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2일. <서프라이즈> 내레이션을 녹음 중인 성우 홍승옥, 최원형

2016년 8월 22일. <서프라이즈> 내레이션을 녹음 중인 성우 홍승옥, 최원형 ⓒ 김윤정


삼합: [명사] 세 가지가 잘 어울려 딱 들어맞음.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아래, <서프라이즈>)는 삼합이라는 말에 딱 맞는 TV 프로그램이다. 신기방기한 소재를 신통방통하게 찾아내는 제작진, 열정이 가득한 숙련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에 귓가를 울리는 친숙한 목소리가 얹어져야 <서프라이즈>가 완성된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슬금슬금 사라진 이유도 이 셋의 시너지를 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홍승옥, 최원형 성우의 힘 있고 흡입력있는 목소리는 <서프라이즈>를 <서프라이즈> 답게 만들어주는 필수요소. 지난 8월, <오마이스타>는 두 성우의 <서프라이즈> 내레이션 녹음 현장을 찾았다. 얼굴은 낯설지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는 친숙한 목소리에 "아!" 싶었다.

대북 선전 아나운서와 <포켓몬스터> 냐옹이

 2016년 8월 22일. <서프라이즈> 내레이션을 녹음 중인 성우 홍승옥, 최원형

<서프라이즈> 내레이션을 녹음 중인 최원형 성우. ⓒ 김윤정


"하하하, 어디 가서도 '성우 최원형입니다'하면 다들 누군지 잘 몰라요. 그러다 '진실 혹은 거짓!' 한 번 외치면 바로 '우와' 하죠. <서프라이즈>는 어딜 가든 절 소개할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예요." (최원형)

1993년 데뷔한 최원형 성우는 <포켓몬스터> 냐옹이, <겨울왕국>의 한스 왕자 등 누구나 알만한 대표작이 많다. 특히 말끝마다 '~옹'을 붙이는 냐옹이 특유의 말투는 그의 아이디어였단다. 하지만 그가 꼽는 자신의 대표작은 단연 <서프라이즈>. 한국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기억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서프라이즈>에서는 성우들의 역할이 내레이션이 다가 아니에요. MC나 마찬가지죠. 이렇게 성우들의 역할이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은 흔치 않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이렇게나 오래 진행하고 있다는 거, 성우로서 자부심이 들죠." (최원형)

각기 다른 이야기의 드라마들을 <서프라이즈>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는 건 성우들의 힘이다. 이들이 내레이션으로 전달해주는 배경 정보는 <서프라이즈>의 이야기에 신뢰성을 얹어주기도 하고, 조금은 어설픈 영상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두 성우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의 상징. 그래서 "다른 성우들은 <서프라이즈>만의 톤을 흉내 내지 못 한다"고 한다.

"<서프라이즈>는 내 성우 인생의 자존심"

 2016년 8월 22일. <서프라이즈> 내레이션을 녹음 중인 성우 홍승옥, 최원형

제작진과 녹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홍승옥 성우. ⓒ 김윤정


<서프라이즈>의 시작부터 함께한 홍승옥 성우는 교양 프로그램 성우계의 살아있는 역사다. <장학퀴즈> <토요미스테리극장> <동물농장> <찾아라 맛있는 TV>등에 참여했고, 맡는 프로그램마다 10년은 거뜬히 넘겼다. 많을 때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7군데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녹음을 한 적도 있다고. 부드러움과 파워를 동시에 지닌 목소리의 홍승옥 성우에게는 "대북 선전 방송 아나운서"라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서프라이즈> 톤으로 대북 방송을 읊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평생 성우 말고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여러 교양 프로를 하면서 잡학다식해지기도 했고, 보람도 있죠. 재미, 긍지, 물질적 축복은 덤이에요." (홍승옥)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서프라이즈>에 대한 홍승옥 성우의 애정은 남다르다. 케이블, 종편 채널 등에서 <서프라이즈>와 유사한 프로그램 제안이 많이 오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수락하지 않는다고.

"한 번은 별 생각 없이 비슷한 프로를 맡았던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서프라이즈> 느낌이더라고요. 그래서 금세 그만뒀죠. <서프라이즈>를 아끼는 마음도 있었고, 그게 제 자존심이기도 했어요." (홍승옥)

지난 14년 동안 PD와 작가는 숱하게 바뀌어왔지만, 두 성우는 약 13년 동안 굳건히 <서프라이즈>를 지켜왔다. (첫 회부터 참여한 홍승옥 성우는 중간에 개인 사정으로 1년 정도 쉬었고, 최원형 성우는 2003년부터 참여했다.) 그야말로 <서프라이즈>의 산 증인인 셈이다.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작가가 바뀐다거나 하면 가장 먼저 눈치 채는 것도 이 둘이다. "멘트가 입에 붙는 느낌이 달라" 알아챌 수밖에 없다고.

베테랑 성우들답게, 이들의 녹음은 한 시간 만에 끝났다. '원 샷, 원 킬.' 녹음 스태프는 "홍승옥 성우는 30분 만에 끝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서프라이즈>는 성우 홍승옥의 자존심"이라던 그의 자신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서프라이즈> 장수비결은 삼합!

 2016년 8월 22일. <서프라이즈> 내레이션을 녹음 중인 성우 홍승옥, 최원형

제작진이 만든 대본은 배우들의 손을 거쳐 영상이 되고, 다시 성우들의 목소리가 더해져 <서프라이즈>가 된다. ⓒ 김윤정


사실 10년 넘게 한 프로그램을 위해 일했대도, 현장에서 녹화하는 배우들과 모든 녹화와 편집을 마친 뒤 따로 녹음 작업을 하는 성우가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서프라이즈>의 경우도 1년에 한 번, 회식 날이나 돼야 다 같이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서프라이즈>를 향한 애정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진 이들인 만큼, 1년에 한 번 뿐인 만남에도 가족같은 끈끈함을 느낀단다.

"스태프들도 10년 넘은 멤버들이 많아요. 제작진이나 배우나, 우리나 모두 <서프라이즈>에 애정이 많다는 뜻이죠. 만약 제작비가 부족하다하면 공짜로도 참여할 수 있을 정도예요. 방송이 없어지지만 않는다면 계속 함께하고 싶어요." (최원형)

최 성우에게는 작은 바람이 하나 생겼다. 배우들과 <서프라이즈> 콘셉트의 연극을 해보는 것. 익숙한 배우들이 참여하고, 익숙한 성우들이 해설을 맡는다면, TV가 아닌 무대에서도 <서프라이즈> 느낌을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단다.

설자리를 찾기 어려운 배우들에게는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무대를, 베테랑 성우들에게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을, 시청자들에게는 <서프라이즈>를 눈앞에서 즐길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배우들도 '좋은 생각'이라고 동조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더라"고 전한 최 성우는 "언젠가 꼭 현실화 하고 말 것"이라며 웃었다. 아직 그저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서프라이즈>를 향한 그의 애정과 관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흥미로운 소재는 오늘도 밤을 새고 있을 작가진에게 발굴되어 대본이 되고, 이 대본은 열정으로 가득찬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드라마가 된다. 그리고 이 드라마를 <서프라이즈>로 만드는 것은 바로 성우들의 내레이션이다.

<서프라이즈>는 적은 예산이 투입되는 프로그램이다. 제작비는 몇 년째 그대로지만, 물가와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실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의 희생과 양보가 없다면, 존속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서프라이즈>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은 애정으로, 의리로, 자부심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서프라이즈>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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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홍승옥 최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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