옷을 만들고. 그걸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또 키의 나이가 나와 같더라. (웃음) 그래서 더 와닿았던 것 같기도 하고. 오히려 꾸미려고 하지 않아 더 좋았다."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 JTBC


말문이막히다 "나는 강연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이 프로그램 포맷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강연을 많이 해봤던 사람도 나오고 있는데 진행자들이 "프로페셔널하다" 이런 반응을 많이 보인다. 하지만 여긴 거리고 버스킹이 콘셉트고 오히려 거리와 가장 맞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다. '마로니에죽순이'가 말한 것처럼 버스킹은 오히려 서툴수록 더 좋고. 그런 점에서 나는 김동영 작가(1회)가 가장 좋았다. 말을 못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웃음)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공황장애를 경험한 사실을 털어놓는데 '내가 이렇게 극복했으니 너희도 극복해' 이게 아니라 '나는 이랬다'에서 끝난다. 거기서 덧붙이지 않고 굉장히 담백하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더라. 보통 마이크를 쥐고 있는 사람이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기 쉬운데 김동영의 경우 오히려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고백을 하니 이 경우 발언 권력을 청자들에게 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더라."

#논쟁은_논쟁으로_남겼으면

26살은교 "개인적으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남에게 가르침을 주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화두를 던졌으면 한다."

마로니에죽순이 "가끔 논쟁이 붙을 때가 있다. 손아람 작가라든지 남궁인 의사라든지. 그런데 논쟁이 나오고 논쟁에 불이 붙고 그걸 보여주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원래 버스킹이라는 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이 들리고 이런 인터랙션이 있어야 하는 건데 말로 하는 인터랙션이 너무 제한적이다."

26살은교 "조금만 논쟁이 나오면 진행자들의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고 거기서 논쟁을 일부러 끊어버린다. 어떤 사람이 박범신 작가에게 '구체적으로' 지금 청년들에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박범신 작가는 굉장히 추상적으로 답했다. 그리고 끝난다. 급하게 수습된 느낌이 강하다. 프로그램의 의도라 볼 수밖에 없다. 더 깊게 가지 않으려고. 서로 호흡하는 시간을 늘렸으면 한다. 개인의 성공도 좋지만 성공과 시스템의 실패를 이 프로그램에서 같이 보고 싶다."

마로니에죽순이 "그게 아니라면 이미 이런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어쩌다 어른> 같은 프로그램은 어떤가. 내가 봤을 때 이 프로그램과 비교한다면 강연의 밀도나 정보력은 훨씬 떨어지는데? 나는 앞으로 <말하는 대로>가 매력적인 연사를 많이 발굴했으면 좋겠다. 또 그만큼 시의성 있는 문제를 던졌으면 좋겠다."

말문이막히다 "사실 나는 어느 정도 시의성 있는 주제로 문제제기를 하는 것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웃음) 사실 '지금 현실을 직시해야 해' '지금 네 세계의 틀을 깨야해'라고 가르치는 듯한 태도도 약간 지치는 면이 없지 않다. 차라리 진솔하고 진정성 있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내게 위로가 된다. 말하자면 모르핀일 수도 있는데 과다하게 복용하지 않고 적당히 조금씩 복용해도 나쁘지 않은 게 아닐까. 다들 삶이 너무 힘드니까."

#말하는대로_속_디테일들

방석콜렉터 "나는 연사들이 조금 더 버스킹의 느낌을 가졌으면 한다. 강연보다 가볍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가졌으면 했는데 소위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첫 회랑 비교해서 <말하는 대로>자체가 많이 알려져서인지 버스킹이라는 콘셉트가 흔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장소를 정하지 말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 게릴라 버스킹으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26살은교 "연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모객 행위도 연사들에게 시키고 모금액도 전부 공개하지 않나. 경쟁을 붙이니 자기 자신도 신경 쓰이고 좋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과연 '기부=마음을 움직였다'고 볼 수 있을까? ⓒ JTBC


방석콜렉터 "대체 왜 모금액을 공개하는 건지 모르겠다. 진행자인 유희열과 하하도 민망해하면서 액수를 말하지 않나. 이런 프로그램에 굳이 왜?"

마로니에죽순이 "나는 이제 힐링이 돈으로 환산되나 싶은 거다. 나의 '힐링'이 얼마에 팔리고 내가 '힐링'을 했으니 얼마를 지불할게. '아픔을 이기니까 청춘이다'라고 말하는데 '아픔을 이겨낼 힘을 줬으니 돈을 내' 이런 식이 아닌가."

말문이막히다 "나는 모금하는 행위 자체는 긍정적이다. 연사들의 수고로움에 돈을 내는 거고 또 강제적이 아닌 자발적이라는 점, 또 기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왜 마지막에 순위를 정하냐는 거다. 사람의 마음이 마치 그 돈 속에만 있다는 것처럼 '몇 명의 마음이 모였습니다'라는 수사적인 어구도 불편하다. 모금하는 행위 자체에는 찬성하는 편이다. 기부로 사회에 환원되는 것이기도 하고."

방석콜렉터 "1만 원이 모였다고 그것이 꼭 10명의 마음을 흔든 건 아닌데 20명의 마음을 흔들었어도 1만 원이 나올 수 있는 거고. 흔들리지 않았더라도 천원 정도는 수고비로 줄 수도 있는 거다. (웃음) 그런 식의 비유는 아쉽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디테일. 나는 왜 잔여 방석 갯수를 시민의식과 연관시키는지도 모르겠다. 방석이 사라져서 아깝다는 건 잘 알겠는데."

 JTBC <말하는 대로> 프로그램 스틸 사진

'시민 의식의 척도=방석 회수율'? ⓒ JTBC


말문이막히다 "차라리 세련되게 자막으로 고지해주었으면 한다. 방석은 방송사의 자산이라서 버스킹 후에 다시 되돌려달라고. 훨씬 건강하지 않을까. 굳이 구차하게 '시민의식'으로 연결시키며 확대해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말하는 대로 유희열 하하 손아람 허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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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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