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유럽축구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는 리그다. 최근 3년간 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유로파리그(UEL)를 모두 독식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양대 산맥은 자국리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장 경쟁력 있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런 양대 산맥을 가장 위협하는 팀으로 우뚝 섰다. 지난 3년간 2번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과 리그 우승 1회의 성과가 그들의 위상을 말해 준다.

시메오네 팀의 장점은 강력한 두 줄 수비를 바탕으로 간헐적으로 시도하는 역습이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라라는 유럽 최고의 팀들을 만나고도 리그에서 단 18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일회성이 아니다. 아틀레티코는 프리메라리가 지난 네 시즌 중 세 시즌(2012/13-31. 2013/14-26, 2015/16-18) 동안 최소실점 팀이었다. UCL에서는 주제프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마저도 아틀레티코의 강력한 수비를 뚫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수비를 잘하는 것만으로 승리가 보장되진 않는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특히 지난 3년간 두 차례나 UCL 결승에 올랐음에도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수비에 비해 부족한 공격에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올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틀레티코는 1순위 영입 대상으로 생각했던 첼시의 디에고 코스타 영입에 실패했지만, 세비야로부터 케빈 가메이로를, 벤피카로부터 니콜라스 가이탄을 영입하면서 전방의 파괴력을 강화했다.

반전의 계기 된 승격 팀과의 2무

 초반 승격 팀과 2무를 기록하며 흔들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초반 승격 팀과 2무를 기록하며 흔들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홈페이지


아틀레티코는 개막전을 포함해 2무로 시즌을 시작했다. 시메오네 감독 부임 이후 매 시즌 개막 후 2라운드까지 패배가 없는 좋은 스타트는 이어갔지만, 문제는 상대는 모두 승격 팀이라는 사실이었다. 개막전에서 만난 알라베스는 지난 시즌 세군다 디비시온(2부 리그)에서 최소실점 3위 팀으로 만만찮은 수비 조직력을 가진 팀이었다.

앙투앙 그리즈만이 징계로 결장한 아틀레티코는 4-2-3-1 포메이션으로 선택했다. 가비와 티아구 멘데스가 수비를 보좌하면서 코케가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부여받았다. 야닉 카라스코와 사울 니게스가 측면을 돌파하고 가메이로가 최전방에 섰다.

아틀레티코는 기본적으로 측면 공격을 풀백에 전담시켰다. 중원에서 코케와 사울이 볼을 배급했다. 그러나 알라베스의 수비가 탄탄했다. 경기 내내 중원에 많은 숫자를 둔 알라베스는 필리페 루이스와 후안프란이 측면에서 시도한 결정적인 크로스를 걷어냈고 파체코 골키퍼는 경기 중 여럿 차례 슈퍼세이브를 선보였다.

개막전이었고 에이스 그리즈만이 없었다. 아틀레티코가 못 했다기보다는 상대팀 알라베스의 수비가 조직적이었다. 그러나 2라운드 레네가스 전에서는 철저하게 자신들의 빈공에 무너졌다. 돌아온 그리즈만이 가메이로와 최전방을 구성했고, 코케 아우구스토 가비 사울 니게즈로 구성된 미드필더가 계속해서 볼을 소유했다. 경기 내내 60%가 넘는 볼을 소유했지만 레가네스의 반응도 좋았다. 레가네스는 주저앉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 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절하게 전방압박을 통해 아틀레티코의 볼 줄기를 막았다. 특히 가비와 아우구스토가 볼을 잡으면 전방의 게레로와 스마노프스키 그리고 가브리엘이 1차 저지선을 구축했다.

그러나 정점에서 내려온 후안프란과 필리페 루이스의 오버래핑이 부진하면서 측면공격이 힘을 쓰지 못했다. 유로대회 이후 복귀한 그리즈만은 제 몸 상태가 아니었고, 레가네스 공격수들의 전진압박으로 인해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나가는 볼의 정확도를 낮았다. 간혹 이어진 찬스마저 상대 팀 골키퍼 세란테스의 슈퍼세이브에 막혀 득점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한 경기 만에 4-4-2로 돌아왔지만, 선수들의 호흡과 공격수들의 세밀한 마무리는 아직 부족했다.

