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투수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지난 주말에 저질렀던 과오로 인하여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상대 중인 타자에게 위협구를 던진 것이 아니라, 누상에 있던 주자에게 위협구를 던졌다. 사건이 일어났던 다음날, 당사자였던 임창용과 오재원(두산 베어스)이 서로 사과했다지만 논란의 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KBO리그 사무국에서는 주자에게 위협구를 던지는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초유의 대책을 취했다. 지난 29일 사무국에서 열렸던 상벌위원회에서는 당시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던 임창용에게 3경기 출전정지와 함께 사회봉사 120시간의 제재를 부과했다.

베테랑답지 못한 임창용의 처신, 가중 징계 부과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초에 등판한 KIA 구원투수 임창용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 돌아온 임창용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 초에 등판한 KIA 구원투수 임창용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 규정 벌칙내규에서 감독, 코치, 선수 부문의 제7항에 의하면, 감독이나 코치 또는 선수가 심판 판정에 불복하거나 폭행, 폭언, 빈볼 등의 언행으로 경기장의 질서를 문란케 할 경우에 대한 제재 사항이 있다. 이에 의하면 유소년야구 봉사활동이나 제재금 300만 원 이하 또는 30경기 이하의 출전정지 제재를 부과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임창용의 경우는 두 가지의 제재가 한꺼번에 부과됐다. 출전정지 징계와 함께 봉사활동 징계까지 함께 부과되었으며, 징계로 흔하게 시행되는 유소년야구 봉사활동이 아니라 사회봉사활동이 부과됐다. 그만큼 주자를 위협하는 견제구가 큰 사안이라는 뜻이다.

봉사활동과 함께 출전정지를 함께 부과한 사례는 2015년 5월 27일 민병헌(두산 베어스)의 사례가 있었다. 당시 창원에서 두산과 NC 다이노스의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는데, 이때 민병헌이 에릭 해커를 향해 공을 던지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민병헌에게는 3경기 출전정지와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이 함께 부과됐다.

KBO는 이 사례를 임창용에게 적용했다. 팀의 최고참급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할 선수라는 점에서, 좀 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정적인 경쟁 상황에서의 징계, 팀 전력에 큰 타격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개인적인 행동을 범하여 징계를 받게 된 임창용이지만, 이 일로 인하여 임창용은 팀 전력에도 영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임창용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를 일부 시인하며 KBO리그 정규 시즌의 50%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임창용은 2015년 가을 소속 팀이던 삼성 라이온즈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나이도 나이였지만, 좋지 않은 사건으로 팀에서 쫓겨나며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그런 위기의 임창용을 받아들였던 팀이 바로 고향 팀 KIA였다.

KIA는 전반기 동안 임창용을 활용할 수 없음을 알고서도 임창용을 영입했다. 이미 시즌의 절반이나 팀 전력 공백을 제공했던 임창용으로서 7월부터 합류했던 임창용은 늦게나마 팀 불펜에 큰 보강이 되었던 전력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인하여 임창용은 올해 144경기 중 무려 75경기를 결장하게 됐다. 부상으로 인한 결장이 아니라 징계로 인하여 팀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는 공백이었다. 앞의 72경기야 KIA로 이적하기 전에 받은 징계라 팀 분위기를 떨어뜨리진 않았다 쳐도, 이번 징계는 분명 달아오른 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필이면 순위 경쟁에 가장 중요한 상황인 9월에 징계가 내려졌다는 사실이다. 징계가 부과되었던 29일은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경기가 없었고, 이 징계는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3경기에 대하여 발효된다. 만일 KIA가 이 사흘 중 우천순연이 발생하면 징계는 그다음 경기까지 이관된다.

순위 결정에 중요한 9월, 뼈아픈 임창용의 3경기 공백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9회초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깔끔한 마무리 지난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KIA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9회 초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KIA의 향후 일정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30일과 31일에는 포스트 시즌 티켓을 두고 경쟁하는 SK 와이번스와 홈 2연전을 치른다. 28일까지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KIA는 4위, SK는 6위를 마크하고 있는데 이들의 승차가 불과 1경기라서 2경기 모두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경기다.

9월 1일과 2일에는 대구로 이동하여 삼성 라이온즈와 원정 2연전을 치른다. 비록 삼성이 순위 경쟁에서 다소 뒤처지면서 9위에 머물러 있지만, 삼성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이 두 가지 대기록을 노리고 있어서, 이 기록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있는 여정이다. 이승엽은 한일 통합 600홈런에 단 2개만을 남겨 두고 있으며, KBO리그 2000안타에도 8개를 남겨 두고 있다.

일단 임창용은 9월 2일부터 정상적으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다. 문제는 그때까지 우천순연이 한 번도 없어야 9월 2일에 복귀할 수 있다. 물론 KIA가 30일부터 윤석민이 1군에 합류하지만, 어깨 통증으로 오랫동안 쉬다가 최근 경기 감각을 찾아가고 있는 윤석민이 임창용의 공백을 바로 메울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144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72경기 결장이 예정된 것과 27경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3경기 결장이 예정된 것은 심적으로 그 부담감의 차이가 크다. 시즌 초반부터 공백이 예상될 경우 다른 선수들로 대체하면서 그 선수가 복귀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면 되지만, 시즌 막판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결정적인 공백을 만든 것은 분명 임창용이 져야 할 책임이다.

팀 분위기에 영향 미친 사건, 피할 수 없는 책임

KIA에게 남은 27경기 중 일단 12경기는 연초에 편성된 기존 일정이며, 남은 15경기는 잔여 경기 시기로 추후 편성된다. 일단 임창용의 소속 팀인 KIA와 오재원의 소속 팀인 두산은 앞으로 정규 시즌에서 서로 만날 경기가 남아있지 않다.

정규 시즌에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던 28일 임창용과 오재원은 경기 전에 서로 만나 사과를 했고,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여 8회 초 투타 맞대결을 펼쳤다. 임창용은 등판하자마자 오재원에게 결정적인 적시타를 맞았고, 토요일까지 한 주 동안 4경기 1.46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던 KIA의 불펜은 28일 경기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하필이면 임창용과 오재원이 그 사건을 겪고 난 직후의 투타 재대결에서 경기의 균형이 깨졌다. 이 오재원 타석부터 시작하여 두산은 KIA 불펜을 맹폭했고, KIA 불펜은 8회와 9회에 순식간에 9점을 내주며 대패했다. 임창용의 위협 견제구가 팀 분위기에 분명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다행히 순위 경쟁권이었던 SK와 LG가 모두 패했기 때문에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향후 3경기에서 임창용의 공백을 다른 구원투수들이 잘 메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요한 순간에 경기의 끝을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투수가 징계로 나올 수 없다는 것이 경기 후반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 시즌 두 번이나 징계를 수행하게 된 임창용은 개인적으로도, 팀 분위기에도 그리고 리그 전체에도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큰 우를 범했다. 베테랑으로서 베테랑답지 못했던 임창용이 남은 시즌 동안이라도 깨끗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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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임창용견제위협구 임창용두번째징계 징계와팀분위기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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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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