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이고 있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 출연자 쿨키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 출연자 쿨키드. ⓒ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의 캐치프레이즈는 '여자 래퍼! 독을 품다!'이다. 출연자들이 자발적으로 독해진 건지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만들며 더 독해진 건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이전 시즌에 비해 더욱 자극적인 방송이 송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5회까지 방영된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는 실로 복마전을 연상케 한다. 출연자들 간의 질투와 따돌림, 치열한 경쟁과 낙오, 외모 조롱 혹은 인신공격 등 원색적 비난을 주로 한 디스 배틀 등 이른바 '캣 파이트'를 주재료로 삼은 방송분이 그동안 전파를 탔다.

원색적 비난 일색의 디스 배틀

디스 배틀이 힙합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 방송 콘셉트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다고 본다. 전 시즌부터 영구탈락 제도가 있었고, 출연자들끼리 랩으로 싸움하는 디스 배틀도 있었다. 재미를 위한 '악마의 편집'은 출연자나 시청자 모두 어느 정도 동의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 시즌이 특히 문제인 건 디스곡의 벌스(Verse)가 남고 있는 내용이나 디스전의 양상에 있다. 시즌2에서의 디스전은 윤미래와 너무나 비슷한 트루디의 랩 스타일에 대한 진짜-가짜 논쟁이 화두였다. 그 외에는 주로 자신의 랩 실력이 뛰어나고 상대의 랩 실력은 형편없다는 식의 가사가 주를 이뤘다.

이번 시즌 디스전에는 특별한 화두가 없다. 주로 나오는 Verse는 상대에 대한 외모 지적이나 여성에 대한 편견에 기반 한 인신공격뿐이다. "입 좀 집어놓고 말해", "빈티 나는 가슴", "싹수가 보여 어린 게 벌써 된장녀의 기미", "실력은 없는데 모아놓은 백만 잔뜩 있지", "계집애들이 뭉치니 말이 많아" 등.

그중 디스 전에 있어서도 대표적으로 연장자인 하주연-미료의 유나킴에 대한 2 대 1 공격은 출연자들의 권력관계에 기초한 친목놀음과 따돌림의 현장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디스 이후 여성팀원의 승리 강조는 뜬금포

 울고 있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 출연자 제이니.

울고 있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 출연자 제이니. ⓒ Mnet


경쟁과 생존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이 프로는 영구탈락 결정전도 자주 한다. 지금까지 케이시, 쿨키드가 영구탈락 했다. 이들은 방송에서 경쟁의식이 부족하고 여린 성격의 소유자로 비춰졌다. 문제는 다른 출연자들이 그런 약한 심성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탈락자 스스로도 자책했다는 점이다. 동고동락했던 출연자들에게 탈락자를 지명할 권한을 주는 것도 잔인하지만 여기에 더해 살아남은 자로서 탈락자에 대한 훈수와 평가를 덧붙이는 광경은 괴이하게까지 보인다. 

쿨키드에 대해 다른 출연자들은 그런 정신으로는 이 프로에 나올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서슴없이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출연자들 역시 이 프로의 종영까지 모두 함께 가지는 못한다. 또 그들 중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 정당한 노력 외에 편 가르기나 울면서 감정에 호소하기 등을 했다는 것 역시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살벌한 디스 매치 이후에 펼쳐진 <쇼미더머니 시즌5>의 남성 래퍼들과의 합동경연에서는 "남성 래퍼들에게는 지고 싶지 않다"는 여성 래퍼들의 다짐이 여러 번 강조됐는데 공감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또한 해당 경연을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순위 조작 의혹을 제기했고, 출연자 유나킴의 방송 분량이 통 편집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리얼 걸크러시 정말 가능할까

Mnet은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 공식 홈페이지에서 '그녀들이 선보이는 Real Girl Crush!'라고 프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방송분량만 봐서는 이 프로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걸크러시'란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여성 스스로 된장녀니 뭐니 하며 여성 편견에 기초한 비난을 주고받는데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시즌1에서는 치타와 제시가 독보적인 실력과 시원한 성격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시즌2에서는 트루디가 물론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윤미래에 버금가는 뛰어난 래핑으로 화제가 되었다. 영구탈락 결정전에서 살아남아 우승후보로 부상하며 랩으로 제작진까지 디스하던 예지를 보고 통쾌해했던 이들도 많았다. 이에 비해 이번 시즌에서는 아직까지 눈에 번쩍 띄는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 시즌에 대한 호평 중 눈에 띄는 건 자이언트핑크가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과 나다의 시원한 성격이 마치 시즌2의 전지윤 같다는 것 정도다. 전소연은 특유의 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과한 자신감과 다른 출연자 비하발언 등으로 안티 팬들의 수도 함께 늘리고 있다. 그 외 육지담, 제이니, 하주연 등 역시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나 부정적인 의견이 강해 보인다.

이제 절반가량이 방영된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가 남은 기간 동안 진정한 걸크러시를 가능케 할 한방을 준비 중일까. 지금까지처럼 자극적인 캣파이트 중심으로 그나마 욕하면서 보는 시청자를 붙잡는 안전한(?) 선택을 할까. 가급적이면 전자였으면 좋겠다.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3> 육지담 제이니 걸크러시? 캣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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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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