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1990년대 이른바 가요계 황금기 시절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록 발라드 장르 역시 만만찮은 지분을 갖고 전성기를 누린 바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아이돌, 힙합 등이 주류 음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존 록 발라드 계열 음악들은 좀처럼 신작들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한동안 명맥이 끊겼던 록 발라드 음악이 그 시절 뮤지션들의 컴백과 더불어 긴 잠에서 깨어나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에메랄드 캐슬... 지우, 김상환 등 전성기 멤버로 재편성


지난 28일 방영된 MBC 음악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는 에헤라디오가 '발걸음'을 불러 2회 연속 가왕의 자리를 지켜냈다. 그런데 이 곡의 주인인 에메랄드 캐슬이 공교롭게도 어제(29일) 싱글 < Rebuilt >를 공개하고 활동을 재개했다. '에메랄드 캐슬'이라는 이름으로는 15년 만, 원년 주축 멤버들로는 18년 만의 컴백이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올드 팬들에게는 반가움을 선사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에메랄드 캐슬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록 발라드 성향의 솔로 가수나 밴드에 비해 마니아적인 인기를 얻었던 팀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방송에선 거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탓에 '아는 사람만 아는' 밴드 중 하나였지만 '발걸음', 'Promise' 등 입소문을 탄 곡들은 그 시절 10~20대 남성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총 2곡이 수록된 에메랄드 캐슬의 < Rebuilt >에는 팀의 프로듀서/작곡가로 활동한 넥스트 출신 베이시스트 김영석을 주축으로 지우(보컬), 김상환(기타) 등 전성기 멤버 외에 최문석(키보드), 송국정(드럼) 등 새 인물들이 참여했다. 특히 최문석은 이번 싱글의 편곡까지 도맡아 진행하면서 만만찮은 솜씨를 선보였다.

신곡 '그 남자의 사랑'은 '발걸음'과 마찬가지로 지우 작사-김영석 작곡으로 완성된 록 발라드. 감성적인 피아노-현악기의 뒷받침 속에 전성기 못잖은 지우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며 올드팬들에겐 반가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발표된 지 19년 만에 새롭게 재녹음된 '발걸음'(Ver.2016)은 대개 키를 낮춰 부르는 여타 가수들의 셀프 리메이크와 달리, 원곡의 키 그대로 소화하면서 보다 원숙한 맛을 들려주고 있다.

가장 한국적 정서를 잘 담아낸 음악


사실 록 발라드는 요즘 시대 음악 흐름과는 잘 안 맞는 장르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20~30초 가량의 건반 또는 기타 솔로로 진행되는 전주 부분은 지금처럼 '미리듣기 1분' 시대에선 시간 낭비일 뿐이고, 가사에서 전달되는 남성의 순애보적 감성 역시 요즘 시대 젊은이들에겐 그저 옛날 이야기로 치부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록 발라드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잘 담아낸 음악이기 때문에 이대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범람하는 각종 음악 가창 예능 프로그램에선 여전히 19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록 발라드 곡이 상당수 선택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최근엔 에메랄드 캐슬에 이어 (록 발라드 보단 비주얼 록 성향이 강했던) 록밴드 이브도 최근 재결성 소식을 전해 온 바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결성 30주년 기념 공연을 끝마친 관록의 팀 부활은 여전히 일선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비록 이런 장르를 들고 나오는 신인급 젊은 뮤지션들의 부재는 여전히 아쉽지만 음악의 흐름은 돌고 도는 법. 주요 인기 순위에서도 록 발라드 성향의 곡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날도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