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랜더 리턴즈> 영화 포스터

▲ <쥬랜더 리턴즈> 영화 포스터 ⓒ (주)다자인 소프트


<쥬랜더>(2001)는 거침없는 상상력, 시쳇말로 표현하면 '병맛' 코드가 일품인 영화다.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 같은 음모론에 패션을 넣어 전 세계를 조종하는 배후 세력이 패션 업계의 거물들이라는 설정부터 황당하다. 그리고 현실을 풍자한다.

인물도 당혹스럽다. 숟가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잘 생겼다고 감탄하며 모델이 되었다는 데릭 쥬랜더를 맡은 이는 벤 스틸러다. 조각 같은 외모와 거리가 먼 벤 스틸러는 "인생엔 잘 생긴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다"란 대사를 진지하게 내뱉는다.

다른 톱모델 헨젤 역으로 분한 오웬 윌슨도 천연덕스럽다. 데릭이 보여주는 표정 '매그넘'이 무기처럼 힘을 발휘한다거나, 데릭과 헨젤이 패션으로 대결을 벌인다는 발상은 보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한다.

<쥬랜더>는 엉뚱한 매력이 돋보이는 데릭과 헨젤, <청춘 스케치>(1994)와 <케이블 가이>(1996)를 내놓았던 벤 스틸러의 연출력, 패션 문화와 B급 정서를 결합한 코미디, 패리스 힐튼, 나탈리 포트만, 도널드 트럼프, 위노나 라이더 등 카메오 군단이 근사한 하모니를 이루었다. 영화 전문 잡지 '프리미어'는 최고의 코미디 영화 50에 <쥬랜더>를 선정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쥬랜더>의 속편 소식은 들리지 않는 가운데 벤 스틸러는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자로 맹활약했다. 그 사이에 연출작으로 내놓았던 <트로픽 썬더>(2008)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는 평단의 호평과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2016년, 마침내 <쥬랜더 리턴즈>가 돌아왔다.

거침없는 상상력, '병맛' 코드 <쥬랜더>의 컴백

 <쥬랜더 리턴즈>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쥬랜더 리턴즈>는 <쥬랜더>의 마지막 장면, 무가투(윌 페렐 분)의 음모를 깬 데릭과 마틸다(크리스틴 타일러 분)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도서관을 세운 이후를 다룬다. 제작진이 밝힌 뒷이야기에 따르면 <쥬랜더>에서 4년 후에 나온 첫 번째 대본에서 데릭의 아들은 8살이었는데 다시 5년 뒤에 두 번째 대본이 나오게 되면서 아들의 나이는 올라갔다고 한다. 제작진은 빨리 만들지 않으면 아들 설정이 중년이 되겠다며 벤 스틸러를 독촉했다는 후문이다.

<쥬랜더 리턴즈>에서 데릭과 헨젤은 실의에 빠져있다. 도서관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데릭은 아내를 잃고, 갖은 입방아에 오르며 양육권마저 상실한다. 데릭은 이름을 '에릭'으로 바꾸고 은둔한다. 헨젤 역시 사고로 얼굴을 다치면서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숨어 지내던 데릭과 헨젤은 패션쇼의 초대를 받으면서 다시 세상에 나온다. 인터폴 패션국의 요원 발렌티나(페넬로페 크루즈 분)는 잇따른 팝스타의 사망 현장에 나타난 비밀을 조사하기 위해 헨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데릭과 헨젤은 다시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된다.

<쥬랜더 리턴즈>에서 데릭은 아내를 잃고, 아들을 만날 수 없는 처지다. 그는 이제 매그넘을 쓸 수 없다. 헨젤은 아버지가 되길 두려워한다. 인기도, 열정도 사라진 두 사람이 다시 세상에 나온 까닭은 한 사람은 아들을 찾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함이다. 그들의 여정은 당연히 웃음기와 장난기가 가득하다.

<쥬랜더 리턴즈>는 전편보다 풍자도 약하고, 이야기의 힘 역시 떨어진다. 앙상해진 서사에 살을 입혀준 것은 배우들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와 <스타스키와 허치>(2004) 등 12번이나 영화 작업을 함께한 영혼의 콤비 벤 스틸러와 오웬 윌슨은 양질과 저질, 멍청함과 능청스러움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며 '약을 빤' 호흡을 발휘한다.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윌 페렐과 크리스틴 타일러도 제 몫을 톡톡히 한다. (반전이기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전편에 나오는 인물 한 명은 의외의 장면에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한다. 새롭게 가세한 페넬로페 크루즈와 크리스틴 위그도 재미를 더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스팅, 저스틴 비버 카메오 맹활약

 <쥬랜더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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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랜더 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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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랜더 리턴즈>에서도 카메오의 면면은 화려하다. 카메오 군단은 방송, 언론, 배우, 가수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다. 패션을 다룬 영화답게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 알렉산더 왕, 마크 제이콥스, 토미 힐 피거, 발렌티노 가라바니도 영화에 참여했다. 카메오 중에서 저스틴 비버,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퍼 서덜랜드, 수잔 서랜든, 스팅은 관객을 압도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저스틴 비버는 SNS를 활용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우스꽝스럽게 묘사한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모나리자 분장으로 충격을 준다. 키퍼 서덜랜드는 어처구니없는 대사를 내뱉으며 웃음을 주고, 수잔 서랜든은 자신의 출세작 <록키 호러 픽쳐 쇼>를 패러디한다. 스팅은 자기 노래를 이용한 대사로 관객을 웃긴다.

주연과 연출을 겸한 벤 스틸러는 "늘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것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밝혔다. 그의 소신대로 <쥬랜더 리턴즈>는 웃음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그의 선물 속엔 표정이 가장 돋보인다. 새로운 표정으로 담긴 '아쿠아비테'와 '엘니뇨'도 근사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단연 '매그넘'이다. 15년의 세월이 흘렀건만 '매그넘'은 변함없이 눈부시다.

 <쥬랜더 리턴즈>

ⓒ (주)스톰픽쳐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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