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원더걸스 등 꽤 많은 한국 가수들이 외국에서 활동하며 마음 고생한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가수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말이 통하지 않는 타지에서 무언가를 이뤄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걸그룹 라임의 존재를 알았을 때, 이들의 입장에서 '한국에서 아이돌로 활동하는 일'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6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KN플러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베트남 걸그룹 라임을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오디션 10000:1로 통과한 실력파, 베트남 첫 아이돌

 베트남 출신 걸그룹 <라임(엠마, 리즈, 이본)>이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 걸그룹 <라임(엠마, 리즈, 이본)>이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15년 5월 데뷔한 걸그룹 라임(LIME)은 리즈, 이본, 엠마 세 멤버로 구성됐다. 원래 4명이었지만 2016년에 한 멤버가 개인 사정으로 탈퇴하고 세 명으로 정비됐다. 이들은 한국과 베트남이 공동 제작한 베트남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이케이팝 슈퍼스타>에서 2014년 7월 1만대 1의 경쟁을 뚫고 최종 멤버로 선발됐다. 5개월 간 진행된 오디션 과정 중에는 한국에서 케이팝 시스템 안에서 훈련받는 과정도 포함되어 있어, 시작부터 케이팝에 기반한 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2014년에 오디션이 끝나고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가진 라임은 2015년 5월 베트남에서 'Take it slow'란 곡으로 정식 데뷔했다. 베트남의 첫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의 데뷔곡 'Take it slow'는 한국의 작곡가 김도훈이 작곡과 메인 프로듀서로, 작곡가 PJ가 공동 작곡가로 참여했다. 라임은 2개월 후인 7월에 이효리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디지털 싱글 앨범 < Toc Toc Toc >을 한국에서 발매하며 본격적인 한국 활동을 시작했다. 'Take it slow'를 발매하자마자 베트남에서 인기를 얻은 이들은 두 달밖에 안 되어 타지로 와야 해 아쉬움도 있었다. 팬들은 이들에게 "베트남에는 언제 오느냐"며 자주 묻곤한다.

리더이자 보컬을 담당하는 리즈, 랩과 서브보컬을 담당하는 이본, 서브보컬과 댄스를 맡은 엠마 중 한국말을 가장 잘하는 건 이본이다. 이날 인터뷰는 이본의 통역(?)으로 진행됐다. 베트남의 가요계의 상황을 묻자 이본은 "활동하는 가수는 많지만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은 라임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이다 보니 잘 할 수 있을까란 부담이 컸고,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컸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들은 씩씩하고 밝게 활동 중이었다.

케이팝 경쟁, 이렇게 치열한지 몰랐다

 베트남 출신 걸그룹 <라임(엠마, 리즈, 이본)>의 이본이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본은 수준급 랩 실력을 지녔다. 노력파인 덕에 한국말도 잘한다. ⓒ 이정민


"원래 저희는 케이팝 스타 중 인기 많은 그룹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한국에 와서 보니까 그룹이 정말 많고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어요." (이본)

라임 멤버들에게 베트남에서 인터넷이나 TV를 통해 케이팝을 보는 것과 직접 와서 활동하며 느낀 것이 무엇이냐 묻는 질문에 이들은 "경쟁이 치열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만큼 "한국의 가수들은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가수에 대한 생각을 묻자 리즈는 주저 없이 "말랐어요"라고 말하며 티비보다 실제 몸이 더 말라서 라임도 다이어트에 힘쓰는 중이라고 했다. 베트남에서 케이팝은 7~8년 전부터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투애니원, 슈퍼주니어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좋아하는 케이팝 스타를 물었떠니 리즈와 엠마는 동방신기를, 이본은 빅뱅을 꼽았다.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발됐을 때 '케이팝 무대 진출'이라는 꿈을 이뤘다. 세 멤버 모두 어릴때부터 가수를 꿈꿔왔다고 하니 그 기쁨은 가늠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워낙 경쟁이 치열해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게다가 라임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다른 그룹은 멤버 한두 명만 외국인 멤버지만 라임은 세 명 모두 외국인이라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힘들다. 이본은 "한국어를 무엇보다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빨리 배워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활동할 땐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 한국에서 활동하며 언어 문제 등 노력해야할 것들도 많고 경쟁이 심해 아직 인기를 얻지 못한 것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물었다. 세 멤버는 특유의 밝은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기회가 오면 잡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에 7시간 정도 연습하며 실력도 뛰어나다. '베트남 1호 걸그룹'인 라임 이후에 몇 개의 아이돌 그룹이 베트남에 더 생겼다고 하니 이들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자신들을 기다리는 베트남의 팬들이 있기에 더 힘을 내고 있었다.

라임은 지난 7월 한국에서 2집 싱글 앨범 <Part of me>를 발표했다. 1년 전 발표한 데뷔곡 'Take it slow'에 비하면 외적인 스타일과 음악 스타일 등에서 더 케이팝스러워졌다. 이 말에 이본은 "더 케이팝에 가까워진 것이 맞다"며 "1년 사이 한국어가 늘어서 노래할 때 발음이 더 좋아졌고, 경험이 쌓이면서 연기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노래는 한국어 버전과 베트남어 버전으로 각각 들을 수 있다.

"밝은 에너지로 사람들 응원해주고 싶어"

 베트남 출신 걸그룹 <라임(엠마, 리즈, 이본)>의 리즈가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리즈는 뛰어난 가창력을 지녔다. ⓒ 이정민


한국에 와서 케이팝 무대에서 활동하는 라임을 보며 베트남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들을 어떻게 생각할까? 라임 멤버들은 "친구들과 가족들이 저희를 자랑스러워 한다"며 "하지만 저희가 다 여자이고 외국에 있다보니 걱정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함께 숙소생활을 하는 라임 세 멤버는 만난 지 2년 밖에 안 됐지만 서로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을 알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한다. 리즈는 요리를, 이본은 정리정돈을, 엠마는 빨래를 잘 해서 살림도 척척이다. 다만 한국에 와서 분리수거가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베트남 걸그룹' 라임이 아닌, 라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를 물었더니 의외로 이들은 '재미있는' 이라는 독특한 수식어를 언급했다. 리즈는 "저희 숙소에서 정말 웃기게 논다"며 누가 제일 웃기냐는 질문엔 이본과 리즈 모두 엠마를 지목했다. 95년생인 막내 엠마는 93년생인 두 언니들에게 언제나 밝은 에너지를 주는 해피바이러스 같은 멤버다. 리즈는 "얘들아 밥 먹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엄마 같은 존재이며, 이본은 조용하고 털털한 아빠 같은 스타일이다. 이날 인터뷰의 통역을 담당한 이본은 수준급 랩실력을 가졌는데 <쇼미더머니>를 즐겨본다며 출연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재미있는 것'에 자신있고 음악을 사랑하는 연습벌레 라임은 동남아시아 최고 걸그룹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로도 진출 하고 싶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이들은 신나고 밝고 파워풀한 음악으로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베트남 출신 걸그룹 <라임(엠마, 리즈, 이본)>의 엠마가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엠마는 팀의 막내이며 애교가 많다. ⓒ 이정민


 베트남 출신 걸그룹 <라임(엠마, 리즈, 이본)>이 6일 오후 서울 봉천동 케이엔플러스엔터테인먼트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사람은 만난 지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숙소에서 함께 생활한 덕분에 가족처럼 가까워졌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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