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청소년들이 만들고 직접 꾸며낸 연극과 영화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연극 동아리의 친구들끼리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하는 '전국청소년연극제'의 예선전부터 본선까지의 장이 7월부터 8월까지 있었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청소년들끼리 서로가 만든 영화를 출품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이하 SIYFF)는 9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되었습니다.

그래서 옆동네 1318 안의 작은 기획 [연&영 1318]을 준비했습니다. 전국청소년연극제와 그 예선전에 출전한 학교 동아리, 그리고 SIYFF에 출품한 청소년 중 제가 '찜한' 청소년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 하고, 영화에 대해 리뷰하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또 이러한 청소년 문화축제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차례에는 연&영 1318의 인터뷰 섹션 세 번째 차례로, 이번 SIYFF에서 8개의 영화를 출품해 큰 활약을 보여주었던 경기예술고등학교의 '감독님 일곱 분'과 배우들을 두 지면에 걸쳐 인터뷰합니다. [편집자말]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경쟁 13+, 드림시어터 13+ 섹션은 청소년이 출품한 다양한 단편영화로 채워졌다. 그 중에서는 '오~'라는 반응이 나오는 작품도 있었다. 깊게 생각해야 이해가 되는 상징적인 작품도 있었다. 그리고 웃음이 터져나왔던 작품도 있었다. 장편영화만큼이나 다양한 주제와 풍부한 시선으로 채워진, 청소년들이 직접 만들고 엮은 작품이 가득한 섹션이었다.

13+ 섹션에서 가장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던 이들이 있다. 바로 드림시어터 섹션에 4개의 영화, 경쟁 섹션에 4개의 영화를 출품했던 경기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영화전공 학생들이다. 블랙코미디, 진지한 드라마,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와 줄거리로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채워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하수구>의 박가령 감독과 연락처를 주고받고, 이런 문자를 넣었다. '감독님이 페르소나라고 생각하는 배우 한두분씩 모셔주세요~'라는 내용이었다. 무려 15명이 모였다. 처음 보는 대인원에 '헉'하다가 생각을 가다듬었다. 이들의 이야기가 한 지면에 실리기는 무리다. 이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담기 위해 부득이 두 지면을 나누어 연재한다.

10월 6일 목요일, 영화제가 끝난 지 이틀만에 경기예고 편집실에 방문했다. 경쟁 부문에 나온 영화 <하수구>, <사이>, <전교시대: 격검의 소녀여 학교를 구하라!>, <레가토>의 감독, 배우와 드림시어터 부문에 나온 <예리한 선택>, <보이스>, <겨울이 더워지도록>, <갑을전쟁>을 연출한 감독과 출연배우, 총 열다섯 명이 꺼내는 자신의 영화 이야기를 가감없이 수록한다.

1편에서는 영화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 설명과 학교, 개인에 대한 소개를 하고, 2편에서는 감독과 함께 GV를 진행하듯 영화에 대한 인터뷰를 한다. 2편에는 이들이 직접 만든 영화를 지면에서 바로 볼 수도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열 다섯 명이 한 화면에 다 모였다. 맨 아래쪽 왼쪽부터 박수진 씨, 임은진 씨, 김예리 씨, 강예진 감독.
중간 줄 왼쪽부터 김다빈 감독, 박가령 감독, 김윤성 씨, 이승호 감독, 김은중 씨, 송혜린 감독, 박인선 감독, 문혜린 씨, 맨 윗줄 왼쪽부터 이세형 감독, 이존승 씨, 이선혜 씨.

열 다섯 명이 한 화면에 다 모였다. 맨 아래쪽 왼쪽부터 박수진 씨, 임은진 씨, 김예리 씨, 강예진 감독. 중간 줄 왼쪽부터 김다빈 감독, 박가령 감독, 김윤성 씨, 이승호 감독, 김은중 씨, 송혜린 감독, 박인선 감독, 문혜린 씨, 맨 윗줄 왼쪽부터 이세형 감독, 이존승 씨, 이선혜 씨. ⓒ 박장식


- 만나서 반갑다. 첫 질문은 여느 인터뷰들이 그렇듯 자기소개지 않는가.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강예진: "경기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영화전공 2학년이다. SIYFF 드림시어터 부문 <예리한 선택>에서 감독을 맡았다."

김예리: "경기예술고등학교 2학년 연극영화과 연기전공 김예리이다. <예리한 선택>에서 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하던 예리 역할을 맡았다."

