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TV 드라마 <공항가는 길> 포스터.

KBS2TV 드라마 <공항가는 길> 포스터. ⓒ KBS


한국이 OECD 이혼율 1위의 국가라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그 반대급부로 강고한 결혼과 가정 이데올로기가 강한 게 사실이다. 결혼생활을 신봉하고 안정된 가정생활을 찬양하기에 바람, 혹은 바람의 의혹만 보여도 심하게 욕하는 사회다. 아침드라마, 주말드라마 등에서 끊임없이 불륜을 소재로 삼는 것도 그만큼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또 하나의 '불륜 드라마'가 미니 시리즈로 첫 선을 보였다. 바로 KBS2TV <공항 가는 길>이다.

얼마 전 종영한 tvN <굿와이프>는 여주인공 김혜경(전도연 분)이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의 옛 친구이자 현재 직장 동료인 서중원(윤계상 분)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모습을 그렸다. 혜경은 남편과 살면서도 중원과 키스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만큼 욕망에 솔직한 여성의 묘사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해당드라마는 독자적 삶을 개척하는 여성보단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에 치중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1일 첫 방영된 <공항 가는 길>은 심지어 남녀 두 주인공이 모두 유뷰남, 유부녀다. 일각에선 '어차피 불륜 드라마'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두 남녀의 두 번째 사춘기를 그리겠다'는 기획의도가 있고, 연출자인 김철규 PD가 직접 "불륜 드라마로 확정해버리면 할 말이 없다"며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위로와 관계에 주목해 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일단 2회 분까진 공을 들인 게 보인다.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승무원인 최수아(김하늘 분)와 그런 그녀를 자네라 하대하는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의 모습을 통해 상하관계인 부부관계를 묘사했다. 아내의 의견을 투정으로 받는 남편, 그리고 싱글라이프를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수아의 고군분투는 역부족이다. 그리고 그녀 앞에 나타난 서도우(이상윤 분)는 소통하고 배려하는 모습으로 수아를 달랜다. 여기까지가 지난 방송분이다.

드라마는 자식을 둔 부모와 그들 사이에 벌어진 틈을 세밀하게 그린다. 항공사 기장으로 능력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욕망에 충실한 박진석과, 자신의 일에 열심이지만 소박한 가정을 꿈꾸는 그의 아내를 묘사한다. 딸과의 긴장감, 그럴수록 잔인해지는 진석의 모습과 수아의 대립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러한 갈등에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질만하다. 과연 부부란 무엇일까 라는.

그만큼 <공항 가는 길>은 요즘 흔한 드라마 템포에서 비껴나서 외로움에 천착한다. 그리고 외로움을 알아주는 눈 밝은 이에게 어쩔 수 없이 열리는 마음을 들여다본다. 더 나아가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지 반문한다. 올 가을 대표작이 되긴 쉽지 않겠지만 누군가 허허로운 마음에서 솟아오른 질문 한 자락이 있다면 한번쯤 귀기울여볼만한 작품이다. '성숙한 관계'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드라마로 끝까지 완주해 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항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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