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드래그 퀸이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그의 삶에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드래그 퀸이다. 그리고 이 정체성은, 그의 삶에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한다.ⓒ (주)팝엔터테인먼트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혼자 살아온 헤수스(엑토르 메디나 분). 그는 쿠바 하바나의 드래그 퀸(Drag queen, 여장 남자) 클럽에서 게이 가수들의 가발을 손보며 생계를 이어간다. 언젠가부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꾸던 헤수스는 우연한 기회로 무대에 오르지만, 15년 만에 돌아온 마초 아버지 앙헬(호르헤 페루고리아 분)의 반대에 공연은 수포로 돌아간다. 갑작스레 자신의 삶에 끼어들어 부모 행세를 하는 앙헬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헤수스. 그는 엥겔과의 고달픈 동거 속에서 점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더불어 자신의 꿈을 향해서도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영화 <비바>는 성적 소수자의 애환을 사뭇 진지하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중심에는 동성애자, 그중에서도 드래그 퀸이 있다. 이를 대변하는 주인공 헤수스는 가난한 환경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늘 기죽어 있지만 비할 데 없이 착하고 여린 마음의 청년이다. 그가 '비바'란 이름으로 당당히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곳이 바로 드래그 퀸 무대다.

드래그 퀸 공연을 단순한 '여장'이 아닌 독자적인 공연예술로 바라보는 영화의 시각은 인상적이다. 극 중 첫 공연을 마친 헤수스에게 한 선배는 "립싱크가 다가 아니"라며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한 섹스어필이 아니라, 떠난 연인을 향한 그리움과 원망이 뒤섞인 여자의 절절한 사연을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의 공연 무대가 이어지면서 일취월장하는 헤수스의 퍼포먼스는 뜻밖에 큰 감동을 자아낸다. 아련한 눈꺼풀의 떨림과 손끝의 작은 움직임, 끝내 조용히 흘러내리는 눈물까지. 애절함으로 가득한 무대는 마치 동성애자를 향한 세상의 비뚤어진 시선에 호소하듯 아릿하게 가슴을 울린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이 세상 수많은 소수자가 직면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은, 이 세상 수많은 소수자가 직면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팝엔터테인먼트


헤수스가 넘어야 할 한계로서 다뤄지는 아버지 앙헬 또한 영화에서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줄곧 손찌검하다가 세 살 난 헤수스를 두고 돌연 집을 떠난 앙헬의 과거는 남성성에 내재한 폭력과 이기심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영화 중반 이후,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헤수스와 앙헬의 모습은 '마초'와 '게이'라는 양 극단의 화해로까지 확장된다. "어떻게 여자를 보고 아무 느낌도 들지 않을 수 있느냐"면서도 한편으로는 "게이의 삶이 이성애자의 그것보다 불행할 것"이라고 걱정하는 앙헬의 말에서는 성소수자인 자식을 마냥 응원할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엿보인다.

영화 전반에 걸쳐 보이는 쿠바 특유의 짙은 색채는 <비바>를 견인하는 또 다른 동력이다. 영화의 로케이션인 수도 아바나는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빈민가'란 수식어처럼 영화 속에서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말레콘과 카리브 해를 아우르는 해안가 장면들은 넉넉지 못한 생활에도 꿈을 잃지 않는 헤수스의 태도와 더불어 깊숙하게 각인된다. 특히 매기 카를레스(Maggie Carles), 블랑카 로사 길(Blanca Rosa Gil), 마시엘(Masiel) 등 1950~1960년대 쿠바 볼레로 디바들의 소울 넘치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사운드 트랙은 영화의 화룡점정이다.

주연배우 엑토르 메디나를 비롯한 쿠바를 대표하는 국민배우와 청춘스타들로 구성된 출연진들의 개성 넘치는 딱 과하지 않을 정도로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아일랜드 출신 감독 패디 브레스내치의 감성적이면서도 현실감 있는 연출 또한 곳곳에서 돋보인다. <유주얼 서스팩트>(1995)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등에 출연한 배우 베네치오 델 토로가 이 영화의 총괄 제작자로 나섰다. <비바>는 오는 10월 13일 국내 개봉한다.

 각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각 배우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주)팝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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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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