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예측할 수 없다. 특히, 축구는 소규모의 구단이 몸집이 큰 팀을 잡아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보여준다. 이변이 자주 일어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팬들은 열광하고, 축구의 매력에 더 깊게 빠져들곤 한다.

이러한 축구의 매력이 대중들에게 잘 전달되어 축구가 우리 삶 깊숙이 자리하는 그 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단체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한국프로축구연맹(아래 연맹)이다. 그런데 연맹이 보여주는 행태는 축구의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킨다. 큰 문제가 발생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우려하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프로구단 중 하나인 전북 현대가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 원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지난 2013년 전북의 스카우트 A씨가 심판 2명에게 총 다섯 차례에 걸쳐 500만 원을 전한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생긴 결과다.

하지만 팬들은 징계 결과에 대해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보듬어줄 만큼의 결과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는 일이다. 스포츠정신을 훼손했다고 무조건 강등과 무리한 승점 삭감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아무런 죄 없는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만을 피해자로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법리적인 판단과 철저한 원칙에 따라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징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경남FC와 유벤투스의 사례... 그리고 전북

    지난 3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논의 모습

지난 30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의 논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상벌위원회는 30일 오전 10시부터 4시까지 긴 시간에 걸친 논의를 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이 전북의 이번 시즌 승점 9점 삭감과 1억 원의 벌금이다. 사실 이 날 조남돈 상벌위원장의 브리핑 내용에서 틀린 말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았다.

먼저, "지난해 경남 FC의 사건은 발표와 동시에 관계자들의 인정이 있었고, 구단도 관련 자료를 공개해 법원의 결론이 나기 전 상벌위원회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사건은 피의자가 사실을 부인한 탓에 법원의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5월에 불거졌음에도 상벌위원회를 이제야 열게 된 이유에 대한 답변이었다.

덧붙여 "지난 2013년 경남 FC의 안종복 대표이사가 유리한 판정을 부탁하며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심판에게 전달한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는 말 역시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전북 구단의 개입을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경남보다 더 강한 징계를 내릴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어느 정도는 맞다.

그런데도 전북이 경남보다 더 많은 벌금을 내는 부분에서는 전북이 이번 사건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자세 때문에 그리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북의 자세에 진정 문제가 있었다면 더 많은 벌금을 물리기보다는 다른 방식의 징계를 생각했어야 했다. 경남과는 달리 전북은 K리그 최상위 클럽이고, 수많은 팬의 지지를 받는 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남과는 다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무엇보다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징계가 절실했다.

무조건 경남 사례 이상의 징계는 안 된다는 식이 아닌 K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으로서의 책임감과 팬들이 느낀 배신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했다.

지난 2006년 전 세계 축구 애호가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이탈리아 세리아A 승부조작 스캔들과 비슷한 수준의 처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에는 이렇게 반박했다. "구단 단장이 자기 아들이 설립한 회사를 통해 광범위한 조작을 했고, 자기 뜻대로 심판 배정이 되지 않으면 행패를 벌인 사건과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당시 세계 3대 리그 중 하나에 속했던 이탈리아 세리아A 승부조작 사건의 경우 유벤투스뿐 아니라 AC밀란과 ACF 피오렌티나 등 총 5팀이 연루됐었다. 하지만 내용에 따라 최종적으로 강등과 승점 삭감이라는 무거운 징계를 받은 팀은 유벤투스 하나뿐이었다. 심지어 이 팀들 모두 처음 나왔던 징계 결과보다는 가벼워진 최종 징계를 받아들였었다.

유벤투스의 사례와 비교해서 전북에 같은 정도의 징계를 내리기에는 형벌이 너무 무거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유벤투스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들의 사례는 반드시 참고했어야 했다. 당시 AC밀란과 피오렌티나의 경우 승부조작이 확인된 해당연도와 그다음 시즌 승점 삭감이 함께 이루어졌다. 여기에 홈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는 징계와 함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박탈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법리적인 판단대로 전북 스카우트 개인의 일탈로 본다고 하자. 그렇다면 구단을 너무나도 사랑한 스카우트가 원했던 것은 전북이 최소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표를 획득하는 시나리오였다. 2013년 당시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북은 부진을 면치 못했었다. 최종 3위로 리그를 마치면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표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다.

바로 이 부분이다. 돈을 받았던 심판이 배정된 경기가 적고, 승부조작이 일어난 정황을 포착하지 못했다 한들 스포츠정신을 훼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그해 전북은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법이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해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 될 시도가 존재했기 때문에 최소한 이것만큼은 박탈하는 징계가 나와야 했다. 아시아 최고를 꿈꾸는 팀으로서 축구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구단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이번 시즌 결과와 상관없이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박탈했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실수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운데) 등 연맹 임원진이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한 뒤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운데) 등 연맹 임원진이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한 뒤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맹은 전북의 징계 결정 과정에서 너무나도 큰 실수를 범했다. 평소에도 부족했던 신뢰를 더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서 말한 대로 전북의 2016 K리그 클래식과 AFC 챔피언스리그 결과에 상관없이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박탈이라는 징계는 필요했다고 본다. 여기에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이 사실상 확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승점 9점 삭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하기보다는 최소한 이번 시즌 우승할 수 없는 정도의 승점 삭감도 필요했다.

K리그에서 전북의 위상과 수많은 팬의 성원 등을 생각했을 때 말이다. 이는 연맹이 팬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진심으로 한국 축구의 발전을 바랐다면 내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징계 범위였다. 그러나 연맹은 역시나 팬들이 우려했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가지 의문점이 있다. 연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책임이 없어도 되는지 궁금하다. 이날 전북에 대한 징계 논의와 발표는 있었지만, K리그 심판을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자신들에 대한 발언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심판 2명 외에도 전직 심판위원장 2명이 심판들 재선임 및 배정에 관한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연맹은 K리그 경기에서 심판 판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소통을 거부한다. 심판 판정에 대한 강력한 문제를 제기하는 감독과 선수에게 벌금과 징계를 내리기만 할 뿐, 심판에 관한 것은 알아서 하겠으니 지켜보라는 식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북이 반성하고, 구단 내에서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심판에 대한 교육 계획, 오랜 기간 문제 제기가 돼왔던 심판들의 처우개선 문제,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한 노력과 팬들과의 소통 문제 등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연맹이 팬들에게 내놓았어야 할 답변은 무수히 많았다. 그런데 그에 대한 답변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앞으로도 논의가 이루어질지조차 확실하지가 않다.

축구는 팬을 위해 존재하고, 팬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을 외면하는 결정을 일삼는다면 한국 축구의 장래는 어둡기만 하다. K리그의 존재 이유인 팬들이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면, 연맹은 그들이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고 이해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전북 현대 심판매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