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의 진영은 박보검 신드롬이 일어나는 과정 안에서도 눈에 띄는 존재다. 박보검과 김유정이 만드는 로맨스가 극의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진영은 김윤성 역을 맡아 김유정이 연기하는 여주인공 홍라온을 사랑하는 역할로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과 비주얼을 인정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 B1A4 출신이라는 점을 오히려 나중에 알게 된 시청자들이 '진영이 배우인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영화 <수상한 그녀>에 출연했지만 거의 연기 경력이 없던 진영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진영.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진영. ⓒ KBS2TV


인기를 바탕으로 무턱대고 주연을 맡은 아이돌보다 조연부터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아이돌이 주목받고 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반감을 상쇄하면서도 의외의 연기력으로 호감도가 높아지는 선택을 하는 아이돌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굿와이프>의 나나는 "데뷔후 선플이 처음 달렸다"고 말할 정도로 대중들의 눈 밖에 난 아이돌 중 하나였다. 나나가 TC캔들러라는 블로거가 뽑은 세계 미녀 순위 1위를 차지하자 비난의 강도도 증가했다. 공신력이 없는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선플이 달렸다는 나나.

데뷔 후 처음으로 선플이 달렸다는 나나. ⓒ tvN


실제로 나나는 가수로서의 능력치보다는 '세계 미녀'등 화제성 지수만 지나치게 높은 연예인이었다. 모델 출신의 늘씬한 키와 시원시원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연예인으로서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그가 <굿와이프>에 출연하면서 뒤집은 평판은 실로 큰 의미가 있다. 나나가 <굿와이프>에서 맡은 김단이라는 역할은 차가운 성격을 가졌지만 확실한 일처리를 바탕으로 주인공 김혜경(전도연 분)과 신뢰를 쌓아가는 역이었다. 김단은 나나 이미지에 딱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다. 의외의 연기력에 시청자들이 놀랐음은 물론이다. 나나가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치를 보여준 계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술남녀>의 키는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는 연기력을 펼친다.

<혼술남녀>의 키는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는 연기력을 펼친다. ⓒ cj e&m


샤이니의 키 역시 <혼술남녀>에 출연해 뛰어난 사투리 구사 능력과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케이스다. 키는 <말하는 대로>에 출연해 "내가 백조인 줄 알았는데 닭이었다"며 "샤이니 5명 중 검색어 순위가 만년 5등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혼술남녀>에 출연한 키는 샤이니의 그 누구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낸다.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지는 않지만 조연으로서 빛나는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활동영역에 있어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한편, 육성재도 김은숙 작가의 신작 <도깨비>에서 조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아홉수 소년>과 <후아유>에서 연기경력이 쌓이며 주연을 노려봄 직한 상황에 있으면서도 또다시 조연을 선택한 것이다. <태양의 후예>를 집필하고 드라마마다 히트를 기록한 김은숙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작품 자체에 대한 화제성은 크다. 공유와 이동욱이 주연을 맡은 것 역시, 작품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육성재는 여기서 재벌 3세 역할을 맡았다. 남자의 매력을 잘 표현하는 김은숙 작가의 손에서 육성재가 또 어떻게 여심을 사로잡을 매력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기돌' 그 실패의 무게

인기를 바탕으로 주연을 맡는 아이돌은 그만큼 큰 실패의 무게도 짊어져야 한다. 호평을 받는다면 상관없지만,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쏟아지는 비난은 더욱 크다. 주연이 아닌 조연의 자리에서 차근차근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아이돌들이 '의외의' 호평을 얻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하는 아이돌에게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기대치는 낮다. 그 낮은 기대로 높은 위치에 올라서려 한다면 그만큼 반감의 파급력도 크다. 물론 그 기대를 기분 좋게 배반하는 것은 그들의 인기를 상승시키고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파급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아이돌이 주연에 도전했지만 성공적인 사례보다는 실패한 사례가 더 많았다. 주연을 맡은 아이돌의 책임론은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휘몰아친다. 애초에 논란을 등에 업고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에 연기력이나 흥행력에 대한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다.

아이돌은 조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드라마를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지 않고 주연보다 주목도도 낮지만,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와 연기력 수준에 맞는 작품을 선택해 자신의 끼를 펼쳐 보일 수 있는 배역을 맡은 것이 이들의 성공 포인트다. 앞으로도 그런 똑똑한 선택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아이돌의 연기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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