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 DMZdocs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아래 부산영화제)는 세월호 다큐 <다이빙벨>을 상영했고, 2015년 DMZ다큐멘터리영화제(아래 DMZ영화제)는 세월호 다큐 <업사이드 다운>을 상영했다. 이후 상황은 판이했다. 부산영화제는 서병수 시장이 직접 나서 2년 동안 무수히 흔들어댔다면 DMZ영화제는 상영으로 인한 어떤 정치적 논란도 생기지 않았다.

같은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김문수·남경필 전·현 경기도지사와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영화인들의 평가는 상반된다. 서병수 시장이 잘 나가던 영화제의 위상과 권위를 추락시켜 영화계 지탄의 대상이라면, 김문수·남경필 전현 도지사는 정치적 입장과는 반대되는 부분이 많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꾸준히 성장시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유명 외국평론가는 올해 부산영화제 사태가 논란을 더욱 확산시키자 서병수 부산시장의 태도에 대해 "미련한 고집불통의 정치술수"라고 비판했다. 영화제는 서병수 시장 덕분에 '표현의 자유'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제적인 망신살을 샀고, 대내외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은 DMZ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약속이다. 김문수 전 지사 역시 간섭은커녕 지원을 늘리기 위해 애썼다. 영화제의 자율을 보장했다. 덕분에 영화제 내부적으로 운영상의 문제점이 더러 드러나기는 했어도 DMZ영화제는 정치적 논란에서 비켜서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다룬 다큐들이 많이 상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센 다큐 많아도 표현의 자유 논란 없어

 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 <그날>

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 <그날> ⓒ DMZdocs


제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22일 저녁 DMZ 내 캠프 그리브스 체육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다. 36개국 116편이 상영되는 DMZ영화제는 8회 행사를 이어오며 국내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성장했다. 부산영화제의 도움을 받아 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정치적 논란 없이 순항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표현의 자유 논란이 생기지 않은 점 역시 이 영화제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올해 상영작 중 김일란·이혁상 감독의 <공동정범>은 용산 참사를 다룬 흥행 다큐 <두 개의 문>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다. 용산참사 이후 갇혔던 철거민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상영되지만 DMZ영화제가 먼저 제작 완료 후 최초상영인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한다. 제작지원을 한 이유도 있지만 DMZ영화제의 위상을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김환태 감독의 <핵마피아>도 지진으로 인해 원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시의적절한 작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는데,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원전 위협에 눈을 감고 있는 핵마피아의 실체를 추적한다. 원전문제에 이면에 있는 검은 연결 관계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DMZ영화제는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이름으로 쓰고 있듯 분단과 통일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개막작 <그날>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이었던 친할아버지와 인민군이었던 외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감독이 외할아버지에 대한 죽음을 목격 후 외할아버지의 삶과 시간을 쫓는 영화다.

지난해 <삐라>로 주목받은 조현준 감독의 <황색바람> 역시 주목받는 작품이다. 탈북자들을 소재로 한 영화는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 교육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탈북자들의 명성을 이용하는 특정 교회, 탈북자들이 TV 출연과 안보 강연을 통하여 하는 발언들의 문제점과 같은 민감한 사항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기존 매체에서 접하기 힘든 모순들을 들춰내는 영화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해직 기자, 해고 노동자, 세월호, 빈민에 주목

 태준식 감독의 <촌구석>

태준식 감독의 <촌구석> ⓒ DMZdocs


이렇듯 올해 DMZ영화제는 논란의 다큐멘터리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빈곤과 노동, 이주민,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았다.

해직 기자들의 삶을 다룬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전주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작품인데, DMZ영화제에서는 새롭게 편집된 버전으로 상영된다. 영화에 나오는 해직 기자 중 한 명으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의 홍보국장이었던 이용마 기자의 암 투병 소식이 최근 전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송윤혁 감독의 <사람이 산다>는 쪽방촌 사람들의 삶을 밀착해 촬영한 작품으로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작품이다. 개막작으로 상영됐다가 관객상 수상으로 인해 폐막작되는 영예를 안았다. 밀도 있는 다큐로서 도시 빈민들의 삶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울림이 크다.

국내 대표적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전태일 열사의 모친인 이소선 여사 다큐 <어머니>를 만든 태준식 감독은 <촌구석>을 내놨다. 자동차 공장에서 수천 명이 해고당하고, 그들의 죽음을 외면했던 평택과 이유도 모른 채 사라진 아이들이 살았던 안산의 사람들을 담았다. 쌍용차와 세월호에 대한 다큐다.

생탁 노동자를 다룬 박배일 감독의 <깨어난 침묵> 쌍용차 해고자의 아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영희 감독의 <안녕 히어로> 등은 DMZ영화제의 방향을 잘 드러내 주는 영화들이다.

'다큐초이스' 섹션 영화 중에는 일본 신리즈카 투쟁을 담은 영화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1968년 일본의 나리타 공항 건설에 맞선 주민들의 투쟁을 기록한 영화들이 4편 상영된다.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인 후지이 다케시가 선정한 영화들이다. 밀양과 강정 등 중앙권력에 대항하는 지역 투쟁의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지를 제시한다.

일본인이 찍은 나눔의 집 위안부 할머니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찍은 도이 토시쿠니 감독의 <기억과 함께 산다>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찍은 도이 토시쿠니 감독의 <기억과 함께 산다> ⓒ DMZdocs


해외작품으로는 1999년 나토의 세르비아 폭탄 투하 사건으로 인한 대규모 학살의 흔적을 따라가는 <뎁스 투>, 나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의 개인 비서 및 속기사로 일했던 올해 105세의 브룬힐데 폼셀의 이야기를 담은 <어느 독일인의 삶>, 페루 원주민들이 도로·수로·석유·시설 등을 점거하고 개발법 쳘폐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유혈사태를 담은 <세계가 충돌할 때> 등이 관심을 모으는 작품들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작품들도 주목된다. <기억과 함께 산다>는 일본인이 찍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 모습이고, <22(용기있는 삶)>은 중국에 사는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의 삶에 대한 기록이자 기억의 기록이다. <50년간의 비밀: 대만 위안부 이야기>는 대만 위안부 생존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최초로 드러낸 작품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굴욕적 협상으로 일관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22일 개막하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28일까지 고양 메가박스 백석점과 파주 메가박스 출판도시 등에서 개최된다.

DMZ영화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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