문혜린: "경기예고 2학년 성악과에 재학중인 문혜린이다. 유명한 오페라가수가 되어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 꿈이다. <레가토>에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유빈 역할을 맡았다."

박인선: "연극영화과 2학년 영화전공에 재학중인 박인선이다. 두 사람의 갈등을 다룬 영화인 <레가토>를 연출했다."

이세형: "경기예고 연극영화과 3학년 이세형이다. 동아리 간의 갈등과 진학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인 <전교시대: 격검의 소녀여 학교를 구하라!>의 연출을 맡았다. <전교시대>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에서도 '마음의 별빛상'을 수상했었다."

이선혜: "<전교시대: 격검의 소녀여 학교를 구하라!> 영화에서는 총장신의 부름을 받지 못해 대학을 가지 못했던 동아리장이었지만, 대학이 너무나도 가고싶은 연극영화과 3학년 이선혜이다."

김다빈: "경기예고 3학년 영화전공 김다빈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관계에 대해 다룬 영화 <사이>의 감독이다. <전교시대>에 방송부 학생 역할로 나왔는데, 손으로 잡고 있던 연기용 마이크가 사실은 연기용이 아니라 녹음용 붐 마이크였다."

 김다빈 씨가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나왔던 <전교시대>의 한 장면. 그 녹음용으로 돌아가던 마이크가 들고있던 그 붐마이크였다.

김다빈 씨가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나왔던 <전교시대>의 한 장면. 그 녹음용으로 돌아가던 마이크가 들고있던 그 붐마이크였다. ⓒ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세형


박수진: "경기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2학년 연기전공 박수진이다. <사이>에서 세상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소민 역할을 맡았다."

임은진: "경기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과 연기전공 2학년 6반인 임은진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연극영화과가 6반에 배정된다. <사이>에서 나쁜 아이면서도 나쁜 아이라고 할 수 없는 변덕이 심한 아연 역할을 맡았다."

이승호: "외로운 두 소년이 음악을 통해서 소통하는 <보이스>를 연출한 경기예고 3학년 영화전공 이승호이다. 세형이가 만든 <전교시대>에 복싱부 선수 역으로 나왔다."

김윤성: "경기예술고등학교 3학년 연기전공 김윤성이다. <보이스>에서 한 남자와 음악으로 소통하는 교복남 역할을 맡았고, <겨울이 더워지도록>에서는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정구 역할을 맡았다."

박가령: "3학년 영화전공 박가령이다. 두 학생이 하수구에서 괴한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하수구>와 파를 좋아하는 학생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룬 <겨울이 더워지도록>의 연출을 했다. 각각 경쟁 13+ 부문, 드림시어터 부문에 출품되었다."

이존승: "<하수구>에서 하수구에 들어갔다가 사건을 만드는 수범 역할과 <겨울이 더워지도록>에서 파 성애자 역할을 하는 태권 역할, <전교시대>에서 수영부 부장 역할을 맡았었고, <갑을전쟁>에서 신스틸러를 자청했던 배우 이존승이다. 경기예고 3학년 연기전공이다."

김은중: "맞는 역할이 자주 들어오는 김은중이다. <갑을전쟁>에서 알바가 잘려 사장을 단죄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 현우 역할을 맡았고, <전교시대>에서도, 17회에서 상영되었던 <골통>에서도 맞는 역할로 나왔다. 경기예고 2학년 연기전공이다."

송혜린: "사회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은 송혜린이다. 사회에 만연한 갑을문제에 대해 유쾌하게 다룬 <갑을전쟁>의 감독을 맡았었다. <레가토>에서 심사위원 역으로 3초 출연해봤기도 하다. 경기예고 영화전공 2학년이다."

- 단편영화고 독립영화이다보니 영화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배역과 영화 자체의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면 좋겠다.

송혜린: "치킨집 알바를 하던 현우가 어느 날 부당해고를 당한 이후 사장에게 '대결'을 신청해,대결에서 이겨 밀린 임금을 받아내려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알고 보면 슈퍼 갑에게 치이고 사는 을이라는 것을 영화 내에 담아냈다. 법조차 을의 시각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먹을 통해 해결하겠다'라는 주인공의 의지로 표현했다."

