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23일 시작된 <무모한 도전>은 유재석을 메인으로 표영호, 정형돈, 노홍철 등 당시만 해도 인지도가 한참 낮은 예능인들이 모여 소위 '병맛스러움'이 가득한 내용의 예능 프로였다. 10년이 지난 2016년 9월, 어느새 이름이 바뀐 <무한도전>은 토요일 저녁 어김없이 방송되고 있다. 프로그램 초반엔 '애국가 시청율'이란 오명까지 붙었던 게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으로 성장할 줄 누가 알았을까. 유재석을 제외하면 '노바디(No body)'에 가까웠던 출연진들도 가히 현재는 톱클래스 예능인으로 성장했다.

어디 출연진뿐일까. <무한도전>에서 보인 여러 에피소드 역시 성장했고, 타 프로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엄청난 스케일까지 자랑하고 있다. 강변북로에서 멤버와 스태프들만 모아놓고 소소하게 시작된 '무도가요제'는 이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한번쯤 출연하고 싶어하는 코너가 됐다. 멤버들이 "어디 버리는 곡 없냐?"며 구걸하다시피 했던 몇 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한도전>의 힘

 무한도전 멤버들이 <2016 무한상사>에 특별출연한 지드래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했다. <2016 무한상사>는 9월 3일 토요일 오후 6시 20분 방송된다.

'2016 무한상사'의 한 장면. ⓒ MBC


최근 방영한 '무한상사' 역시 간단한 콩트에서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이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가 됐다. 영화로 극장에 정식 개봉하려다가 다른 영화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취소했다는데 예능 프로 하나에 영화 시장의 질서가 흔들린다니. <무한도전>의 영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요즘 <무한도전>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자주 나오고 있다. 물론 10년 이상 한국 대표 예능프로로 자리하고 있으니 '묻지마 기사' 등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분명 최근 <무한도전>이 변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무한도전>이 최고로 자리하기까진 무엇보다 에피소드의 힘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프로그램 초기에 멤버들 인지도가 높았던 것도 아니었기에 독특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봐야했다. 해당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파격적이고, 때로는 공익적이었던 것도 좋은 전략이었고, 센스 넘치는 자막과 그래픽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그래서 최근의 변화는 우려할 만하다. 참신성을 잃고 있다. 일부 기획을 빼고 소위 '무도스러운' 면을 찾을 수 없다. 장수 프로의 한계가 온 것일까. 정준하의 리액션으로 화제가 된 '공포특집'도 사실 과거에 여름마다 진행하던 기획이었는데 달라진 것이라곤 정준하의 과한 리액션 정도였다. 놀이기구를 타며 짜장면을 먹는 것 역시 이미 진행했던 설정이다.

전반적으로 참신한 소재보다는 대형화로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경향이 짙어 보인다. '우주특집', 영화화 된 '무한상사' 등이 그 예다. 다른 프로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스타, 인사들이 참여하면서 화제를 일으키는 식인데 장단이 분명 존재한다. 볼거리는 많아지지만 그에 비례해 고유 멤버들의 역할이 줄어들곤 한다. <무한도전> 마니아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한상사'의 본 재미는 직장인들이 흔히 겪는 스트레스와 고민 등을 재치 있게 뽑아내고, 그 웃음으로 평범한 직장인을 어루만지는 데 있다. 스케일이 커진 올해 '무한상사 2016'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래, 직장에선 꼭 저런 상사가 있지" 류의 감흥에서 "오, 이 배우도 나와?" 혹은 "완전 영화 같다!"로 반응하진 않았을지. 공감의 코드가 놀람의 코드로 바뀐 셈이다.

또 하나의 숙명

무한도전 '신들의 전쟁'  MBC <무한도전>에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가 출연, 무한도전 멤버들과 대결을 펼친다. 예능신 무한도전 멤버들과 연기신 배우들의 대결인 '신들의 전쟁' 은 24일 오후 6시 20분에 방송된다.

▲ 무한도전 '신들의 전쟁' MBC <무한도전>에 영화 <아수라>의 배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김원해가 출연, 무한도전 멤버들과 대결을 펼친다. 예능신 무한도전 멤버들과 연기신 배우들의 대결인 '신들의 전쟁' 은 24일 오후 6시 20분에 방송된다. ⓒ MBC


한 프로그램이 10년 넘게, 그것도 정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이런 프로가 이후 또 나올까 생각할 정도로 <무한도전> 제작진을 무한 존경해마지 않는다. 도전이라는 주제를 앞세워 영역의 한계를 돌파하고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하려는 노력은 시청자로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변화의 속도를 재촉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시청자는 오래 기다리지 않는다. <무한도전>의 재정비 이유기도 하다. 중심 축인 유재석의 나이가 곧 50이다. 노홍철과 정형돈 하차는 분명 큰 손실이다. 이들이 대체 불가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축구팀에 비유하면 명감독(PD)과 정신적 지주인 주장(유재석)은 건재하지만 스트라이커가 빠진 것과 같다.  

멤버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결국 기획력이다. <무한도전> 외 타 예능 프로그램은 한 가지 콘셉트로 매회 게스트만 달리하며 주구장창 밀고 나가는 게 정석이다. 유독 <무한도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공평치 않을 수도 있지만 매번 그 어려운 걸 해왔기에 지금의 <무한도전>이 존재하는 거 아닐까. 팬들의 찬사만큼 프로그램만의 숙명 또한 존재한다.


무한도전 유재석 김태호 노홍철 정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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