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결산을 설명하고 있는 강수연 집행위원장

15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결산을 설명하고 있는 강수연 집행위원장 ⓒ 성하훈


보이콧의 여파는 무서웠다. 2년 간 부산영화제를 흔든 부산시장의 간섭과 전횡에 영화인들은 참석을 거부했고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적 관객수 16만 5149명, 최근 수년 동안 매해 20만을 넘겼고 지난해 22만을 기록한 부산영화제가 올해는 30% 가까이 감소한 6만이나 줄어든 관객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남포동에서 개최한 첫회 당시 18만을 넘긴 관객 수에도 못 미치는 기록이다.

영화제 관객수가 급감한 것은 단연 영화계의 보이콧이었다.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줄곧 영화제를 정치적으로 압박했던 서병수 시장은 지난 2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쫓아내며 영화계의 보이콧을 유발하며 올해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추락시켰다. 지난 8월 영화계의 전면 보이콧이 어느 정도 풀리기는 했으나 감독과 촬영감독, 프로듀서, 영화노조 등 영화제작 현장의 핵심인력들이 거부한 영화제는 초라함을 면하기 어려웠다. 올해 전체 관객 수는 여기에 관객들도 가세한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강수연 위원장은 지난 2년 간 이어온 정치적 탄압 등이 영향이 있었으나, 전년도에 비해 상영회수가 60회 이상 줄고 전체 좌석수에서도 3만 7천 석이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시장의 정치적 탄압이 올해 영화제 준비에 지장을 초래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었기에 관객수가 줄어든 것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책임이 가장 커 보인다.

서병수 시장의 정치적 탄압으로 예산 줄면서 전반적으로 위축

 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저녁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폐막식을 갖고 열흘 간의 행사를 끝냈다.

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저녁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폐막식을 갖고 열흘 간의 행사를 끝냈다. ⓒ 부산영화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5일 저녁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폐막식을 갖고 열흘 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폐막식에서는 주요 부문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고, 폐막작 <검은 바람> 상영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영화제를 결산했다.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주요 부문 심사위원들이 참여한 기자회견에서는 올해 영화제의 전체적인 평가와 함께 수상작들에 대한 심사평이 발표됐다.

강수연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에 대해 세계의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쟁취를 위한 기나긴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해 주면서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 독립성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며 영화제의 근본임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 이사장 체제하에서 치러진 영화제라는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며, "내용적으로 새로운 영화들과 신인감독들에게 좀 더 주목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작가의 새로운 발견과 소개라는 영화제의 정체성과 가치를 다시 돌아보는 한 해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태풍과 지진 등도 올해 영화제에 영향을 미쳤으나. 관객들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인이자 든든한 밑거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향후에도 관객들을 위한 알찬 프로그램과 서비스 향상을 통해 더욱 보답하는 영화제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예산이 3분의 1로 줄어들면서 다른 행사들 역시 예상대로 상당히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아시아필름마켓은 참가자가 전년 수준을 유지하며 현상 유지 선에 그쳤다. 악조건에서 최대한 선방한 것으로 보이지만 영화제의 성장에서 마켓 역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춰볼 때 당분간 상승 동력을 회복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다만 E-IP(엔터테인먼트와 지적재산권) 마켓의 연이은 계약 성사는 기대감을 갖는 요소로 평가된다. 

문제는 올해 행사만이 아닌 내년 이후의 영화제가 계속 침체된 형태로 갈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계의 보이콧 정서에는 앞으로 수 년 간은 부산영화제를 외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서병수 사과와 이용관 전 위원장 명에회복, 완전한 독립성 쟁치 등은 영화계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보이콧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짧은 시간안데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것은 프로그래머와 스태프들의 열정과 노력도 있었지만, 한국영화 전체가 지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한국영화 전체는 부산영화제에 애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이콧을 유지한 "4개 단체들이 큰 기조로 영화제에 힘을 주고 지지를 보태줬다. 이거 역시 한국영화의 힘이다"고 평가했다.

