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당사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분명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진심. 이 진심을 담아, 마흔여섯 편의 상영작을 선보입니다.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관객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그 인권은 가짜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그 인권은 가짜다> ⓒ 여성인권영화제


'미국인의 96%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고 믿고 있다.'

<그 인권은 가짜다>라는 제목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왜 가짜인가?" 감독은 현실에서 여성들이 겪어내는 일상의 차별을 영화에 고스란히 담는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우리 삶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 차별들은 여성들을 지속적인 빈곤 상태로 내몰고 있는 것은 물론, 경력 단절 및 사회적 고립의 형태로 밀어내고 있음을 드러낸다.

유리 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벽'을 부수는 문제이다.

단적인 예로, 임금문제를 들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그와 동시에, 최저임금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64%는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즉, 여성의 과반수 이상이 최저임금 직종에 종사함은 물론, 그 마저도 남성보다 임금이 적다는 말이다. 이는 한국의 상황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5년 <연합뉴스> '2013년 여성의 경제활동'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성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2100만 원으로 남성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인 (3700만 원)의 57.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저임금의 문제가 아닌, 여성의 경우 경제활동을 하더라도 빈곤 상태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그 인권은 가짜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그 인권은 가짜다> ⓒ 여성인권영화제


미국의 경우 법적으로 성차별을 금지함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가정폭력을 다루는 경찰의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영화에서 에밀리 색(Emily Sack)은 인터뷰를 통해 "가정폭력의 경우보다 제3자, 모르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사건의 경우 경찰이 더 빨리, 강하게 개입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젠더문제와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듯 보이지만 대부분의 가정폭력 피해자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이는 분명 젠더문제"라는 것이다. 에밀리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들 역시, 가정폭력의 문제를 단순히 '정신나간'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젠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영화에서는 폭력으로 수감된 여성의 90%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던 남성에 대한 폭력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경찰에 수차례 신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었던 그녀들은 결국 자기방어(self-defense)를 통해 스스로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기방어의 경우에도 여성에게는 법은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좋은 변호사를 고용할 돈이 없고, 자기 변호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의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곤 하기 때문이다. 오 제이 심슨(O.J. Simson)처럼 사람을 죽이고도 무죄로 풀려나는 경우를 보면,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형량이 과연 동등한 무게로 처리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단 하룻밤에 일어난 사건, 2차 피해가 더 큰 상처

영화에서 배우이자 활동가인 패트리샤 알쿠에테(Patricia Arquette)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여성을, 그리고 여성의 인권을 얼마나 우위에 두느냐에 따라 피해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범위가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강간 당한 이후 여성들이 받아야 하는 각종 치료와 성병검사, HIV/AIDS 검사 등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과 관련 "이는 분명 법적으로 여성들이 비용할 필요가 없어야 하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법을 만드는 이들이 이런 여성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다.

임신 가능성으로 인해 여성은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정작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진 못한다. 감독은 "이런 사건은 단순히 하룻밤 사건으로 남지 않는다. 온라인을 통해 영원히 기록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한 이후,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한 채 괴로워하다 자살을 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세지는 명료하다. 제목이 말하듯이, 'Equal means equal.' 글자 그대로, 성별에 의한 차별 없이 동등하게 임금을 받고, 지위에 따라 동등한 일거리를 얻으며,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것. 즉,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인간'으로써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결코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며, 괴롭지만 미래의 다른 여성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는, 여성과 여성주의, 여성운동에 관련된 외신을 번역하고, 국내/외 연구를 소개하며, 여성주의적 시선의 비평을 싣는 온라인 여성주의 매체입니다. 필자 이미루님은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으로, 페미디아 번역팀에서 편집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 여성인권영화제 홈페이지 http://fiwom.org/fiwom/
* 영화를 풍부하게 보는 법, 피움톡톡!

'피움톡톡'은 여성인권영화제가 자랑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심도 있게 파헤쳐 보는 토크쇼입니다. 올해는 총 13개의 '피움톡톡'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델마와 루이스> 또한 피움톡톡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0월 13일, 7시에 정희진 여성학자와 함께 진행됩니다. 예매 및 기타 정보는 여성인권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www.fiwo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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