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3개월의 시간. 4230건의 이야기, 5만5000건의 제보. 900회를 맞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아래 <순간포착>)의 놀라운 기록이다. 오랜 기간 방송된 장수프로그램은 꽤 있지만, 메인 MC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고 900회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은 <순간포착>이 유일하다.

대타 한 번 없이 900회 지켜온 임성훈·박소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기자간담회. 임성훈, 박소현

임성훈과 박소현은 <순간포착>의 첫 회부터 지금까지, 18년 3개월 동안 프로그램을 지켜왔다. 오랜 기간 방송된 장수프로그램은 꽤 있지만, 메인 MC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고 900회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은 <순간포착>이 유일하다. ⓒ SBS


30일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막 900회 녹화를 마친 MC들과 제작진이 참석했다. MC 임성훈은 "첫 회부터 지금까지 대타도 한 번 없었다"면서 "이런 영광스러운 기록의 공은 박소현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 MC들이 결혼을 하면 신혼여행이라도 가고, 출산하면 얼마간이라도 빠져야 하는데 박소현씨가 시집을 안 가준 덕분"이라고 농담했다.

임성훈의 농담에 박소현은 "기록 때문에 결혼을 안 한 건 아니"라고 웃은 뒤 "보통 프로그램 100회 특집 하면 덕담처럼 '900회, 1000회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는데, 말로만 듣던 900회 녹화를 마치고 나니 너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들의 제보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는 것에 대해 MC로서 내가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박소현이 "임성훈 선생님이 정말 욕심이 없는 분이신데, 오늘 처음 '결혼과 출산은 1000회까지 미루면 안 되겠느냐'면서 '1000회 기록은 한 번 세워보자'고 하시더라"고 말하자 임성훈은 "박소현씨가 2년만 버텨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소현은 크게 웃은 뒤 "내 인생에 무언가 남긴 게 없었는데, 1000회 기록은 한 번 세워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면서 "내 아이는 못 낳았지만, 내 아이를 낳는 마음으로 1000회에 도전하겠다"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새로운 소재 고민은 영원한 숙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기자간담회. 임성훈, 박소현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특집 녹화 현장에 모인 MC들과 제작진. ⓒ SBS


긴 이 프로그램에 위기는 없었을까? SBS 내부적으로도 이전 같으면 <순간포착>에서 방송됐을 아이템들이 <생활의 달인> <영재발굴단> <동물농장> 등으로 분산되기도 했다. 제작진으로서, 긴 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MC들로서도 고민일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 박진홍 CP는 "유사한 프로그램이 많고, 프로그램 구상이나 취재 방법이 많이 보편화된 상태다, 새로운 소재에 대한 고민은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전화하고 찾아내는 것 이상 없는 것 같다"면서 "재미있고 별난 소재를 리얼리티와 드라마적 요소를 담아내는 <순간포착>의 특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특집이나, 기존에 출연하셨던 분들을 다시 만나는 등 제작진이 적극적으로 특집을 기획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성훈은 "시청률의 부침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지난 시간 큰 위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큰 위기가 없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준 제작진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시청자들의 제보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기는 하지만, 아이템을 선택하고 방송을 만드는 건 제작진들이니만큼 "긴 시간 트렌드를 읽고 세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애써준 제작진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박소현도 워낙 심성이 곱고 재치가 있다, 한 번도 언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소현도 "남녀 MC나 DJ들이 오랜 시간 방송을 함께하면 트러블이 많이 생긴다는데 우리는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면서 "남자 MC들이 혼자 주가 되려고 많이 노력한다는데, 임성훈 선생님은 그런 점이 아예 없으시다, 처음부터 여자 MC가 돋보이도록 받쳐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18년 동안 단 한 번도 늦으신 적이 없다, 항상 미리 와서 촬영 분량을 미리 검토하시고 우리에게 내용 설명도 해주신다, 너무 존경스럽기는 하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선배님이 좀 늦으실 때도 있어야 편하지 않냐"면서 임성훈의 단점 아닌 단점을 토로했다. 이에 임성훈은 "그건 단점이다, 내가 나잇값 하는 거다"라고 웃어 MC들의 훈훈한 분위기를 짐작게 했다.

1000회, 꼭 해보고 싶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기자간담회. 임성훈, 박소현

임성훈은 "지난 900회 동안 프로그램에 큰 위기는 없었다"면서 "큰 위기가 없었다는 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해준 제작진들 덕분"이라며 제작진에게 그 공을 돌렸다. ⓒ SBS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900회 기자간담회. 임성훈, 박소현

박소현은 "<순간포착>은 자극적이고 센 소재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훈훈함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1000회까지, 그 훈훈함을 전하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SBS



임성훈은 "1000회를 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순간이 오길 바란다"면서도 "1000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지고 하자가 있는데도 억지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900회까지 흘러온 만큼, 자연스럽게 한 회 한 회 쌓아가다 보면 1000회도 자연스럽게 찾아오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녹화하러 나올 때마다, 박소현씨나 나나 한 회도 빠짐없이 출연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를 할 수 있었다는 데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1000회까지 건강에 더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박소현은 "녹화하며 울기도 하고 깔깔대며 웃기도 한다, 방송을 마치면 마치 교회 다녀온 것처럼 '아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 열심히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고 웃었다. 이어 "<순간포착>은 자극적이고 센 소재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훈훈함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1000회까지, 그 훈훈함을 전하는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임성훈 박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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