김은중: "현우는 착한 친구다. 하지만 그런 친구가 부당해고를 해결하기 위해 못하는 싸움을 배워 사장을 물리치러 가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사장도 을이었음을 알게 되고, 적으로 두던 사장을 '싸움왕'에게 배운 필살기로 도와주는 내용이다. 월급은 못 받았겠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부당해고로 밀린 월급은 천원 한 장까지 받아냈다."

박가령: "<하수구>는 서로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친구들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다. 수범은 여러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른 친구인 승현은 수범과 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그것으로도 풀지 못한 스트레스를 마지막에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는 스토리다. 어찌 보면 승현이라는 캐릭터가 영화 상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나머지 친구들은 가해자로 포장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마지막에 뒤집어지는 게 포인트다.

<겨울이 더워지도록>은 아버지의 관심을 못 받는 태건이 불량배로 살면서 자기가 괴롭히는 입장이 되는 영화이다. 아까 위에 '파덕후'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빠의 애정결핍,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 얽힌 응어리를 '파'를 통해 표현했다. 속이 비었을 때 비로소 꽃이 피는 파를 차용해 이 학생들이 자신이 가진 응어리를 꽃이 피듯 해결하고, 터뜨리는 이야기다."

이존승: "<하수구>에서는 감정에 솔직하고,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소년을 연기했다. 마지막에 친구에 의해 토사구팽 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사실 추운 겨울 바닥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영하 10도에 새벽 3시여서, 누워 있다가 입이 돌아갈 뻔했다.

<겨울이 더워지도록>에서는 한부모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엇나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그때는 영하 15도였다. 고생이 많았다. 경찰서 장면은 원미경찰서에서 촬영했는데, 두 시간 안에 원하는 컷을 모두 담아야 했다."

 이존승씨가 수영 부장으로 출연했던 <전교시대>의 한 장면.

이존승씨가 수영 부장으로 출연했던 <전교시대>의 한 장면. ⓒ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세형


이승호: "<보이스>는 교복남과 버스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루어진다. 외롭게 지내던 교복남이 괴롭함을 당하다가 서로 모르던 버스커가 구해주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윤성: "<보이스>의 '교복남'은 사랑을 잘 받지 못하던 소년이, 음악을 하는 한 남자를 통해 사랑을 알아가게 되는 역할이다. <겨울이 더워지도록>의 정구는 놀이를 핑계로 왕따를 당하는 인물이다."

강예진: "앞머리를 자를까 말까 고민하는 짧고, 간단한 영화이다. 상영된 것은 7분 44초인데 실제로는 10분 정도로, 잘린 컷이 2분 정도가 있다. 앞머리 외에도 이과, 문과 등 선택할 내용이 많았는데, 그것을 모두 담으려다보니 복잡해져서 편집을 다시 했다. 자기가 해야 하는 선택을 남에게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의 뜻으로 했으면 하는 뜻을 반만 앞머리를 내린 컷으로 담았다."

김예리: "<예리한 선택>에서의 머리 커트한 것... 그러니까 나인뮤지스 경리가 했던 반반컷을 실제로 하기엔 어려워서, 가발을 구해다 잘라서 썼는데 생각보다 어울려서 놀랐다. 나중엔 분명 이게 유행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박인선: "<레가토>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라이벌이 서로의 약한 모습을 본 이후 좋은 친구가 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입학 전에 우리 학교 음악과와 연극영화과가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이 있어서, 그것을 모티브로 삼았다. 지원 역할을 맡았던 박선후 선배는 실제로 연극영화과 3학년이다."

문혜린: "<레가토>는 음악으로 다투고 음악으로 화해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자존심 세고 인기를 받고 싶어하는 유빈 역할을 맡았었는데, 지원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서로의 약점을 알게 되어 화해를 하고 싶어하는, 그런 마음이 열리는 모습을 마이크를 통해 나타냈다. 연기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배역과 내가 성격이 반대여서 연기하기가 힘들었고, 영화 촬영 당시 1학년이 선배에게 화를 내는 연기가 힘들었다. 컷 내려갈 때마다 선후 선배에게 매번 사과도 했었고, 화내는 연기를 하고 감정이 복받쳐서 울기도 햇었다."

이세형: "내가 길고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을 좋아해서 <전교시대: 격검의 소녀여 학교를 구하라!>라는 제목을 지었다. 학교니까 전국시대를 따와서 동아리들끼리의 싸움으로 만들게 되었다. 뉴스에서 취업률에 따라 대학교 학과를 통폐합한다는 걸 봤는데 대학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나타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해서 연출을 하게 되었다.