강 집행위원장은 징역 1년을 구형받고 오는 26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등 4명의 영화제 관계자들에 대해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재판 과정이기에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이다. 4명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영화제의 문제이고 한국영화 전체가 똑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신인감독들 주목받고 한국영화 <꿈의 제인> 3관왕

 15일 오전 열린 21회 부산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5일 오전 열린 21회 부산영화제 결산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심사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성하훈


올해 영화제의 수상작들도 발표됐는데 아시아 신인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뉴커런츠는 왕수에보 감독의 <깨끗한 물속의 칼>과 장치우 감독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등 중국영화가 2개상을 모두 휩쓸며 주목받았다. 한국영화는 조현훈 감독의 <꿈의 제인>이 CGV 아트하우스 상과 남녀 배우상을 휩쓸며 3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중국영화 출품작 수가 적었던 데 비해 뉴커런츠 상을 중국 감독들이 휩쓴 것은 중국 신인감독들의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 모두 중국영화라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며 가장 재밌었던 영화로 연출이나 주제면에서 결함이나 부족함이 없었다고 극찬했다.

한국영화로 3관왕을 차지한 <꿈의 제인>은 남녀배우상을 휩쓴 것이 주목받고 있다. 남자 배우상을 수상한 구교환 배우는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이름이 높다. 여자 배우상 수상자인 이민지 배우는 단편영화로 칸과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고, 장편으로 부산영화제 배우상을 수상하면서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됐다. 이민지 배우는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면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다.

배우상 심사위원인 조민수 배우는 공교롭게 한 작품에서 남녀배우상이 모두 나왔다며 연기가 좋고 잘하니까 뽑은 거라며 그의 역할을 이전에 본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뇌에 마비가 올만큼 힘든 심사였다"고 심사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남자 배우상 심사위원인 김의성 배우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이 매우 무거운 마음으로 끝났다며 배우의 연기를 평가하고 심사를 매긴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아프게 느꼈고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 다짐했다"며 심사가 어려웠음을 고백했다. 이어 구교한 배우가 "독립영화 감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들었다. 배우의 미래가 상업영화에만 해당되는 것 아닌 다양한 방면으로 갈 수 있는 것이라"며 "미스터리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트랜스젠더 제인역을 황홀하게 연기해줬다"고 평가했다.

김의성 배우는 심사평 발표 앞서 "안팎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훌륭하게 이끈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위원장에 감사한다"며, "부당하게 기소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지지한다.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덧붙여 올해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갔다. 김 배우는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부산영화제 독립성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기도 했다.

이밖에 다큐멘터리 대상인 비프메세나상은 성승택 감독의 <옆집>과 필리핀 세론 다욕감독의 <폭동의 시절>이 받았고 관객들의 투표롤 뽑는 KNN관객상은 명필름영화학교가 만든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가 수상했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주요 수상작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 <깨끗한 물속의 칼>과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2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수상작 <깨끗한 물속의 칼>과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 성하훈


●뉴커런츠상
<깨끗한 물속의 칼> / 왕수에보(중국)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 / 장치우(중국)
*특별언급 : <이별>/ 나비드 마흐무디(이란)

●비프메세나상
한국 : <옆집> / 성승택
아시아 : <폭동의 시절> / 세론 다욕(필리핀)

●선재상
한국 : <아는 사람> / 김소윤
아시아 : <오프-시즌> / 예르잣 에스켄디르(카자흐스탄)
*특별언급 : <죽음에 이르는 길> 구오산피(중국)

●올해의 배우상
남자배우상 : <꿈의 제인> / 구교환
여자배우상 : <꿈의 제인> / 이민지

●KNN관객상
<환절기> / 이동은

●BS 부산은행상
<천 시간의 밤> / 세바스티안 쉰델(독일)

●비전감독상
<춘천, 춘천> / 장우진
<나의 연기 워크샵> / 안선경

●대명컬처웨이브상
<용순> / 신준

●CGV무비꼴라쥬상
<꿈의 제인> / 조현훈

●부산시네필상
<나비의 눈물>  / 티파니 슝(캐나다)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 임대형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
<하얀 개미> / 추시엔체(대만)


부산영화제 BIFF 강수연 이용관 서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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