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1592>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시청자 앞에 나섰다.

<임진왜란 1592>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시청자 앞에 나섰다. ⓒ KBS1


factual: ① 사실에 입각한 ② 사실의 ③ 사실에 관한

그러니까 '팩추얼 드라마(factual drama)'란 근래 유행하고 있는 픽션(fiction) 사극과 달리 인물, 사건, 이야기 전부를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둔 드라마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혼합한 장르라고 보면 될 것이다. KBS와 중국 CCTV는 합작을 통해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한국형 팩추얼 드라마를 제작했고, 지난 3일 그 결과물인 KBS1 <임진왜란 1592> (극본 김한솔, 연출 박성주·김한솔)이 장대한 포문을 열었다.

방송 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고, 방송 후에는 극찬과 실망이 뒤섞였다. <임진왜란 1592>, 정확히 말하면 '이순신'에 대한 '기대'의 기저(基底)에는 임진왜란 당시의 역사(정치의 부재)와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동일시'가 자리 잡고 있다. 구국(救國)의 영웅이 재탄생해 민심을 수습하고, 국민 전체를 승리의 전장으로 이끌어주기를 기다리는 바람이 있었고, 그 빈칸에 '이순신'을 투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의 지분은 '공영방송' KBS에 대한 의구심이 큰 몫을 차지했다. <인천상륙작전>에 30억을 투자했던 KBS가 노골적으로 영화 홍보에 나서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지위를 망각했던 촌극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또, <불멸의 이순신>에 이어 <징비록>까지 '이순신'이라는 소재를 반복적으로 다뤄왔던 KBS가 또 하나의 '이순신'을 제작한다는 데 '지겹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무리 이순신'이라지만, '또 이순신이야?'라는 말이 나올 법 했다. 게다가 이른바 사극 도장깨기에 나서고 있는 최수종이 이순신 역을 맡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식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여전히 '영웅'을 희구하게 만드는 역사적 관점은 이제 지양(止揚)해야 할 접근 방법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이순신'이라는 만능치트키를 꺼내든 것은 못내 아쉽기만 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이순신'들을 경험했다. 인간적 면모가 강조된 김명민의 이순신을 겪었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 최민식의 이순신도 겪었다. 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영화 <명량>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순신 장군이 이끌었던 해전(海戰) 장면들은 제법 실감 나게 다뤄졌다. <임진왜란 1592>는 이전의 작품들과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초점은 그 부분에 맞춰졌다.

조선의 바다에는 그가 있었다


왕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다. 왜군의 기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나라의 운명은 풍전등화. 남은 것은 이순신과 목숨을 바쳐 무언가를 지키고자 하는 병사들, 그리고 26척의 판옥선이 전부였다. 이순신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전장 속에서 고뇌에 고뇌를 거듭하고, 결국 귀선(龜船, 거북선)을 앞세워 사천해전과 당포해전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둔다.

여기까지는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임진왜란 1592>는 이순신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력을 뒤집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전술'에 초점을 맞춘다.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원거리에 있는 적을 타격하는 것이 현대전에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설을 적용하기에 이른다. 따라서 원거리 곡사포 대신 최대한 접근한 후 근거리 직사포를 쐈을 거라는 역사적 추론을 제시한 부분은 매우 '신선'했다.

단순히 새로운 가설을 선보였다는 것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해군이 그토록 불리한 전황 속에서 '어떻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려는 노력이 반가웠다. <임진왜란 1592>을 통해 우리는 익히 알고 있는 '승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보다 '실체적'으로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야말로 첫 번째 차별성이었다.


자연스럽게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하루 전에 완성된 귀선(龜船, 거북선)에 초점을 맞춰졌고, 그 역할과 능력이 훨씬 더 실체감 있게 다가왔다. 또, <임진왜란 1592>는 '이순신'이 아니라 "아무도 기억 못 할 이 이름, 장군님은 꼭 기억해주십시오, 그것이 제 목숨값입니다"라고 말하는 돌격대장 이기남(김철민)과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목숨을 걸고 왜군과 싸웠던 병사들의 존재에 귀를 기울인다. 두 번째 차별성이 발견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싸우는가?", "우리는 왜 싸우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앞으로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이순신의 존재는 여전히 듬직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오히려 한쪽으로 물러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수종의 연기는 다소 과장되게 느껴지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도드라진다는 인상은 없다. '다큐멘터리'가 강조된 '드라마'라는 특성을 잘 살린 듯하다.

이런 감상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건, <임진왜란 1592>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김한솔 PD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임진왜란은 민중의 승리이며, 그 리더가 이순신 장군(최수종)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기존의 이순신과의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는 '이순신'만이 아니라 이기남을 비롯해 탐망꾼(백봉기), 그 외의 노를 젓는 격군 등 다수의 인물에 시선을 나눈다.


앞서 극찬과 실망이 뒤섞였다고 표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드라마 자체에 대한 평가는 극찬 쪽에 가깝다. 그만큼 내용과 영상미 모두 만족스러운 편이다. 최수종 개인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호평을 덮을 만큼은 아닌 듯하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임진왜란 1592>를 '읽는' 태도이다. 이순신이라는 역사적 인물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 영웅을 현재로 소환했다. 그를 '어떻게 (차별화해서) 읽을지', '어떻게 (차별화해서) 적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어떤 기사는 <임진왜란 1592>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 잊힌 수많은 영웅을 떠올리자고 강변하지만, 또 어떤 기사는 또다시 '영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프레임에 우리 자신을 가두고자 한다. 이순신의 위대함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순신과 함께 수많은 '우리들'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그래서 오로지 '이순신'만 바라보고자 한다면, 수많은 '돌격대장 이기남'들은 또다시 쓸쓸히 지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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