4-4-2에 기반을 둔 공격축구

 이적생들의 가담으로, 공격적으로 바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생들의 가담으로, 공격적으로 바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홈페이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건 셀타 비고와 리그 3라운드 경기였다. 시메오네 감독은 지난 두 경기에서 실패를 통해 자신의 보수적 선택에 칼을 댔다. 셀타 비고와 경기에선 앞서 두 경기 선발로 나온 가메이로를 대신해 페르난도 토레스를 투입했다. 이전 경기보다 풀백에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지시했고 후방을 가비에 맞기고 코케를 상대방 진영에 깊숙이 올렸다. 그래도 득점이 나오지 않자 후반 이른 시간에 가메이로와 앙헬 코레아까지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아틀레티코는 측면 공격을 통해 4골을 뽑아냈다. 그리즈만이 골맛을 봤고, 교체자원으로 들어온 코레아까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셀타 비고와 경기에서 확신을 얻은 시메오네 감독은 이어진 스포르팅 히온과 리그 경기에서는 가비와 아우구스토 티아구 등 그간 수비적인 롤을 맡겼던 선수를 제외하는 강수를 뒀다. 가이탄 코케 사울 카라스코를 미드필더로 배치해 최전방 그리즈만과 가메이로를 지원하게 했다. 후안프란을 대신해선 올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우측 풀백 시메 브르살리코을 점검하기도 했다.

컨디션을 회복한 그리즈만이 가메이로와 좋은 호흡을 보이면서 이른 시간에 득점을 성공했다. 상대방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아틀레티코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수비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역습 축구로 전환했다. 후반 교체로 들어온 토레스와 코레아까지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5-0 대승을 이끌었다. 아틀레티코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합으로 공격의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최근 있었던 바르셀로나와 리그 5라운드에서 아틀레티코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축구를 선보였다. 원정 경기이며 사실상 MSN을 제어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시메오네 감독은 라인을 깊숙이 내리고 4-4-2의 강력한 수비를 구사했다. 그러나 이전 같은 수동적인 4-4-2는 아니었다. 공격 상황에선 카라스코를 올리면서 4-3-3 형태로 전환했다.

측면 공격을 해야 할 왼쪽 풀백 필리페 루이스가 메시를 막는 수비 부담으로 공격에 나설 수 없자 왼쪽 미드필더로 나온 카라스코가 왼쪽 측면으로 중앙까지 볼을 운반해 슈팅을 하며 측면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에 실점하자 후반 들어 아틀레티코는 전진압박의 라인을 올렸고 이른 시간 토레스와 코레아 두 명의 공격수를 투입하는 강수를 두면서 측면엔 언제든 역습에 나설 수 있는 그리즈만과 카라스코를 남겨뒀다. 결국, 아틀레티코는 교체로 들어온 코레아 토레스 콤비로 동점을 만들었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다양한 선수들을 영입하며 공격을 강화했고 다양성을 확보했다. 그리고 여전히 제1의 옵션은 4-4-2가 될 것이다. 그러나 승리를 위한 수비축구는 이제 4-2-3-1, 4-3-3, 4-1-4-1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새로 가세한 가메이로와 가이탄 그리고 기존의 코레아의 존재는 아틀레티코가 닿지 못했던 빅이어에 다가설 수 있게 할 수 있다.

프리롤, 그리즈만의 진화

 그리즈만은 완성체가 되고 있다.

그리즈만은 완성체가 되고 있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식홈페이지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들의 합류와 공격 축구로 무게를 옮기면서 가장 큰 덕을 본 선수는 그리즈만이다. 그리즈만은 지난 시즌 줄곧 투톱의 한 자리에 나섰다. 그러나 루시아노 비에토와 코레아는 부진했고 후반기 막판에 토레스가 살아나기 전까지 아틀레티코에서 결정을 지을 수 있는 선수는 그리즈만뿐이었다. 그리즈만은 최전방에서 볼을 받거나 해결하기 위해 박스 부근에서 머물러야하는 시간이 많았다.

시메오네 감독은 올 시즌 가메이로를 그리즈만의 파트너로 내세웠다. 가메이로는 전방에서 빠른 기동력을 바탕으로 수비 사이를 돌파할 수 있고 마무리 능력이 있는 선수다. 그리즈만은 가메이로의 존재로 자유로움을 얻었다. 과거 경직된 움직임에서 이제 측면에서 중앙으로의 돌파와 후방에 내려와 볼을 배급하는 플레의 빈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프리롤 역할이다.

메시가 주제프 과르디올라 지휘 아래 프리롤 역할을 맡으면서 최고의 선수가 된 것처럼, 그리즈만 역시 이제 메시와 같은 완성형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 중앙에서 창조력 탈압박 그리고 패스 정교한 슈팅까지. 그리즈만의 진화는 올 시즌 아틀레티코 공격의 다양성에 최대 수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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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 마드리고 시메오네 그리즈만 토레스 가메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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