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은 정말 단순해서 많은 음악가들이 외려 이것을 간과하는 것 같다. 진심, 단지 진심이면 충분한 일. 대단히 유능한 작곡가가 곡을 만든들, 최신식 기술로 마스터링을 한들, 혹은 대중이 열광하는 핫한 장르를 시도한들 그 노래 안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건 음표의 조합일 뿐이다.

같은 맥락으로,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그것이 꼭 좋은 음악은 아니라고 본다. 지난 2011년 MBC <무한도전>을 통해 발표된 '말하는 대로'를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적이 만들고 유재석이 부른 이 노래는 지나온 20대의 날들을 돌아보며 막막했던 당시의 심정을 있는 그대로 풀어냈다. 유재석의 무명 시절이 겹치며 짠한 감정이 일었다. 오래 작업한 곡이 아니어도, 화려한 악기로 배경을 채운 곡이 아니어도 진심 하나 꾸밈없이 담아내는 것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구나, 희망과 위로를 주는 명곡이 될 수 있구나, 확인했다.

 정형돈은 21일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녹화에 참여하며 방송에 복귀했다.

정형돈은 21일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녹화에 참여하며 방송에 복귀했다.ⓒ MBC에브리원


형돈이와 대준이가 22일 0시 발표한 노래 '결정'을 들었을 때 '말하는 대로'가 떠올랐다. 개인적 감상은, '말하는 대로' 만큼 감동적인 곡은 아니었지만 진심이 담긴 곡임은 분명했다. 데프콘(유대준)이 작곡에 참여하고, 정형돈이 가사를 쓴 '결정'은 고민의 날들을 지나온 정형돈의 솔직한 심경이 담겨 있다. 불안장애를 겪으며 지난해 <무한도전>을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 했던 시간들, 삶의 매 순간마다 부딪혀야 한 어렵기만 했던 결정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조금은 쉬고 싶은 / 내 맘이 그랬어 피한 게 아냐 / 그냥 내 맘이 그랬어 /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는 얘기 / Birth와 Death 사이에 자리 잡은 Choice."

"하루 한나절 한 시간 / 그리고 한순간 / 늘 옳은 결정을 내린 건 아니었네 / 늘 좋은 결과만 있었냐고 No No / 내가 내린 결정이라 / 나는 다시 움직이고 / 또 움직인다."

누구에게나 결정이란 어려운 일이고, 그 결정에 따르는 책임은 버겁고, 잘못된 결정이 동반하는 후회는 아프다. 그래서 형돈이와 대준이의 '결정'은 내 이야기 같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사는 역시 '솔직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그 솔직함의 대상이 힘든 순간들의 이야기라면 더 깊은 울림과 공감을 주기 마련이다.

정형돈은 소울메이트 데프콘과 함께 합을 맞춰온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로 방송에 복귀하며 이 노래로 새출발의 신호탄을 쏜 셈이다.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하겠다는 '결정'도 그의 새로운 결심일 것이다. 그런 정형돈을 응원하는 데프콘과 아이유의 지원사격이 정형돈의 진심에 힘을 실어주며 노래에 따뜻함을 더한다.

프로 가수의 노래만 듣다가, 가수가 아닌 이의 노래를 들으니 서툴게 담긴 '거친 진심'이 오히려 마음 깊이 다가온다. 그 사람만의 사연이 담겼기 때문에 완성도는 떨어질지언정 노래 본연의 가치를 지닌다. '결정'이란 곡은 단지 '낼 때가 돼서' 신곡을 낸 사례는 아닌 듯 싶다. 마음 속에 쌓아온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놓기 위해 노래를 빌린 사례이며, 그래서 거칠면서도 소박하다. 아이유가 부르는 아래의 후렴 구절처럼, 삶의 어려운 결정 앞에 선 이들의 머릿속 얼음들이 해에 녹을 수 있도록 정형돈이 용기를 준 것이라면, 분명 성공적 복귀일 것이다.

"고민이 많은 깊은 밤에도 / 떨어지는 별을 주워 웃어도 / 내 머릿속의 얼음들을 / 해에 걸어 보내기로/ 꼭 약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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