크로마 키를 이용한 특수효과를 좋아해서 '하늘', 즉 SKY를 표현한 총장신 장면에서 하늘 장면을 넣기도 하고, 석양이 지는 장면은 일반적으로 검객이 나오는 영화에서 차용했다."

이선혜: "어릴 때 동화책을 좋아했던 소녀가 어머니의 잘못된 욕망을 투영받는데 그걸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으로, 그리고 통폐합으로, '초딩같이' 싸우는 것으로 나타냈다. 그래서 영화 내내 동화책을 들고 있었다. 공부를 강요당하지만 독서토론 동아리에 들면서도, 동화책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동화책을 들고 있는 이미지로 나타냈다."

김다빈: "<사이>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아연이라는 친구가 같이 지내는 친구들 사이에서 무료함을 느끼고, 소민이라는 친구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소민이는 아연이가 낀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무리 아이들도 소민이를 꺼려하는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아연이와 소민이가 멀어지고, 무리에서 소민이가 떨어져나오며 둘 사이의 관계가 다시 멀어지는 영화이다."

박수진: "전 캐릭터와 반대 성격으로 나왔기 때문에 소민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여자의 친구관계에 따라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있어서 연기를 잘 할 수 있었다."

임은진: "처음에는 나쁘다고 생각했던 역할이었는데, 특별한 계기가 없는데 좋아졌다가, 특별한 계기가 없이 싫어지는 그런 연기가 사람관계 사이의 왔다갔다하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비단 10대 여자라서, 나쁜 사람이라서 그렇다기보다는 보편적 감정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편집실 한 쪽에 달린 영화포스터. 이 중 '고마워'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SIYFF에 출품되었다.

편집실 한 쪽에 달린 영화포스터. 이 중 '고마워'를 제외한 모든 작품이 SIYFF에 출품되었다. ⓒ 박장식


- 촬영이 꽤나 오래 걸린 것으로 안다. 짧은 예능 프로그램도 하루 종일 녹화하고 일주일이 넘게 편집하는 것이 일상이니 말이다. 오랜 촬영기간동안 특별한 어려움이 있지 않았는가?

강예진: "촬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일상물이고 해지기 전에 끝나고, 촬영장에서 밥도 잘 먹고, 시간도 잘 안배하고, 스케줄도 넉넉하게 짜놔서 잘 했던 것 같다. 후반작업이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잘 찍어냈던 것 같다.

김예리: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찍었던 것 같다. 입학하고 두 달만에 찍었는데 영화 촬영을 돕기 위해 선배와 동기 친구들이 보조출연도 해주고, 스탭도 해줘서 부담없이 잘 찍은 것 같다."

박인선: "중간고사가 촬영기간 중간에 끼어서 힘들었다. 세 달이 걸렸는데, 복도에서 둘이 마주치다가 싸우는 장면 찍기가 제일 힘들었다. 옆의 노래연습실에서 선배들 입시 노래소리가 들리고,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었다."

문혜린: "연극영화과라는 환경이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스태프 분들이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 역할을 맡았던 선후 언니가 너무 편하게 잘 해주셔서 어색한 환경에서도 잘 할 수 있었다. 연기하는 중에도 도와주기도 하셨다."

송혜린: "영화 자체가 액션이 많다보니까 배우들 합 맞추는 것도 서툴렀고, 촬영 역시 서툴렀었다. 생각 없이 어떻게든 해보자는 생각에서 했던 영화인데, 다 만들고 지금 다시 보니까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오히려 현우 캐릭터가 그런 느낌과 잘 맞아서 괜찮게 되지 않았나 싶다. "

김은중: "힘들었던 점이 없었다. 옥상에 팬티바람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뛰는 장면은 추위를 못 느낄 정도로 수치스럽고 부끄러웠다. 원래 코끼리팬티였다가 선정성이 높다는 이유로 파인애플 무늬가 그려진 팬티로 바꾸었다. 물구나무 서는 것은 원래 할 줄 알기 때문에 리허설 때는 잘만 했는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물구나무가 잘 안 되었다. 겨우 성공해서 신을 건질 수 있었다."

