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유성호


정치적 탄압 논란 속에 검찰에 기소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했다. 28일 오후 3시 부산지법 355호 법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함께 기소된 양헌규 사무국장에게 징역 10월을, 전양준 전 부집행위원장과 강성호 전 사무국장에게 징역 1년을 각각 구형했다.

앞서 부산시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5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과 양헌규 사무국장이 2014년 11월 허위 중개업체를 내세워 협찬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750만 원을 해당 업체에 지급하도록 했다며 횡령 혐의를 적용해 이 전 집행위원장 등을 기소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각각 2013년 특정 인사가 협찬 중개활동을 한 것처럼 꾸며, 중개수수료 1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나서 그 인사를 통해 1100만 원을 받았다며 사기 혐의를,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관련 업체 두 곳을 허위 중개업체로 내세워 협찬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3100만 원을 업체에 각각 지급했다며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적용한 2750만원 횡령 혐의는 부산영화제 측이 케이블채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력했던 업체의 손해를 보전해 준 부분이다. 당시 부산영화제에서 오래 일하던 관계자가 공동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협약을 맺은 업체로 자리를 옮겼으나 해당 사업이 잘 이어지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인건비 지출에 대해 해당 업체가 보전을 요청해 영화제 측이 수용한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검찰은 "안 줘도 되는 돈을 줬다"는 이유로 횡령 혐의를 적용했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사무국장과 공모를 통해 처리했다"며 기소했다. 이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사후 보고는 받았으나 사무국장이 판단한 것이고, 부산시와 협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문제 안 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었다"며 검찰의 공모 주장과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무리한 기소와 구형

재판은 횡령 혐의에 대한 양측의 공방이 주였다. 개인이 횡령한 것도 아니고 공동사업을 추진했던 업체의 호소에 사무국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 외면하지 않은 사안인데, 이를 마치 이용관 전 위원장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무리라는 게 영화계 시선이다.

지금까지의 재판 과정을 지켜본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 과정에서 상당부분 소명이 이뤄졌다"면서 "사무국장이 자신의 책임지고 한 일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용관 전 위원장을 어떻게든 엮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했다.

또한 "감사원에서 부산시에 고발을 지시한 3건 중 2건은 검찰조사에서 충분한 소명이 됐고, 이번 사안도 약식명령이나 기소유예 정도로 끝낼 경미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기소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또다른 수억 횡령 사건엔 약식 기소를 하고 있는 것을 비춰볼 때 액수도 적은 이 건을 기소한 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영화계 인사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개인비리가 안 나오자 검찰이 행정지도에 불과한 내용을 억지로 갖다 붙인 정치적 기소라며 반발해 왔다. 함께 기소된 다른 두 사람 역시 다소 문제점이 드러나기는 했으나, 이용관 전 위원장을 압박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먼지털이 별건수사의 결과로 이해되는 분위기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 눈시울 붉혀

 지난 2008년 부산영화제 당시 김동호,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개막식을 앞두고 손님 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부산영화제 당시 김동호,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개막식을 앞두고 손님 맞이 채비를 하고 있다. ⓒ 부산국제영화제


이날 결심공판에는 부산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홍효숙, 남동철, 박진형, 이수원 프로그래머 및 사무국 주요 관계자 등이 방청했고, 일부 영화계 관계자들은 검찰의 구형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을 방청한 몇몇 영화인들은 "이용관 전 위원장이 혼자서 어렵게 싸우고 있는데,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의 공판에 한번 나오지도 않고 관심이 덜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정치적 탄압에 의한 기소라는 영화계의 일반적 인식에도 김동호 이사장은 지난 9월 열린 부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이용관 위원장 명예회복 관련 일을 진행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난 모양새를 보였다.

이번 검찰의 구형은 지난 2014년 부산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이후 이어진 부산시와 영화제 측 갈등의 결과물로 영화계는 이해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부산시가 지난 12월, 집행위원장에서 스스로 물러나면 고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했지만 단호히 거부했다"며 "지금껏 영화제를 치르면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음을 알리고, 정치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26일 10시에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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