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즈>의 한장면

<위켄즈>의 한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지보이스'(G-voice)란 이름의 합창단이 있다. G는 게이(Gay)의 약자. 남성 동성애자들로만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지난 2003년 성소수자 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만들어져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스무 명은 족히 될 듯한 게이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합창 연습을 한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 친구사이의 사무국장부터 의사, 패션 MD,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멤버들의 나이와 직업도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동성 결혼식, 퀴어축제, 나아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집회까지 약자를 위한 무대라면 어디든지 오른다.

다큐멘터리 영화 <위켄즈>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 초청작이다. 9일 오전 10시 부산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첫 상영 이후 이동하 감독과 영화에 출연한 G-보이스 멤버 남웅, 재경, 종걸('친구사이' 사무국장) 세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영화 <위켄즈>

영화 <위켄즈>ⓒ 부산국제영화제


성소수자이자 사회적 약자인 게이를 다루는 영화의 태도는 진지한 와중에서도 내내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영화 초반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매주 모이는 이들의 끈끈한 연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음정도 발성도 수준 이하인 단원들의 연습 장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이 터진다. 감독은 2009년부터 지보이스의 활동을 영상으로 기록해 왔고, 덕분에 영화는 단편적 에피소드가 아닌 지보이스의 역사를 말해주는 다큐멘터리로 완성됐다.

"<위켄즈>는 친구사이 2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의미도 있다. 당시 저와 친했던 스파게티나란 게이 친구가 죽은 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좋은 작품으로 완성된 건 제가 아니라 단원들 덕분이다. 맨날 싸우다 화해하고 울다가 웃고, 연애하다 헤어지고 또 연애하는 이들의 모습을 충실하게 기록하기만 해도 재밌겠다 싶었다. 지보이스의 노래들도 게이가 직접 만들어 부르는 것이어서 의미가 큰 것 같다."(이동하 감독)

 영화 <위켄즈>

영화 <위켄즈>ⓒ 부산국제영화제


각자 사회 속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멤버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온 건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특히 목사 아버지를 둔 패션 MD 남우와 의사 재경의 이야기는 그런 면에서 관객에게 큰 울림을 남겼다.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 앞에 당당한 그들의 태도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역설적이게도) 과거 그들이 받았을 상처를 떠올리게 한다.

"저희 아버지가 목사님이다. 아버지는 제가 게이란 걸 받아들이셨지만 그렇다고 주위에 그 소문이 퍼지길 원치는 않으셨다. 저는 주변에서 많이 봐와서 그런지 게이란 걸 들키는 게 두렵지 않다. 영화 속에서 '섹스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게 소문날까 좀 걱정이다.(웃음)"(남웅)

"제가 우연찮게 공중파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 그 후에는 의대 동기들이 '나도 게이'라며 메일을 보내온 적도 있다. 직장에서는 저의 해고를 두고 비상대책회의가 열리기까지 했다. 당시 어떤 분이 '성 정체성과 직업 전문성은 무관하다'고 주장해 주셔서 계속 일할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른 직장인데 여기서는 따로 커밍아웃을 하지는 않았다. 커밍아웃이 필수는 아니고 때에 따라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재경)

 영화 <위켄즈>

영화 <위켄즈>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위켄즈>는 '성적소수자의 인권 향상'이라는 원론적이고 당연한 화두를 주장하는 캠페인 영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섬세하고 착하면서도 밝은 에너지로 넘치는 사람들을 그리고, 그들의 순수한 진심을 미사려구 하나 없이 담아낸다. '자고 싶은 남자는 많지만 손잡고픈 남자는 너뿐이야'라는 노랫말에서 천진난만한 청춘의 모습이 보이고, '세상아 너의 죄를 사하노니'라는 곡에서 가슴이 아려오는 건 바로 그 때문일지 모른다.

"<위켄즈>는 올해 12월 중 국내에 개봉할 예정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러 오셔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시면 좋겠다. 여러분이 알지 못하는 성소수자가 얼마든지 주변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종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