김다빈: "한여름 촬영이 엄청나게 힘들었다.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소리때문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못 틀어서 힘들었다. 배우 얼굴에 땀이 맺히면 안 되기에 공을 많이 들였다. 매미 소리를 피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인위적으로 된 것 같아서 그나마 잘 녹음된 것으로 사용했다. 실내촬영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촬영이 교내 리모델링과 겹쳐서 나무책상도 따로 빼서 써야 했고, 소리도 공사와 겹쳐서 힘들었다."

김윤성: "<보이스>를 촬영할 때가 가을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따뜻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 문제는 <겨울이 더워지도록>을 촬영할 때였다. 한겨울 촬영이었던데다가 대부분의 촬영이 외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제목과는 정반대로 엄청 추웠다. 밤샘촬영까지 한 덕에 연기하기 장난 아니게 어려웠다."

박수진: "밤에 촬영하는 신이 있었는데, 연속으로 30시간 촬영을 했다. 아침에 교실 장면 찍고 저녁에 공원 씬을 찍고, 그 다음 날 아침에 신발장 신을 찍었다. 할 때는 딱히 힘들지 않았는데,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진이 빠져 거의 쓰러졌다."

임은진: "꽃집에서 촬영을 했는데, 섭외를 하고 촬영 당일에 방문했는데 사장님이 갑자기 해외로 가셔서 직원이 촬영이 안 된다고 하셨다. '도촬'도 시도를 했는데 쓰지를 못했다. 그래서 또 다른 꽃집을 섭외해서 다른 날 다시 찍었다. 더우니까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힘들었다."

 10월 1일 SIYFF에서 진행된 GV. 맨 오른쪽이 GV를 진행하던 SIYFF 측 직원, 그 다음이 박가령 감독, 이세형 감독이다. 왼쪽의 두 감독은 다른 영화의 감독이다.

10월 1일 SIYFF에서 진행된 GV. 맨 오른쪽이 GV를 진행하던 SIYFF 측 직원, 그 다음이 박가령 감독, 이세형 감독이다. 왼쪽의 두 감독은 다른 영화의 감독이다. ⓒ 박장식


- 연극영화과의 일상이 궁금하다. 연극영화과에서 특별히 배우는 과목도 있고, 진행되는 다른 교육과정도 있지 않는가.

김다빈: "3학년 때가 전공시간이 정규시간에 비해 훨씬 많다. 일반교과 과목이 있고 전공과목이 있는데 연극영화과 안에서도 갈라지기 때문이다. 연기를 하는 학생들은 연기로 가고, 영상을 전공할 학생들은 또 따로 나뉘어지는 식이다. 대학교에도 세부 학부가 나뉘듯이 우리도 전공이 나뉜다. 일반교과는 다른 일반고 학생들과 같다. 야자가 있기는 한데 다들 방과후수업이 있어서 안 듣고 방과후로 넘어간다. 6시 20분부터 밤 10시까지 진행된다."

이존승: "과목은 일단 이름은 하나다. 제작실습인데, 그 안에 촬영편집, 사운드, 시나리오, 제작 등등 연극이나 영화와 관련된 모든 수업은 다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 과목이 1주일에 18시간 가까이 된다. 1, 2학년때는 10시간 내지는 열 두시간 정도이다."

박가령: "방과 후 수업은 수강신청을 따로 받아서 진행한다. 그래서 방과 후에는 캠퍼스 생활을 누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외부에서 감독님이라던가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방과 후 수업에 많이 오신다."

김윤성: "우리의 경우에는 교과 과목에 실기가 포함되어있다. 그것과 병행하여 실기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아서 하는것이기 때문에 꽤나 재미있었다. 1학년때는 기본적인 무용과 연기를 배우고, 학년 말에 단막극과 뮤지컬갈라쇼에 참여함으로써 연기에 흥미를 갖게 한다.

2학년 때는 신입생 환영 공연과 정기 공연으로 무대경험을 쌓게 되고 한 학기에 한 번 실기발표회를 갖는다. 3학년때는 본격적인 입시를 준비하게 된다. 실기만을 가르치는 실기담임 선생님 밑에서 준비한다."

 <전교시대>의 한 장면. 인터뷰에 응한 감독과 배우 중 꽤나 많은 수가 여기에 출연했다.

<전교시대>의 한 장면. 인터뷰에 응한 감독과 배우 중 꽤나 많은 수가 여기에 출연했다. ⓒ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세형


- 출품했던 영화 장르도 다양하고, 여러 편에 출연한 배우나 여러 편을 만든 감독님도 계시는데,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 내지는 오마주 해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가.

