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 2차전(중국-시리아, 1승 1무)에서 연이어 쉬운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한국은 조 3위로 밀리면서 위기의식을 느껴야 했다. 2014년 부임 이후 약 2년 가까이 큰 시련 없이 성공가도만을 달려왔던 슈틸리케 감독이 맞이한 첫 고비다.

특히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 내내 논란의 선수선발과 경직된 용병술로 의구심을 자아내며 혹독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다음 경기가 난적으로 꼽히는 카타르(6일 수원 홈)-이란(11일. 테헤란 원정)과의 중동 2연전임을 감안하면 분위기 반전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대표팀은 내달로 예정된 최종예선 3·4차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오는 26일 발표한다. 지난 2연전의 부진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진단과 해법을 확인할수 있는 장면이기에 팬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관건은 역시 선수단의 변화 폭에 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앞선 최종예선 2연전 당시 애초 엔트리인 23명을 모두 채우지 않고 20명만으로 경기를 치렀다. 필요한 전력만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지만 이는 결국 대표팀 스스로 전력운용의 폭을 좁히는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석현준-이정협 등 슈틸리케호에서 중용되던 공격수들이 대거 빠졌고, 손흥민마저도 중국과의 1차전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먼저 복귀하면서 대표팀은 선수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후반 주전들의 체력 저하와 급변하는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앞으로의 최종예선에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할 장면이다.

대표팀의 고민, 풀백과 최전방 공격 옵션

 6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투안쿠 압둘 라흐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 대 대한민국 2차전. 대한민국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걷고 있다.

지난 6일 오후(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 투안쿠 압둘 라흐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시리아 대 대한민국 2차전. 대한민국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걷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수비 조합과 최전방 공격진이다. 대표팀의 포백 라인은 비교적 풍부한 중앙 수비진에 비하여 풀백은 쓸만한 자원이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해외파 왼쪽 풀백 자원인 박주호-김진수가 올시즌도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확보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고, 오른쪽 풀백 역시 차두리의 은퇴 이후 이렇다할 답을 찾지못하여 센터백이 장현수를 풀백으로 기용하는 변칙적인 카드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최종예선 1,2차전에서는 오재석과 이용이 발탁되었지만 확실한 안정감을 주는 데 실패했다.

그나마 유럽파 윤석영이 최근 덴마크 브뢴비에 입단하며 무적 신분을 벗어난 것은 청신호다. 하지만 브뢴비와 4개월 단기계약은 맺은 윤석영은 아직 데뷔전도 치르지 않은 상황이라 당장 경기감각을 확신하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이 만일 K리그에서 최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중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전북 최철순이나 서울의 고요한-김치우 등에 주목할 만하다. 슈틸리케호 승선 경험이 있는 선수들 중에는 최근 부상을 털고 복귀한 수원 홍철도 검토해볼 만한 카드다. 지난 2연전에서 발탁되었던 오재석과 이용 역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 수비도 홍정호, 김기희, 김영권, 장현수 등 자원 자체는 많지만 고만고만한 기량에 비하여 '베스트'라고 할만한 조합이 아직 불확실하다. 지난 최종예선 2연전에서는 제외되었지만 슈틸리케호 단골멤버이자 최고참인 서울 곽태휘의 재발탁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곽태휘는 최근 K리그 복귀 이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수비진에 경험과 리더십을 갖춘 30대 고참급 선수가 부족하다는 것도 곽태휘의 발탁에 무게를 싣는다.

골키퍼 경쟁구도 역시 예측불허다. 현재 대표팀의 골키퍼 주전 경쟁은 정성룡-김승규-김진현의 3자 구도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장 앞서 나가던 김진현이 지난 6월 유럽원정 이후 입지가 흔들리며 최종예선 2연전에서는 정성룡과 김승규가 각각 골문을 나눠지켰다. 하지만 이들 모두 확실한 신뢰감을 심어준 것은 아니라서 슈틸리케 감독이 또다시 변화를 줄 가능성도 있다. 다가오는 이란전을 비롯하여 앞으로는 중요한 빅매치들이 이어지면서 서서히 주전 수문장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할 필요가 있다.

변수가 많은 수비진에 비하여 그나마 공격진은 최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유럽파 손흥민이 최근 토트넘 복귀 이후 경기력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손흥민은 최근 프리미어리그(EPL)에서 2골 1도움으로 리그 2경기 연속 최우수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슈틸리케호에서도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할 만큼 손흥민은 대표팀 공격의 중심이다.

여기에 지난 2연전에서 원톱으로 기용되었던 또다른 유럽파 지동원도 아직 소속팀에서 골맛은 보지못했지만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어서 이번 대표팀에서도 일단 재발탁이 유력해 보인다. 지난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석현준은 터키 임대 이적 이후 시즌 첫 골을 터뜨렸다. 기존의 구자철-이청용 등과 함께 유럽파 공격 자원들이 우려와 달리 꾸준한 출전 기회를 확보하며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대표팀에도 호재다.

K리그의 간판 공격수들도 주목

K리그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대안들이 많다. 전북의 김신욱, 울산 이정협, 성남 황의조 등 한동안 주춤했던 K리그의 간판 공격수들이 최근 연이어 골맛을 보면서 자신감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정협과 황의조는 슈틸리케 감독이 컨디션만 좋으면 언제든지 발탁이 유력할만큼 신뢰를 보내고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김신욱은 슈틸리케호에서는 그리 중용되지 못하고 있지만 특유의 제공권과 결정력을 바탕으로 기존 대표팀 공격수들과는 또 다른 형태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카드다. 공중전이나 측면 크로스를 통한 직선적인 공격이 필요할 때 후반 교체카드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해 들어 새로운 얼굴보다는 기존에 검증된 선수들 위주로 팀을 구성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들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2연전의 뼈저린 교훈을 겪었던 슈틸리케호로서는, 다가오는 이란-카타르전이 까다로운 난적이기도 하거니와 이번 최종예선의 최대 분수령임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파격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슈틸리케 감독이 10월 대표팀에서는 지난 경기보다 발전된 최상의 팀을 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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