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0회를 맞는 여성인권영화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당사자의 생존과 치유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단순한 진심'입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성인권이 침해되는 현실은 분명히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과 진심. 이 진심을 담아, 마흔여섯 편의 상영작을 선보입니다. 10월 10일부터 16일까지,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관객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부족하다, 처졌다, 뚱뚱하다, 작다, 크다, 보기 싫다, 잘라내고 싶다, 혐오스럽다, 구역질 난다, 울고 싶다…. 모두 영화 속 여성들이 스스로의 몸을 한두 단어로 표현한 방식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겹게 듣는 전혀 낯설지 않은 혐오 표현들은 결국 각자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굳어집니다. 잡지와 TV, 모든 생활 공간에서 보게 되는 완벽한 몸매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내 몸의 부족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내 몸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은 오로지 완벽한 몸매에 다가갈 때만 주어집니다. 물론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뿐, 사진편집 기술이 만들어낸 허상에 다다를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나이가 들면서 멀어지기만 할 뿐입니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스틸컷. 감독 자신이 사진 편집 기술을 통해 잡지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스틸컷. 감독 자신이 사진 편집 기술을 통해 잡지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 여성인권영화제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타린 브럼핏은 친구들과 몸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한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두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흔한 몸매 관리 전/후 사진과 같은 형식이지만, 첫 번째 사진은 운동을 통해 '완벽한' 몸을 만들어 대회에 출전한 모습, 두 번째 사진은 대회 이후 다시 살을 찌운 후의 사진입니다.

오히려 과한 운동을 멈추고 일상으로 복귀한 이후가 훨씬 행복하다는 반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시물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수많은 여성이 그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묻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되었나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아든 그는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를 돌며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게 됩니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스틸컷 "제 몸은 아름다워요."

▲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스틸컷 "제 몸은 아름다워요." ⓒ 여성인권영화제


표면적으로 영화는 미디어가 잘못된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방식을 보여주고, 이를 극복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무척 설득력 있게 전개되지만,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온갖 이미지에 있습니다. 감독은 애초에 전/후 사진이라는 형식을 뒤집어 반향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자체를 대안 미디어로 삼아 새로운 이미지와 말을 쏟아냅니다.

건강을 위협받을 정도로 마른 몸의 모델들이 독점하고 있던 아름다운 몸의 이미지를 작거나 뚱뚱하거나, 다리를 절거나, 털이 많은 일반인의 것으로 되찾아옵니다. '뚱뚱하다', '못생겼다', '왜소하다' 대신 '아름답다', '부드럽다', '아찔한 굴곡을 가지고 있다', '좋은 향기가 난다' 등 자신의 몸을 표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도 자신의 몸을 표현할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고 부정적 메시지를 튕겨낼 힘을 제공합니다.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스틸컷 "우리 몸은 아름다워요."

▲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임브레이스> 스틸컷 "우리 몸은 아름다워요." ⓒ 여성인권영화제


시드니 누드 수영대회에 참가한 한 여성은 다른 여성을 발견하고 반가워 뛰어가 말합니다.

"저처럼 한 쪽 가슴이 없으시군요!"

매일같이 보고 있는 '내 몸'이지만 그것이 밖에서 재생산될 때, 화면에 펼쳐질때, 다른 사람의 몸에서 발견될 때, 그래서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을 때,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임브레이스>에서는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많은, 다양한, 있는 그대로 표현되는 수많은 여성의 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관객들 역시 자신의 아름다운 몸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embrace) 체험을 하는 것이 감독의 바람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여성주의 정보생산자조합 페미디아는, 여성과 여성주의, 여성운동에 관련된 외신을 번역하고, 국내/외 연구를 소개하며, 여성주의적 시선의 비평을 싣는 온라인 여성주의 매체입니다. 필자 박정흠 님은 페미디아 연구소개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영화를 풍부하게 보는 법, 피움톡톡!

'피움톡톡'은 여성인권영화제가 자랑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영화와 관련된 주제를 심도 있게 파헤쳐 보는 토크쇼입니다. 올해는 총 13개의 '피움톡톡'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IT업계에서의 성차별과 여성들의 도전을 보여줄 <성 평등을 코딩하라!> 또한 피움톡톡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상영시간 및 출연진은 여성인권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성인권영화제 임브레이스 다양성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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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이주여성문제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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