강예진: "나중에 크면 여자판 <신세계>, 그러니까 느와르 물을 찍어보고 싶다. 따라하고 싶은 영화는 없다. 남들 시선은 신경써야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싶은 영화를 하고 싶다. 그 중에 대표적인 느와르이다. 돈 걱정 없고, 마음 걱정 없이, 주윤발이 달러 태워서 담배 피우듯이 배우, 스텝 모두 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김예리: "'여자 느와르물'을 찍고 싶다. 내 속에 있는 폭력성을 한 번쯤은 모두 표출하고 싶다. 바닥까지 쫙 내리꽂는 그런 폭력적인 연기 말이다. 차이나타운의 '김혜수'처럼 말이다."

박인선: "스포츠 영화를 찍고 싶다. 만화 중에 배구를 다룬 '하이큐!'를 재밌게 보았기 때문이다. 스포츠만 나오는 것이 아닌 일본 영화 중에 <키리시마가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대>가 있는데, 드라마 플룻 안에 스포츠를 활용한 그런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

이세형: "여러가지 코미디 영화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웃기는 영화도 있지만, 찰리 채플린처럼 사회 상황에 대한 풍자를 담은 블랙 코미디 영화도 많다. 나는 많은 이야기를 웃음을 통해 하고 싶다. 비단 웃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웃음 말이다."

이선혜: "사회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무거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도 많이 해보고 싶다. 이전에 한 번 위안부와 관련된 창작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많은 것들을 깨달았고 이런 극을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김윤성: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판타지 영화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판타지, SF 영화를 만들 만한 기술력, 연출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판타지를 찍는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

김다빈: "멜로물을 만들고 싶다. 사랑을 다루는게 참 매력적이지만, 그에 비해 어려운 것 같다. 멜로물을 만들면서,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의 매혹적인 장면 중 하나 정도는 오마주 해보고 싶다."

박수진: "사회를 비판하는 무거운 영화에 나와보고 싶다. <부러진 화살>이라던가 <공모자들> 같은 영화 말이다. 악역의 '사모님' 역할보다 내가 직접 악역이 되어서 진짜 나쁜 연기를 해보고 싶다. "

임은진: "학교에서 배우는 연기 수업은 표현력을 요구하는, 외향적인 연기를 주로 배우는데, 그런 연기와 다르게 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더 나중에는 <사이> 찍을 때보다 더 많이 고민하는 그런 종류의 영화에 나오고 싶다."

이승호: "영화들이 너무 현실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만화내지는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고 싶다. <올드보이>나 <신시티> 처럼 만화와 영화의 경계에 서 있는, 그런 영화를 연출해보고 싶다."

박가령: "사람들이 시골에서 밥 해먹고 일상을 갖는, 너무 시끌시끌하지 않은 <삼시세끼>같은 영화를 만들어내고 싶다. 갈등을 굳이 만든다면, 도시의 바쁜 일상과 시골의 소소한 일상 중에서 어떤 걸 골라야 하는가? 하는 내적 갈등을 만들어보고 싶다. "

이존승: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 연기를 해 보고 싶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도 같이 주는 그런 남자 주인공 말이다. <하수구>처럼 칙칙한 연기는 사실 벗어나고 싶은데, 해보라면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블링블링한 매력이 넘쳐난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김은중: "로맨스 연기를 해보고 싶다. <뷰티 인사이드>같은 그런 연기 말이다. 제일 큰 이유는 거기서는 맞는 연기가 적기 때문이다. 중간에 내가 막나가는 장면이 있다면 싸다귀 정도는 맞을 것 같긴 하지만. <갑을전쟁>처럼 사회비판적인 영화도 출연해보고 싶다."

송혜린: "애매하긴 한데, 영화를 보고 나서 해답을 내리기보다는 질문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자신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아니라면 영화에 대해서라도 질문을 남기는 영화 말이다. 답변 역시 관객이 생각하면서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굳이 영화관까지 와서 삭막한 느낌만 받고 나가는 영화보다는 유쾌하게 웃으며, 끝날 때는 질문을 하게끔 하는 영화를 꼭 극장에 걸고 싶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연&영 1318 섹션에서 '전국청소년연극제'와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참여했던 고등학생들의 인터뷰 요청을 기다립니다. 문의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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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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