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6 KBO리그 케이티와 경기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선수들이 기념행사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6 KBO리그 케이티와 경기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선수들이 기념행사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1세기 첫 정규 시즌 우승에 성공했다. 두산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케이티 위즈와의 경기에서 9-2로 완승했다. 이로서 두산은 자력으로 매직 넘버 1을 지우며 대망의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산의 정규시즌 우승은 양대리그 시절이던 1999년 승률 1위를 기록한 이후 17년만이다 . 단일리그제로는 1995년 이후 무려 21년 만의 대기록이다.

이미 지난해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여 삼성의 통합 5연패를 저지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제패했던 두산은, 올 시즌 내친김에 정규시즌까지 제패하며 2연패를 노릴수 있게 됐다. 두산은 1982, 1995, 2001, 2015년 총 4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2연패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두산이 전후기리그제와 양대리그제 시절을 제외하고 단일리그제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OB시절이던 1995년과 올해 단 2번 뿐이다. 당시 OB은 서울 라이벌 LG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다가 0.5게임 차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고, 그해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원년 우승 이후 한동안 약체 이미지가 더 강했고 전년도 1994시즌에도 선수단 이탈 파문 등 악재 속에 7위에 그쳤던 OB의 반전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공수에서 완벽했던 두산의 2016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장원준은 6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8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5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15승 이상 투수 4명을 배출하게 됐다. 왼쪽부터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장원준은 6이닝 동안 8피안타 1볼넷 8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5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한 시즌 15승 이상 투수 4명을 배출하게 됐다. 왼쪽부터 더스틴 니퍼트, 유희관,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 연합뉴스


'기록 풍년'으로 요약되는 두산의 2016 정규시즌은 1995년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역대급 우승이 됐다. 두산은 올 시즌 초반부터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10승부터 90승에 이르기까지 매라운드 승수 단위를 선점할 만큼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아직 7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2승만 더 거두면 프로야구 역대 최강팀으로 꼽히는 2000년 현대(91승2무50패)의 단일시즌 최다승 기록도 뛰어넘는다.

두산은 올 시즌 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선발진을 완성했다.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토종 듀오 장원준에 유희관까지 리그 최강의 선발 4인방을 보유한 두산은 올시즌 거둔 90승 중 68승을 이 4명이 합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니퍼트가 21승3패-평균자책점 2.92를 기록 중이며 보우덴은 17승7패-3.87, 유희관은 15승5패-4.42, 장원준은 15승6패-3.32을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15승 선발 4명을 동시에 배출했다. 다승 상위 4인이 모두 두산 선수들이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두산 선발진의 강력함은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 됐다.

타선 역시 막강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볼티모어)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내외야에 물샐틈 없이 두터운 야수진을 구축했다. 김재호, 오재원, 허경민, 민병헌 등은 국가대표이고,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거포로 성장한 김재환(36홈런-119타점)을 비롯하여 오재일과 박건우의 성장은 두산의 전력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유일한 외국인 타자인 닉 에반스도 후반기로 갈수록 제 몫을 다하며 외인 3인방이 모두 큰 기복 없이 수준급의 활약을 보여준 것도 호재였다.

두산은 올 시즌 팀 타율(2할9푼7리)과 출루율(3할7푼7리)-장타율(4할7푼2리), 평균자책점(4.36), 최소실책(71개) 등 공수 주요 부문에서 모두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 홈런은 2위(173개)에 올라있지만 이 역시도 구단 역대 기록인데다 규모가 큰 잠실을 홈구장으로 쓰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장타력이다.

방망이면 방망이, 마운드면 마운드, 수비면 수비, 어느 하나 떨어지는 것이 없으니 선두를 달리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불펜이 약하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었지만, 홍상삼과 이용찬까지 시즌 막판 새로운 마운드 전력들의 합류로 한국시리즈에서는  더욱 강력해진 두산을 기대할 수 있다.

최강 두산을 이끈 감독과 프런트의 리더십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6 KBO리그 케이티와 경기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김태형 감독이 관중 환호에 답하고 있다.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16 KBO리그 케이티와 경기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두산 김태형 감독이 관중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태형 감독의 리더십과 프런트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감독 데뷔 첫해 두산을 한국시리즈 정상으로 이끈 데 이어 올해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까지 제패하며 류중일 삼성 감독에 이은 또 하나의 초보 감독의 성공신화를 수립했다. 김영덕-김인식-김경문 감독 등에 이어 역대 두산을 거쳐간 '김 감독'들의 불패 계보를 계승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첫해만 해도 용병술 등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한 시즌 내내 최강팀을 이끌면서 이렇다할 내부 잡음없이 선수단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만으로 김 감독의 리더십은 높은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김 감독은 희생번트나 작전개입을 최소화하고 타자들의 적극적인 배팅 주문과 원칙에 따른 선발로테이션 운영 등으로 선수들이 스스로 풀어나가는 자율과 순리의 야구를 통해 두산의 역량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시즌 유일한 옥의 티였던 노경은 이적 파문으로 리더십에 흠집이 될만한 고비도 있었지만 끝까지 선수단에 대한 통솔력을 잃지 않았다.

또한 프런트 야구의 색채가 강한 팀으로 꼽히는 두산은 최근 몇 년간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이 조화를 보이며 한층 강한 팀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 상승세의 최대 주역이된 외국인 3인방(니퍼트-보우덴-닉 에반스)과 2014년 장원준의 FA 영입 등은 두산이 한 단계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나는 데 신의 한 수가 됐다. 최근 몇 년간 내부 베테랑 FA에 대한 홀대와 잦은 감독 교체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과감한 선수단 개편으로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하고 내부 경쟁 체제를 유지한 덕분에 두산은 2000년대 가장 성공적인 강팀으로 장수할 수 있었다.

두산은 올 시즌 롯데(7승8패)에게만 근소하게 뒤진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8개구단에게 모두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했다. 특히 SK(12승4패) 한화(11승2패), KT(13승 3패) 등에는 극강의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있는 NC(9승7패)나 넥센(9승 1무 5패) 등에도 고른 우위를 점했다. 이미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주는 안정감까지 더해져 올 시즌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다섯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두산은 오랜 기간 강팀으로 군림했지만 해태, 현대, SK, 삼성 등에 비하여 '왕조'로 평가받고 있지는 않다. 정규시즌 우승 기록이 빈약하고 한국시리즈도 연속 우승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올 시즌 내친김에 역대 두 번째 통합 우승이자 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까지 노리는 두산이 왕조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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