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3연패를 당했다. 매시간 점점 더 치열해지는 프리미어리그와 쉽지 않은 네덜란드 원정경기였음을 고려하더라도 타격이 작지 않다. 지금 눈앞에 놓인 3연패보다 맨유 팬들을 충격에 빠뜨린 건 무리뉴 감독이 3경기를 패하는 동안 반전의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는 데 있다.

무리뉴 감독은 지난 10여 년간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중소 클럽이었던 FC포르투를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했고, 첼시를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이미지를 입혔다. 인테르 밀란을 이탈리아 세리에A 최초의 트레블 팀으로 만들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가 이끈 최강 바르셀로나의 파훼법을 만든 이도 그다.

실리적 축구로 항상 성과를 거둬왔던 그가 최근 실수가 잦아지고 있다. 축구 외적으로 잡음이 많아졌고, 선수들을 통제하는 능력과 방식 그리고 선수를 선별하는 눈까지, 실수가 잦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항상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냈던 그는 최근 결단에 인색하며 어떠한 반등도 만들지 못했다.

4-2-3-1, 틀에 박힌 폴 포그바 사용법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시절 자신의 축구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포메이션을 4-2-3-1로 생각했다. 포백 앞 패스에 능한 미드필더와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를 기용했고, 전방의 네 명의 선수를 활용한 역습축구를 구사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2기 시절 무리뉴 감독은 줄곧 고정된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맨유에서도 무리뉴 감독의 선택은 4-2-3-1 포메이션이었다. 포그바를 4-2-3-1 포메이션에서 마루앙 펠라이니와 함께 3선에 위치시켰다. 고민은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공격성 성향이 강한 포그바는 중심을 잡아줘야 할 위치에서 무리하게 전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종적으로 크게 오르내리는 포그바와 중앙 미드필더 움직임을 많이 하는 웨인 루니의 동선이 자주 겹쳤다. 그 가운데 펠라이니 홀로 수비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 상황에서 맨유의 수비 숫자가 상대 공격수와 비슷한 경우가 많았던 것은 이 때문이다.

동선이 겹친다는 건 선수단 사이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필연적으로 빈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상대에 좋은 먹잇감이 된다. 올 시즌 맨유가 3연패를 당한 경기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골을 넣지 못한 공격과 실점을 허용한 수비가 아닌 중원이었다. 맨유의 중원은 밸런스를 잃은 경우가 많았다. 서로의 역할 배분이 되지 않으면서 공격과 수비의 고리인 중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방에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지 못했고, 수비적인 지원이 부족했다. 냉정히 말해 맨유가 올 시즌 시작과 함께 달성한 4연승을 했을 당시에도 완벽히 지배했다는 느낌을 주진 못했다. 무리뉴 감독의 역습축구는 시동도 걸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가 차이를 만들어주길 바랐다. 포그바는 과거 유벤투스에서 안드레아 피를로와 아르투로 비달과 함께 3명의 미드필더 중 한명으로 기용되면서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현재 맨유 시스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었다. 감독은 선수의 잠재력과 장점을 이끌어 내는 위치다. 적어도 포그바가 제대로 뛸 수 있는 위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선호하는 4-2-3-1 포메이션에 맞춰 선수를 끼워 놓았을 뿐,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위치를 고려하지 않았다.

최상의 선택을 할 용기

아무도 손대지 않는 것을 바꾸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부터 자신의 소신대로 일하기로 유명했다. 자신과 맞지 않은 선수는 가감 없이 내쳤고, 새로 판을 짰다. 선수들과 영향력 싸움을 하는 것도 결코 피하지 않았다.

맨유에선 그렇지 않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첼시 감독 시절부터 루니를 영입하길 원했다. 무리뉴 감독의 역습축구를 위한 스피드와 결정력, 패싱력까지 겸비한 선수였다. 그러나 만 30세가 된 루니는 이제 신체능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스피드가 줄었고 과거 눈 깜짝할 사이 상대편 골망을 가른 중거리 슈팅도 찾기 힘들다. 스피드와 슈팅력을 지닌 루니가 패싱력을 겸비했을 땐 특별한 선수였지만, 신체능력이 떨어진 루니는 이제 더 이상 맨유의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다.

루니의 올 시즌 가장 큰 문제점은 애매함이다.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상대방의 압박을 벗어나는 기술과 패싱력 그리고 마무리할 수 있는 능력까지 겸비해야 한다. 루니는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면서 이젠 매번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루니는 맨유의 레전드다. 2004년 에버튼에서 이적한 이래로 맨유 통산 득점 2위고 팀의 주장이다.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감독은 팀을 최상의 전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가 팀의 상징이어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과감히 제외해야 한다. 이웃집 맨체스터 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이 팀의 상징인 조 하트를 내친 건 그래서 더 상징적이다.

색깔 잃은 맨유와 무리뉴 

무리뉴 감독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후계자가 되길 원했다. 맨유 구단 역시 더 이상 팀에 암흑기가 오길 바라지 않았다. 결단을 내렸고 구단과 무리뉴 감독은 강하게 서로를 원했다. 무리뉴 감독은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3년 차 징크스가 있는 감독이 아니라 더 나은 감독, 자신의 롤 모델인 퍼거슨 감독처럼 장기집권하는 감독이 되길 원했다.

방식을 바꿔야 했다. 언론에 적대적이고, 경기 외적으로 많은 충돌이 있었던 행동을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맨유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려면 주변과 사이가 좋아야 했다. 그러나 꿈의 직장에 부임한 이후 선수뿐만 아니라 무리뉴 감독도 부담을 안았다. 4연승 이후 3연패를 하는 동안 스페셜했던 무리뉴 감독의 존재감은 밋밋해져 갔다.

경기장에도 동일했다. 과거 자신이 이끌던 팀들은 하나같이 강한 수비에 이은 빠른 역습축구를 구사했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실리축구로 많은 성공을 거둬왔다. 그러나 맨유는 실리적이지 않다. 점유축구도 역습축구도 아닌 밋밋한 축구를 보여줬다. 경기장 내에서 선수의 움직임은 어긋나고 구조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카리스마와 능력으로 팀을 휘어잡았던 무리뉴 감독은 정작 자신의 꿈의 직장이었던 맨유에선 자신의 능력을 보이지도, 변화를 이끌지도 못하고 있다.

과거 혁신적인 선수 관리와 스카우트 방법으로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했던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혁명가였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모든 팀들이 그의 방식을 차용했고 점차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무리뉴 감독 역시 포르투를 이끌고 유럽을 제패했던 게 어언 10여 년이 흘렀다. 그의 방식 역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한때는 혁명가였던 그도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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